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병석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뉴시스)

 

[스페셜경제=원혜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 2인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신중론’을, 야당은 여당의 ‘신속론’을 비판하며 '네탓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지난 13일 장장 9시간에 걸쳐 진행된 2차 회의에서 10명의 후보를 두고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이견만 확인한 채 최종 후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천위는 오는 18일 오후 2시 3차 회의를 열고 최종 2인의 후보를 압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합의된 부분은 추가 추천 없이 10명의 후보 중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야는 좀처럼 주장을 좁히지 못했다. 공수처장 후보를 신속히 정하자는 여당 측과 인사검증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야당 측이 맞서면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당 회의에서 공수처장 추천과 관련해 “지난 금요일 회의를 열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 수요일에 다시 회의를 연다고 하니 반드시 결론을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선다면 우리는 그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이번 달 안에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공수처를 출범시켜야한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전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8일 회의에서도 결론을 못 낼 경우에는 “법 개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며 “18일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이고 또 추천위 분위기, 논의된 내용 이런 것들을 최종적으로 봐야겠지만 야당의 힘 빼기라는 판단이 선다면 더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물러서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개정안)은 이미 전체회의에서는 소위로 넘겨진 상황이어서 소위에서 논의해야 되는데 25일 법사위 소위가 지금 예정이 돼 있다”며 “18일 날 상황을 보고 안 된다면 25일부터 공수처법 개정 논의를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백 의원은 법 개정 내용과 관련해서는 “의결 절차와 의결 정족수가 주요한 내용이 되겠지만,
국민의힘 쪽에서도 재정신청권을 폐지하는 등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놨고, 우리당 김용민 의원 안에도 공수처 검사들의 자격 문제나 여러 가지 내용을 내놓은 부분이 있다”며 “총체적으로 한 번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천이 연기된 진짜 이유가 일부 위원들의 ‘의도적 지연전술’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소수 비토권을 악용한 공수처 무산전략으로 판단될 때는 대안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음을 상기한다” 적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천위가 2차 회의까지 후보를 결론짓지 못한 것과 관련해 시간 끌기가 아닌 공정한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 측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인 이현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3일 금요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제2차회의는 신속론과 신중론의 격론이 있었고 심사 대상자의 적격과 추천 여부 심사를 위해 (추가) 서면자료를 받기로 하면서 18일 3차 회의로 속행됐던 것이므로 고의적인 지연술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날과 당일 받은 자료에 대한 검토만으로는 공수처장후보의 추천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야당 추천위원들은 국민들이 우려하거나 기대하는 공수처장후보 추천에 있어 졸속과 밀실, 깜깜이 심사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취지의 신중론으로 오늘 국회 실무지원단을 통해 심사대상자들에 대한 급여 등 수입자료와 사건수임내역, 언론보도 내용 등에 대한 추가 서면 질의 및 요청 사항을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 회동에서 “눈을 감고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자인 석동현 변호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생기고 가동을 시작하면 수사 대상은 정부 여당의 실세들과 그 가족인데, 막상 그런 공수처 설치에 적극적인 쪽은 여당 인사들이고 오히려 그 상황을 즐겨야 할 야당은 소극적이니 ‘아니러니’ 아닌가”라고 적었다.

한편 추천위원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위원회가 최종후보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추천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이 추천한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 야당이 추천한 임정혁·이헌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611@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