‘수입차 돌풍’ 어디까지…“넘사벽은 없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국내 자동차 시장이 등록 차량 기준 2000만대를 돌파했다. 1995년 1대당 인구수 5.41명에서 올해 2.56명으로, 가구당 보유대수는 0.65대에서 1.14대로 증가했다. 그야말로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의 시대로 변화했다.


올해 자동차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수입차 급증’. 지난해보다 약 25% 늘어난 19만대를 웃도는 사상 최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수입차 공세에 국산차는 정면으로 맞섰다.


현대차는 쏘나타, 아슬란 기아차는 카니발, 쏘렌토 등 신차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내수시장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2014년 자동차 시장의 주요 이슈를 짚어 봤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은 역시 ‘수입차 돌풍’이다. 올해 수입차는 5년 연속 두 자리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25% 증가해 19만대를 상회하는 판매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 점유율 또한 전년 10%에서 12%로 증가해 최고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수입차 성장의 일등 공신은 바로 연비와 가격. 국산차와 비교해서 높은 연비는 수입차의 큰 매력 중에 하나다. ‘수입차는 비싸다’는 인식도 한풀 꺽 인 모습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대중화에 힘쓰면서 가격경쟁력을 무장한 수입차로 일부 고소득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서민들이 탈 수 있는 대중화에 힘쓴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40대의 2000cc 미만 디젤 승용차 구입 증가세가 수입차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소형디젤 SUV’를 잡아라


올해 수입차 트랜드는 디젤과 SUV 그리고 소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포문을 연 것도 소형 디젤차인 ‘아우디 A3’. 그리고 뒤를 이어 출시한 벤츠의 소형 4도어 쿠페 ‘더 뉴 CLA 클래스’. 5월에는 폭스바겐의 ‘신형 골프’와 고성능 버전인 ‘골프 GTI’와 ‘골프 GTD’가 소비자를 맞았다. 그 로 부터 한 달 후 벤츠는 ‘더 뉴 C클레스’ 푸조는 ‘뉴 푸조 308’을 선보였다.


▲푸조2008.


10월 말 푸조는 ‘뉴 푸조 2008’을 선보이며 소형SUV 시장의 폭풍을 몰아쳤고, 토요타의 ‘올 뉴 캠리’는 쏘나타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야말로 소형차 전성시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 디젤과 SUV로 무장한 수입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업계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자동차 업체의 맏형인 현대차는 3월 국민차 쏘나타의 신형 LF쏘나타를 출시했다. 한국지엠은 자사의 대표 세단 ‘말리부 디젤’을 출시했다. 르노삼성 역시 지난해 12월 출시한 QM3로 폭풍 성장을 알렸다. QM3은 판매 7분 만에 1000대가 매진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아차는 6월 카니발의 풀체인지 모델인 ‘올 뉴 카니발’, 8월 ‘올 뉴 쏘렌토를 각각 출시했다. 현대는 10월 그랜저와 제너시스의 중간 모델인 ’아슬란‘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디젤 승용 시장 폭발성장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전체 승용 판매는 감소하고 있음에도 디젤 승용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2013년 전년 대비 33.4% 증가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51.3%나 늘었다.


수입차 5년 연속 두 자리 증가세…‘디젤-SUV 잡아라’ 판매 급증
등록차 ‘2000만대’ 시대 돌입…국내업체 신차효과에 증가세 전환



승용차 전체에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1년 약 4%에서 올해 약 15%로 11%포인트 가량 성장했다. 이런 증가세에는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4사를 중심으로 한 디젤 승용차 판매 확대가 큰 공헌을 했다.


▲닛산 캐시카이.


디젤차가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에는 최근까지 이어지던 고유가 기조에 따른 연비 부담이 한몫했다. 여기에 디젤차 성능개선도 디젤차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젤 승용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환경규제 강화로 가솔린 차량에도 배기정화장치(GPF) 부착을 의무화할 경우 디젤 차량의 경제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차급별로는 SUV의 급성장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월까지 SUV는 16.9% 증가해 전체 차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이런 급성장 속에 국내 자동차시장의 SUV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SUV 가운데에서도 소형 SUV와 수입업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SUV의 국내 판매량은 11개월 만에 30만대를 돌파했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5개 자동차회사는 1∼11월 총 30만475대의 SUV를 판매했다. 역대 연간 최대 판매 기록인 2002년 29만7594대를 넘어섰다. 이는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가장 많은 12만3261대의 SUV를 판매했다. 기아차(8만6379대), 쌍용자동차(5만388대), 르노삼성자동차(2만2997대), 한국GM(1만7450대)이 뒤를 이었다. 차종별로는 ‘싼타페’(7만297대), ‘스포티지R’(4만4229대), ‘투싼ix’(3만8768대) 등의 순이었다. 이에 수입차 업체들도 메르세데스벤츠 ‘GLA’, 링컨 ‘MKC’, BMW ‘X3’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 SUV 신차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수입차 시장


지난 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2009년 판매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5년간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켰다. 올해도 10월까지 3만3617대를 판매 올해 4만대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인피니티 Q50.


판매량만 보면 BMW는 올해도 수입차 시장을 석권하겠지만 점유율 면에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2만3293대(22.18%)로, 2012년 2만8152대(21.51%) 2013년 3만3066대(21.13%)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간신히 20%를 상회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BMW의 시장점유율은 20.73%.


BMW의 점유율 하락은 디젤세단의 대명사로 분류되던 520d와 320d의 판매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BMW가 옛 명성을 유지하는 데는 끊임없는 신차 출시에 탄탄한 고객 수요층이 뒤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BMW를 가장 위협하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 지난 10월에 처음으로 누적 3만대 판매를 넘어섰는데, 월간 판매도 두 달 연속 1위에 올랐다. 벤츠는 다른 독일 브랜드들과 달리 C200, E300 등 가솔린 모델도 다양하고, 올 초부터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점유율이 지난해 대비 3%가량 오를 전망이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의 티구안을 보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이 3위, 그 뒤를 아우디가 차지하고 있다.


등록차량 2000만대 시대


수입차의 파상 공세와 국내 업체의 신차 맞대응으로 자동차 시장은 활기를 띄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말 국내 자동차 보유 대수는 전 세계 15번째로 아시아 4번째로 20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10월까지 국산차 판매는 작년보다 3.8% 늘어난 118만대이며, 수입차를 포함한 연간 판매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6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까지 249만대로 집계된 올해 자동차 수출 역시 원화절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와 한국GM의 유럽시장에서의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의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수입차가 국내시장 10% 돌파는 넘사벽으로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성능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수입차가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면서 수입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내년은 각 사의 대표 베스트셀링 모델들이 풀체인지(Full change)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수입차의 시장잠식으로 치열한 판매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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