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든 반도체’로 제재 범위 넓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화웨이가 주요 거래처
모바일 D램 등 납품 중단시 매출 하락 우려
“스마트폰 수요 견고‥K칩 타격, 오래 안 갈 듯”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16GB 모바일D(사진=삼성전자)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한 3차 제재안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대부분의 기업이 고전할 때 분기 이들 기업은 반도체 덕분에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모든 반도체 업체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압박한 만큼, 화웨이를 주요 거래처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납품 중단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당장은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 대한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기술 쓴 반도체 팔지마화웨이 숨통 틀어막은 미국

 

미국 상무부는 지난 18일 전세계 21개국에 있는 화웨이 관련업체 38곳을 거래제한 목록(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로써 지난해 5월 이후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모두 152개에 달한다.

 

이번 제재를 통해 미국은 화웨이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화웨이와 그 계열사가 생산·구매·주문하는 부품이나 장비에 사용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라는 통첩인 셈이다.

 

미국은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 수위를 극단적으로 높이고 있다. 지난해 1차 제재 당시,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한해서만 미국의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화웨이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후 올해 5월에는 미국 외의 지역에서도 미국의 기술을 사용해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남품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제재를 강화헸다. 3차 제재에서는 더 나아가 화웨이가 설계한이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전세계 모든 반도체업체를 정조준했다.

 

2차 제재 이후 대만 TSMC는 화웨이와 반도체 위탁생산 거래를 중단한 만큼, 추가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업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은 반도체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반도체 장비 상위 3곳이 미국 업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17.27%)와 램리서치(13.4%), KLA-텐코(5.19%)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의 장비를 사용 중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초격차를 가능하게 한 EUV(극자외선) 장비도 이번 제재에 포함된다. 네덜란드 ASML이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해 EUV 장비 광원 핵심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제재 방침에 따라야 한다.

 

국내 반도체 큰 손화웨이거래 중단시 단기적 타격 불가피

 

화웨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게 큰 손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246800억원)로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은 세계에서 3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부품은 13조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를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두 회사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이미지센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기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포함한 5대 거래처에서 발생한 매출이 12%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3.2%, SK하이닉스의 비중은 11.4%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화웨이 3차 제재안에 따르면 이제 어떤 업체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가 힘들게 된 것이라며 당장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요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경우 단기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격의 진폭은 SK하이닉스가 더 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에 집중돼 있는데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은 SK하이닉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580만대를 팔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화웨이에서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이를 상쇄할만한 요소가 존재한다. 우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주요 거래처는 다각화된 데다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2분기 전세계적으로 화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는 지난해(25.7%)보다 늘어난 27.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애플의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가 TSMC과 거래를 중단하면서 자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생산이 막힌데다 CPU(중앙처리장치) 수급도 여의치 않으면서, 중거가부터 하이엔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한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반중 정서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분기 전체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다.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장비에서의 반사 이익은 이미 조짐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35.7%1위를 차지했고, 에릭슨(24.6%), 노키아(15.8%), 삼성전자(13.2%)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에 비해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성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연말 이후 캐나다의 비디오트론에 이어 미국 US 셀룰러, 뉴질랜드 스파크, 캐나다 텔러스로부터 5G 공급 계약을 따냈다. 최근에는 영국 정부로부터 화웨이를 대체할 사업자로 꼽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우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영국 하원 위원회에서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세계 스마트폰 수요 견고장기적으론 큰 영향 없을 것

 

시업의 내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얼마나 오래 깊게 미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다만, 현재 단기적으론 매출에 영향이 있겠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근이사(상무)스마트폰은 화웨이 독점사업이 아니지 않느냐단기적으로는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스마트폰 수요는 견고하다. 화웨이가 아니더라도 오포와 같은 중국업체가 약진하거나, 다른 스마트폰 업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매출 공백이 있더라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시일이 아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21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출에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 중국 첨단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산업에 주는 여파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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