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최대 규모 제4공장 신설…투자도 규모도 ‘역대급’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P3 구축키로…P2 가동 전에 선제적 투자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6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 (730일 온양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삼성의 기술 초격차 행보가 가파르다. 주력사업인 반도체에 이어 신사업인 바이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평택캠퍼스에 3번째 생산라인인 ‘P3’ 구축에 나선 데 이어 11일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4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와 바이오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목한 미래성장 사업. 그는 2018년 인공지능(AI)와 반도체, 바이오, 전장 등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을 둘러싼 가파른 경영환경을 떨쳐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미리 준비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2년 매출 맞먹는 역대급 투자바이오 초격차로 세계 CMO 시장 주도권 확보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까지 인천 송도에 제4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4공장 전체면적은 약 238000(7.2만 평)으로 현재 가동 중인 1, 2, 3공장의 전체 면적(24)과 맞먹는다. 규모로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약 1.5배 수준이고, 생산량은 256000리터로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18만 리터)8500억원을 투자하며 세계 최대 공장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투자 금액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공장 신설에 투입되는 금액만 17400억원, 2바이오캠퍼스 부지 확보까지 진행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웃돈다. 역대급 투자와 세계 최대 바이오 공장 기록을 스스로 경신한 셈이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1년 매출(7016억원)2배 이상, 지난 9년 간 누적 투자액 21000억원에 버금가는 역대급 투자에 나선 까닭은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산업 시장의 변화 속도는 가파르다. 평균 수명 연장과 고령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바이오 시장은 고공행진 중이다. , 자가면역질환,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세계 바이오 기업이 뛰어들면서 세계 바이오 약품 시장은 연평균 8% 이상, CDO(위탁 개발)·CMO(위탁 생산) 시장은 연 16% 이상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생산 경쟁이 더해지면서 바이오 산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있다. 더욱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시설 구축과 신규 수주 확대를 통해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오는 혁신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2013년 3만리터 규모 1공장을 설립한 이후 2015년 2공장(154000리터), 2017년 3공장(18만리터)을 구축하며 세계 1위 CMO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발빠르게 품질 경쟁력과 최첨단 설비 기술을 앞세워 CDOCMO 수요에 적극 대응해왔다. 덕분에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의 2.5배에 달하는 18000억원을 수주했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 3위에 오르며 시장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4공장 신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격차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62만리터, 세계 CMO 생산의 약 30%를 소화할 수 있게 돼 세계 CMO 시장 경쟁사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리터)이나 스위스 론자(28리터)를 압도적 격차로 따돌릴 수 있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개발한 세포주 에스초이스로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직접 신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인하우스중심에서 CMO, CDO 중심으로 바꿔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숨가쁜 반도체 초격차영업이익보다 많은 투자로 기술 고도화·시장 지배력 강화

 

삼성이 가장 잘하는 반도체에서의 초격차도 탄력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단지인 평택캠퍼스에 3번째 생산라인인 ‘P3’ 구축에 나섰다. 지난 6월 평택시로부터 P3 공장 1층 건축허가를 받은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달 P3 공장 전체에 대한 최종건축허가를 받고 본격 착공한다.

 

현재 건축허가 면적은 70로 평택캠퍼스에 건설하는 6개 라인 중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완공해 현재 설비를 갖추고 있는 P2보다도 더 큰 만큼 약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땅 고르기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생산 품목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반도체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아우르는 생산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반도체 부문에 약 147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된 2분기에는 오히려 투자를 늘려, 영업이익(81500억원)보다 많은 98000억원을 집행했다. 평택캠퍼스 P3를 포함해 향후 투자 계획도 최소 50조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생산설비 구축을 위해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P2 공장이 본격 가동하기도 전에 수십조를 들여 새 공장 구축에 나서며 투자의 고삐를 조였다. P2 D램 라인은 연말쯤, P2 파운드리 및 낸드플래시 생산라인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가동될 수 있다. P3의 경우엔 건물 공사부터 설비 반입, 생산까지 3~4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하반기에나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 상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인텔이 7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제품 생산 외주를 검토하고, 애플이 인텔과 결별하고 자체 개발 칩을 사용하기로 밝히는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각변동이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우위를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과거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경쟁사들의 치킨게임 속에서 살아남으며 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군림했듯이 이번에도 생산 고도화를 통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경영 불확실성돌파하는 이재용의 초격차

 

현재 삼성이 놓인 경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데 미중 무역갈등, 일본 강제징용 기업 자산 매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자국 지원을 등에 업은 IT 기업의 기술 경쟁이 가파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2달 가까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적 판단을 미루고 있다. 삼성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난제들이 산적한 것이다.

 

이같은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은 삼성의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포천의 세계 500대 기업순위에서 전년보다 4계단 밀려난 19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역대급 투자를 결단하며 현재의 불확실성을 미래 가치로 바꾸는 작업을 차근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어려울수록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고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

 

이 부회장은 최근 현장경영에서 도전혁신을 거듭 강조하며 위기 뒤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전장사업의 미래를 구상했다. 이르면 2028년에나 상용화될 6G(6세대 이동통신) 백서를 발간하며 기술 선점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반기 수주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래 가치를 증명한 것이나,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100ICT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부회장의 초격차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삼성의 초격차 행보가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26일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압도적 표차로 권고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관련법상 문제가 없다고 지적해 온 경제학자들을 검찰로 불러 참고인 조사논란을 빚기도 했다.

 

경제학 전문가는 시장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인정받은 점, 2분기 삼성전자가 코로나19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점 등은 총수의 신속한 상황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한다장기간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기술 개발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총수가 경영에 전념할 수 없다면 삼성의 미래 경쟁력은 물론,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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