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절차 따라 엄정수사”…조국 수사팀 추가 충원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지 약 90분 뒤 대검은 입장문을 냈다.

“헌법 정신과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

외견상 문 대통령의 경고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로, 검사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에 공개 압력을 넣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선 조 장관이 최근 자기 집 압수 수색을 나온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일이 거론됐다 전해졌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내용이 공개된 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지적하며 검찰과 야당의 유착을 비판했다.

윤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본질은 수사 정보 유출이 아니라 수사 압력”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인사권을 가진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에게 직접 압력성 전화를 했다는 게 핵심이지 여권이 문제 삼는 통화 사실 공개는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 총장의 이날 발언이 대통령 입장 발표가 있기 전에 나왔지만, 이번 수사를 둘러싼 최근 여권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분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대한 공개 입장을 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라 말하는 검사들도 많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이 특정 사건을 조금만 언급해도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생기는데 이번처럼 대놓고 입장을 발표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두 달 전 윤 총장을 임명 당시 ‘청와대든 정부·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한 대통령과 이날 입장 발표를 한 대통령이 같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대통령과 조 장관은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검찰은 검찰 일을 하면 된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이 검찰 일을 하니 대통령까지 뛰어들어 검찰을 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조 장관의 전화 통화와 다를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장관은 전화 통화로 수사 검사를 압박하고,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으로 검찰총장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이날 조 장관 수사를 거론하며 수차례 ‘검찰 개혁’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이 행정부 소속인 검찰을 자신의 적, 이적 단체로 보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며 “조 장관 수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일 뿐이다. 정치 파워 게임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 평검사는 “검찰 개혁에 동의한다. 대통령이 말씀해온 특수 수사 등 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에 동의하는 검사들이 많다”면서도 “다만 조 장관처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윤 총장이(조 장관의 통화 사실을) 사법연수원 동기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흘린 것 아니냐”는 여당의 의혹 제기에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전날 TV로 주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의 통화 사실을 거론하는 장면을 접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흔들리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맞춰 최근 ‘조국 수사팀’에 검사들을 더 충원하고 있다. 주가 조작 및 부정 입학 사건 등을 다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을 차출해 추가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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