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7개월만에 ‘상무’‥전문경영체제 강화 뒷말

홍석조 회장,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상무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15일 발표된 BGF리테일 임원인사. 이 인사에서는 홍석조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씨가 입사 1년 7개월만에 ‘상무’로 승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퇴 이후 그룹 ‘단속’에 들어간 상태인데 BGF리테일은 초고속 승진 인사를 밝혀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홍석조 회장 역시 ‘회장’ 직함은 유지하되 등기이사직에서는 물러나기로 밝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간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직 사퇴는 임원연봉 공개 등을 피하기 위해 이뤄져 왔다는 분석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오너일가 ‘파문’ 이어지는데‥경영권 승계 유력
홍석조 회장, 등기이사직 ‘사임’‥법적 책임 회피 ‘의도?’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이 지난 15일 인사발령을 냈다. 이 인사발령에는 오너 일가의 승진 명단도 포함됐는데 타 재벌가에서 오너 일가의 임원급 인사 승진에 비교해도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정국 상무는 홍석조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6월 BGF리테일에 합류한 뒤 ‘승진’ 전철을 밟고 있다. 지난해 6월 신설된 경영혁신실 실장으로 입사한데 이어 지난 11월 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1982년생인 그는 스탠포드대학교 경제학 학사와 산업공학 석사를 마치고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를 거친 후 2013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마쳤다.


홍 상무, 그간 ‘업적’ 인정받아 승진


홍정국 상무는 지난해 6월 신설된 경영혁신실 실장으로 입사한 이후 그간의 업적이 높은 평가를 받아 승진을 했다는 설명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초고속 승진 보다는 그간 경영혁신실에서의 성과 등이 평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BGF리테일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장과 브랜드 독립을 모두 이뤄내면서 이에 대한 평가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정국 상무는 지난해 11월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6월 입사한 이후 5개월만에 등기이사에 올랐다. 실무 경험도 사실상 2년에 그친다. 홍 상무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까지 2년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경력이 전부다.

타 기업에서 임원 승진 평균 4년에서 7년 이상 걸리는 기간이 ‘전무’한 것이다.


허윤홍 GS건설 상무,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임원 승진 비교해보니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상무는 GS건설 플랜트공사 담당 상무로 재직중이다. 단, 10년간의 현장 경험을 거쳤다.

2002년 GS칼텍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개월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주유원으로 일했고, 이후에도 10년간 현장에서 일했다. 2005년 1월 GS건설로 옮기고 나서 2007년과 2009년 과장과 차장, 2010년 부장을 거치며 건설사의 핵심 부서를 두루 경험하는 것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33세에 롯데상사에 입사하기 전 7년간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한 바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씨는 최근 오리콤 부사장으로 영입됐는데, 지난 2006년 두산그룹에 입사 대신 독립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두산그룹 광고 계열사인 오리콤과 합병하면서 ‘영입’됐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상무 역시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다만 정 상무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긴급히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투입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회장 등기이사 ‘사임’‥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이번 인사가 나기 3일전인 지난 12일 홍석조 회장은 대표이사직에 이어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홍 회장은 향후 BGF리테일의 미래사업과 인재양성 등 큰 그림을 그리는 구상에만 참여하고 경영은 박재구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홍 회장은 2007년 3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해 지난 8년간 BGF리테일을 이끌어왔다.

홍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대표이사직 사임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통해 사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홍석조 회장은 “회사의 오랜 전략적 목표이자 제 개인적인 열망이기도 했던 브랜드 독립과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임을 내려놓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 강화, 미래의 사업방향 구상과 인재 양성에 관심과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BGF리테일은 기업이 안정화에 돌입함에 따라 홍 회장이 미래사업을 구상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환한다는 과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BGF리테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초에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임 공시

등기이사 사임‥책임도 無

하지만 ‘회장’직은 유지하되 등기이사직은 사퇴한 것과 관련 시선이 곱지는 않다. 그간 재계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직 사임은 연봉공개 회피나 형사처벌 등을 이유로 사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11월 27일 ‘2014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정보 공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39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에서 총수일가가 1명 이상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2.8%로, 1년 전의 26.2%보다 3.4%포인트 낮아졌다. 총수 자신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도 11%에서 8.5%로 낮아졌다.

이랜드는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를 맡는 계열사가 하나도 없다.

이 같은 등기이사 등재 비율 하락은 올해부터 연봉이 5억원을 넘는 등기이사의 보수공개제도가 시행되면서, 고액연봉이 공개되는 것을 꺼린 총수일가들이 등기이사직을 외면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현행 보수공개제도는 등기이사가 아니면 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아도 공개의무가 없다. 일부 그룹 총수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뒤 등기이사를 사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사태로 인해 오너 3, 4세의 안하무인식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BGF리테일의 경영권 승계에도 뒷말이 무성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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