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역발상 덕에 영업이익 1485억원 기록
여긱기 활용한 수송 덕에 화물사업 매출 1조원 돌파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대한항공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세계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는 와중에 대한항공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항공 여객 수가 전년보다 92% 이상 감소한 와중에도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낸 배경에는 여객기도 화물수송에 활용한 조원태 회장의 역발상과 유류비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하려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분기 매출 16909억원, 영업이익 14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또한 162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808억원)과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최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한항공의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을 181억원으로 전망했다.

 

직전 분기 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대한항공은 1분기만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화물수송이었다. 화물 부문 매출은 1225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300억원)보다 94.6%나 늘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줄어들자 전년 대비 화물기 가동률을 22% 확대하고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수송하는 등 적극적인 수요 유치에도 나섰다. 그 결과 화물 공급이 1.9% 증가하고 수송실적(FTK)도 전년 동기 대비 17.3% 늘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화물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수요는 약 15%, 공급은 약 23% 줄어들었던 것이다. 여객기 위주 항공사업을 영위하던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 등은 항공화물 공급의 약 65%를 차지하는 벨리(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어려워지자 지난 5~6월 화물 운송실적이 전년 대비 30~45%까지 하락했다. 화물기를 운영하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도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실제 대한항공과 비슷한 노선에서 화물기를 운항한 캐세이퍼시픽도 올 상반기 화물 수송실적이 전년대비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와 루프트한자 등도 화물운송에 나름 치중했지만 각각 28%, 35% 줄어들었다.

 

대한항공이 나홀로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경영전략본부장, 화물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조원태 회장의 선구안이 있었다. 앞서 조 회장은 2010년대 장기 침체와 과다 경쟁으로 신음하던 항공화물 시장 환경에서 보잉777F, 보잉747-8F 등 최신 고효율 화물기단을 구축했다. 지난 2016년 최대 30대까지 운영하던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도 조 회장은 화물사업의 경쟁력 유지가 필요하다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이렇게 유지된 23대의 대형 화물기단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진 항공화물 시장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항공화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뉴욕 등 전용 화물터미널의 처리 능력을 극대화해 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고, 화물 예약·운송·수입관리 등 전반에 대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화물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투자를 지속했다.

 

미래 경쟁력을 키우고 위기 관리 능력을 키워 온 조 회장이었기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보자는 역발상도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올 3월부터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막히자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화물 공급선을 더 다각화하는 한편, 여객기 주기료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도 줄였다.

 

직원들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방역물품처럼 적시게 운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은 물론, 임시 전세편을 유치했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해 회사의 비용 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

 

다만 대한항공이 하반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항공화물 수요가 전년 대비 14%에서 최대 31%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항공사들이 화물 운송에 너나없이 뛰어들면서 공급 부족 현상도 해소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당분간 화물 수송에 주력하며 수익성 극대화를 통해 하반기 코로나 파고를 넘을 계획이다. 고효율 대형 화물기단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방역물품과 전자 상거래 물량, 반도체 장비와 자동차 부품 수요 등을 적극 수송한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생산기지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노선에 대한 공급을 늘리는 한편, 여객기의 화물 전용편 공급도 추가로 확대한다. 이와 관련, 9월 이후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요 회복을 노린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Care First‘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언택트 추세에 발 맞춰 홈페이지·모바일 앱을 개편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노력도 계속된다. 대한항공은 앞서 1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예정대로 1조원 규모의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송현동 부지,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약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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