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물 붓기’ 하다가‥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나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4일 현대시멘트(정몽선 회장)는 계열사인 성우종합건설에 어음 부도와 당좌거래 정지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시멘트의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보증·담보 총액은 4696억8400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1279.1%에 해당한다.

현대시멘트는 올해 초에도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무리한 연대 보증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시멘트는 전액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감자 및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을 진행해 왔으나 결국 성우종합건설이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성우종합건설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凡 현대가의 일원인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이 이 위기를 또다시 돌파할지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시티 ‘직격탄’‥하나은행 등 채권단 ‘판단’만 남아
2000년 주식 증여 후 최대주주‥14년만에 지위 ‘상실’


현대시멘트가 올해 6월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정몽선 회장이 최대주주에 물러선데 이어 12월 4일 성우종합건설이 어음 부도 및 당좌거래 정지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최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계열사에 대한 보증을 선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보증‧담보 채권 4696억8400만원을 가지고 있는 상황. 특히 이 금액은 현대시멘트 자기 자본 대비 1279.1%에 해당하는 금액이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정몽선 회장 일가가 출자전환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까지 바꾼 기회가 또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대시멘트의 11월 28일 분기보고서 기준 최대주주는 하나은행 12.52%, 한국외환은행 11.91% 등이 가지고 있다. 모두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이다.


▲요약 연결재무재표(2014.11.28. 분기보고서 기준, 단위:백만원)

현대시멘트는 지난 1958년 현대건설 시멘트 사업부부터 시작했다가 지난 1969년 분사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전 성우그룹 명예회장이 초대 사장을 지냈으며 장남인 정몽선 회장은 지난 2000년 주식 증여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에 정 회장이 지난 6월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멘트 업계가 업황 불황을 겪는 가운데, 현대시멘트가 성우종합건설에 대해 지급보증을 지속해온 탓이다.

논란이 된 지급보증에 대해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2008년 파이시티 사업이 결국 파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막대한 채무를 떠안게 됐다. 현대시멘트는 지급보증을 한 것도 많지만 채권자이기도 한 만큼 정상화를 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파이시티 지분 18.76% 보유 <왜>


현대시멘트는 이미 지난 2010년 5월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올해 현대시멘트에 대한 워크아웃을 종료. 연장, 매각 여부도 모두 채권단의 판단에 달린 셈이다.

현대시멘트는 11월 28일 분기보고서 기준 올해 부채는 4633억원인데 비해 자본은 67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6815%에 달한다.

출자 전환 및 차입금 상환 조건 변경을 협의함에 따라 상장을 유지, 금융보증계약부채에 대한 출자전환채무의 공정가치 평가 결과 대부분 자본잠식상태로 나타났다.

현대시멘트가 성우종합건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보증제공금액은 4696억8400만원에 달한다. 이중 파이시티 규모가 가장 크다. 파이시티에 대한 보증제공금액만 2640억원이다. 성우종합건설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의 지분 18.76%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이 사업이 각종 민·형사 소송과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으면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허가 된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파이시티 파산‥후폭풍 휩싸여


양재동에서 건설될 예정이었던 파이시티는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개발 사업으로 불렸다. 지난 2003년부터 추진됐지만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당초 파이시티 사업은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꼽혔지만, 2009년 11월 건축 인‧허가를 받는데 까지만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도 후폭풍이 일었다.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청탁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파이시티 투자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 드러나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 등 임직원 20여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의 성우종합건설 보증내역(2014.11.28. 분기보고서 기준, 단위:백만원)

세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악재를 겪은 파이시티. 이 과정에서 범 현대가 일원이기도 한 현대시멘트가 부침을 겪고 있다.

현대시멘트 정몽선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고 기업회생을 진행해온 만큼 정 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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