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가져가 특허 등록을 했으며, 이와 관련 소송 과정에서 증거인멸의 정황까지 있었다는 주장이다.

4일 LG화학은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특허로 등록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한 후,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6월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배터리 기술과 관련된 ‘994 특허’를 등록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LG화학이 자사의 994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침해를 주장하는 994특허는 출원 이전에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선행기술이다”라며 “LG화학은 이미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 이전에 해당 기술을 탑재한 자사의 A7배터리 셀을 ‘크라이슬러’에 여러 차례 판매한 바 있다”며 반박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달 28일 ITC에 특허소송 제재 요청서를 냈다. 요청서 제출 배경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특허소송에서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법적 제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제재 요청서에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A7 배터리를 참고해서 994특허를 취득했다는 내용 ▲LG화학의 A7배터리셀이 미국 특허법 102조 ‘특허 신규성에 관한 법’에 의한 ‘선행 기술’인 점 ▲SK이노베이션이 침해의견서를 통해 LG화학 A7배터리셀이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청구항에 대해 (A7배터리셀이 먼저 나온 제품이므로) 신규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남의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자사의 특허로 등록하고 역으로 침해소송까지 제기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 정황이 나왔다”며 “이것이 마치 협상 우위를 위한 압박용 카드이고 (LG화학의 제재 요청이) 여론을 오도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에 사안의 심각성과 정확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가 자사의 기술을 침해한 것이라는 증거로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에서 이직한 연구원이며, 이 사람이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 관련 재료, 무게, 용량, 사이즈, 밀도 등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한 점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와 994특허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아이디어에 관한 논의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삭제됐었는데, 이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하자 작성 일자가 크라이슬러가 LG화학의 A7 배터리를 채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던 점(2013년 5월 29일 작성) 등을 언급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이 시작된 지난해 9월 전후에도 지속해 핵심증거를 인멸해 온 정황도 포착했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소송 시작 두 달 후인 지난해 11월까지도 ‘팀룸’ 휴지통의 자동 삭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수천개의 파일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 등으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며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안흔ㄴ다는 ‘부정한 손’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부정한 손 원칙은 영미 형평법상의 원칙 중 하나로, 원고가 현재 주장하는 권리를 획득하는 데 부정한 수단을 사용했으므로, 구제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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