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가는 감정평가로 결정…LH 선매입 후 시유지 맞교환 검토
협력주체인 LH “검토 수준…서울시와 합의된 사실 없어” 일축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가 결국 공원으로 결정됐다. 서울시의 의지 앞에 대한항공의 자구안이 꺾인 셈이다. 그러나 삽을 뜨기도 전에 삐걱대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부지를 먼저 매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LH는 ‘검토 수준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7일 서울시는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북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 했다. 

 

변경안에는 송현동 부지를 구 미대사관직원숙소의 특별계획구역에서 폐지하고 공원으로 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위원회에서는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신설하는 안이 상정됐지만, ‘공공이 공적으로 활용하는 공원’으로 수정됐다. 

 

서울시는 공원의 세부사항에 대해 추가로 전문가나 시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법적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매각과 관련해서는 대한항공과 원활한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한항공도 권익위의 조정 결과를 지켜보면서 서울시, 관계기관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의 자구안 완성을 위해 필요한 퍼즐이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는 대신 2조원의 자구안 마련을 요구받았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전 임직원들도 임금반납 및 휴업 동참을 통해 회사의 자구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문화공원화 및 강제 수용 의지 표명에 따라 무산됐다. 결국 알짜배기인 기내식기판사업 매각해 추가 자본을 확충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서울시의 입장에 반대하더라도 제지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각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제 3자에게 매각되더라도 재매입해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탓에 사실상 매각이 막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항공업황이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공원화 강행은 기업 발목잡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송현동 공원화사업은 역사·문화적 차원에서도 국가적 중요사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송현동 부지는 3만6642㎡으로 규모로 경복궁과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헌법재판소, 대사관 등 주요 행정기관이 밀집한 노른자위 땅이다.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다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식산은행(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의 사택으로 쓰였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 숙소와 주한미국대사관 사택으로 이용되다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사들였다. 2008년 대한항공은 이를 2900억원에 사들이고 한옥호텔 등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관련법상 호텔 신축이 불가능해 전면 백지화됐다. 

 

공원 조성이 확정된 만큼, 대한항공으로서는 최선 가격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어졌다. 권익위의 조정 결과 나오더라도 서울시의 결정이 뒤집힐 리 없어서다. 권익위 조정 결과는 권고일 뿐 강제성이 없다.

 

일단 서울시와 대한항공은 매각에는 동의한 상태다.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등 방법을 협의 중이다. 대한항공이 내년 초까지 매각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 제3자 매입을 검토 중이다. LH가 송현동 부지를 먼저 매입한 뒤 서울시가 보유한 부지와 맞교환해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바라는 대로 토지매각대금을 한번에 지급할 수 있다. 

 

매각금액은 감정평가를 통해 재산정한다. 앞서 산을 받기 위한 타당성조사에서 매각금액으로 약 4670억원이 책정됐지만, 괸련 지침에 따라 공시지가에 보상배율을 적용해 나온 산술적 액수하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공원 결정 전 현재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해 대한항공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의 의지대로 공원회는 결정됐지만, 서울시가 매각금액에 상응하는 예산을 확보하거나 유사한 가치를 지닌 시유지를 찾아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런 가운데 LH가 선을 긋고 나섰다. LH는 서울시의 발표 이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LH는 “서울시로부터 지난 9월 송현동 부지의 공원지정 및 항공업계 재정난 해소라는 공적 목적을 위해 송현동 부지 협조 요청을 받은 바 있다”면서도 “다만 LH는 부지 매입 및 매입 방식에 대해 검토하는 수준의 단계로 서울시와 이와 관련해 합의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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