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LG이노텍이 14일 세계에서 전력 손실이 가장 적은 ‘고효율 페라이트’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TV와 완성차 시장을 겨냥해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그동안 고효율 페라이트 시장은 일본기업들이 주도해왔다. 가격이 비싼데다 한일 갈등 등으로 수급 불안정 우려가 있어, 국산화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LG이노텍은 이번 개발로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기여함으로 물론, 전 세계 TV·차량 전력 모듈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페라이트는 산화철이 주원료인 자성소재다. 분말형태의 페라이트 가루를 타일모양으로 굳혀서 사용한다. TV용 파워모듈, 차량용 파워 및 충전기 등에 장착해 전압을 바꾸거나 전류 파동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는 데 쓰인다. 이를 통해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차량용 에어컨·오디오 등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최근 가전, 전기차 등이 소형화·고기능화 추세를 타고 고효율 페라이트도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고효율 페라이트는 열로 인한 전력 손실량이 일반 페라이트 대비 최대 40%까지 적다. 또한 영하 40℃~ 영상 140℃ 온도에서 저손실 특성을 그대로 유지해 고온의 TV 내부와 차량의 다양한 주행환경에서도 완벽품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 소재를 사용하면 TV용 파워모듈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수준인 9.9mm로 만들어 TV 두께를 약 60% 줄일 수 있다. 일반 파워모듈을 장착한 65인치 초슬림 OLED TV 두께가 약 46.9mm라면 고효율 페라이트 파워모듈을 사용하면 20mm 이하로 두께가 얇아질 수 있다. 전력 손실도 적어 필요 전력 확보를 위한 부품 개수가 3분의 1로 줄고, 부품 두께도 기존 대비 40% 수준으로 얇다. 대신 에너지 효율은 최대 5%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다. 부품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발열이 줄고 열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해 부품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 제품을 전기차에 적용하면 차량용 DC-DC 컨버터의 부피와 무게를 기존 대비 10%가량 줄일 수 있고, 컨버터의 에너지효율을 최대 1.2%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다. 또 부품 온도를 기존 대비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어, 차량 파워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도 줄일 수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2018년부터 고효율 페라이트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기존 개발 방식으로는 일본 제품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 설계 과정에서 업계 최초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기술을 도입했다. 그 결과 최소 4년 이상 걸리는 개발기간을 1년4개월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LG이노텍은 자사 제품을 대상으로 고효율 페라이트 적용을 확대해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고효율 페라이트 분야 기술력 1위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120여개의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성능을 높인 소재 선행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배석 LG이노텍 CTO부문 연구위원은 “LG이노텍 만의 방식으로 핵심소재를 단기간에 내재화해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자성소재를 기반으로 고객사에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