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를 노려라’ 쏘나타 DN8 뭐가 다르길래?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SUV대세흐름에 판매량이 급감한 국내 세단시장에서 반격의 조짐이 엿보인다. 페이스리프트 그랜저와 풀체인지 K5가 최근 잇따라 출시되며 인기몰이 중인 것. 그랜저는 계약 첫날 직전모델인 6세대 그랜저의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대수를 훌쩍 뛰어넘고 한달만에 4만대를 넘겼다. 꼬리 물 듯 출시된 신형 3세대 K5도 계약 3일 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세단시장은 부활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을 던지기에 앞서 지난 3월 출시 된 쏘나타에게도 위로의 말을 한마디쯤은 던져줘야 할 것 같다. 정말 세단 부활기가 도래한다면 그 태동기에는 쏘나타의 이름을 올려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쏘나타는 당초 현대차 라인업의 형뻘인 그랜저와 다수의 부품을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빌트인 캠 등 현대차가 처음 시도하는 장치들을 그랜저는 물론 형제 브랜드인 기아차의 K7과 K5등에 전수해 준 것인데, K5의 경우에는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고, 사용자별로 세팅값을 저장하고, 디지털키를 주고받는 좀더 모험적인 기능들까지 넘겨받았다. 사실상 실험적인 기술들을 먼저 검증한 셈이다.

그런데 정작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은 K5다. 기존 1세대 K5에 버금갈 만큼 파격적인 외관변화를 추구한 영향이 크다. 그런데 상품성은 쏘나타에 비해서 크게 나아진 부분이 있을까? 쏘나타 DN8을 재조명하며, K5와의 비교중심 시승을 진행해봤다.


센슈어스·소나타N 기대감 키우는 ‘3세대 플랫폼’
CVVL엔진 
연비중심세팅이 반응성 저하로 체감


K5가 강조하는 대표적인 첨단 편의·안전장비를 살펴보면 ▲음성 인식 차량제어 ▲공기 청정 시스템(미세먼지 센서 포함) ▲카투 홈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전송 서비스 ▲테마형 클러스터 ▲기아 디지털 키 ▲빌트인 캠(주행 영상기록장치) ▲개인화 프로필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이 있다. 이 중 공기청정 시스템이 다소 상향되고, 카카오 음성명령 시스템의 AI가 좀더 업그레이드 되고,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전송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 K5가 쏘나타보다 우월해진 점이다. 단어들이 거창해서 그렇지 사실상 차량의 본질적인 옵션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데코레이션같은 옵션들로 판단된다.

공기청정 시스템은 K5가 그랜저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시스템을 넘겨받았다. 미세먼지 농도를 4단계로 측정해주는 기능과 필터를 통한 여과기능이 그것이다. 다만, 필터의 등급을 따로 표기해두고있지 않다. 미세먼지를 확실하게 걸러낼 수 있는 H13 등급 이상의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질적인 공기정화능력을 원한다면 별도의 제품을 구입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쏘나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전송 서비스는 어떨까. 이 역시 비슷한 시기 출시된 그랜저와 동일한 옵션이긴 하지만 하차 후 실제 목적지와 주차장소가 다를 경우 이를 안내해주는 옵션으로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없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엔진구성은 동일하다 2.0가솔린과 2.0하이브리드, 2.0LPI, 1.6터보가솔린 등이며 모두 현대차의 최신 엔진구성인 스마트스트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름은 변화했지만 2.0가솔린(CVVL)모델은 현대차의 최신 엔진기술인 CVVD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동일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쏘나타는 지난 3월 첫 출시 이래, 7월에 하이브리드, 9월에 1.6터보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개했고, K5는 사전계약 발표 때 4종의 엔진 버전을 모두 공개했다는 점이다.

쏘나타는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만큼, 외관상에도 다소 변화를 줬다. 하이브리드의 경우엔 그릴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 17인치 전용휠을 추가하는 정도의 변화가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1.6터보 모델은 차이가 큰데, 공개 시에는 ‘센슈어스’라는 별도의 명칭을 붙이고(예전 ‘스포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관 디자인에 상당부분 변화를 줬다. 향후 고성능버전인 쏘나타N까지 고려한 디자인인 셈이다. 반면 K5는 하이브리드의 경우엔 에어인테이크 부분의 차이정도를 줘 쏘나타처럼 소폭 변화시켰지만, 1.6터보의 경우에는 외관상 차이를 두지 않았다. 2.0가솔린과 외형이 동일하다. 다만, D컷 핸들을 추가하고, 전용 외장 색상과 19인치 전용휠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쏘나타의 경우는 18인치 휠이 최대 사이즈다. 1.6터보 버전끼리의 상세한 비교는 추후 해당 시승기에서 진행토록 하겠다.

가격대는 얼추 비슷하다. 시승 모델인 2.0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쏘나타는 2,346~3,289만원, K5는 2,351만원 ~ 3,092만원이다(개별소비세 3.5% 기준). 액면가만 놓고보면 쏘나타가 더 비싸 보이지만 현대차는 네비게이션 등 옵션을 트림에 포함시켜 상대적으로 트림 가격이 더 있게 보이는 편이고, 기아차는 옵션을 별도로 분리해 트림가격이 좀더 낮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보니 실제로 동일 옵션을 선택한 기준에서는 거의 엇비슷한 가격이 나온다. 다른 엔진을 선택하더라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취향은 갈리지만 ‘혁신성’은 용호상박

사실상 쏘나타와 K5는 엔진 라인업이나 가격 구성이나 옵션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신형 K5가 디자인 정체성을 호랑이코 그릴(타이거 노즈)에서 타이거 페이스로 확장시키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릴-헤드램프-범퍼그릴-에어인테이크를 선보이고, 패스트백처럼 보이게 만드는 후면 크롬라인 등 신선한 디자인을 어필한 것이 현재 쏘나타보다 주목도가 올라간 이유로 풀이된다. 물론 K5가 최근 중형세단이 겨냥하는 20~30대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젊고 스포티함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보이긴 하지만, 사실 디자인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는 쏘나타 역시 부족할 것은 없는 모델이다.

신형 쏘나타는 작년 3월 제네바 모터쇼서 콘셉트카 ‘르 필 루즈’를 통해 공개한 현대차 차세대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그랜저에 앞서 세단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여기에 2014년 3월 7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만의 풀체인지 되는 모델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상당한 외관적 변화를 맞았다.

신형 아반떼·그랜저처럼 헤드램프가 그릴 안을 파고드는 형태는 아니었으나 위로 빠져있는 헤드램프가 ‘램프’라기 보다는 바디의 일부처럼 보이는 디자인을 구사했다.

특히 그랜저 보다 앞서 적용된 ‘히든라이팅’은 기아차에는 적용되지 않는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다. 신형 쏘나타는 과거 YF와 LF를 거쳐 계승된 헤드램프 끝선에서부터 보닛을 타고 1열 도어까지 연결되는 크롬라인에 이 히든라이팅을 적용했다. 히든라이팅은 비점등 시 크롬 재질로 보이지만 점등 시에는 램프로 변환돼 빛이 투과되는 주간주행등(DRL)이다.

측면부는 오목돋보기처럼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 됐다. 여기에 두 개의 캐릭터라인이 부드럽게 감싸는 형태가 되면서 슬림 하면서도 우아한 형태가 강조됐다. 후면부에는 횡으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라인을 긋고 그 위의 트렁크 리드 부분을 마치 리어스포일러처럼 날렵하게 찝어올렸다. K5가 리어윈도의 연장선에 블랙하이글로시 재질로 덮고 크롬테두리를 해당부분까지 연장하면서 스포트백의 착시효과를 주어 좀더 스포티해보이는 면이 있지만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트렁크가 시작되는 지점은 쏘나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쏘나타는 혁신적인 디자인변화를 추구하는 와중에도 좀더 정석적이고 스탠다드한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K5의 디자인이 좀더 과감한 모험을 즐기는 젊은 층의 높은 선호도를 이끌어내는 것은 이같은 배경으로 느껴진다.


K5가 약간 더 크지만 유의미한 공간성 차이는 아냐

공간성 자체도 두 차량이 모두 새로운 3세대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서로 거의 차이가 없다. 수치상으로는 K5가 쏘나타에 비해 전장이 5mm, 휠베이스가 10mm가 더 길지만, 사실상 이정도 수치는 큰 체감을 느끼게 하긴 어려운 미미한 사이즈라고 볼 수 있다. 두 차량 모두 전 세대에 비해서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공간적인 측면에서 불만을 나타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쏘나타의 2열 공간은 전 세대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2열시트 폴딩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똑같다.


실내의 구성도 내장재에 투자한 정도 자체가 비슷해보이는 구성이다. 다만, 쏘나타는 좀더 수평적인 디자인에 가깝고, K5는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이 전반적으로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쏘나타는 안정감을, K5는 운전자 중심의 역동성을 중점에 두고 디자인된 듯하다.

첨단 편의·안전장치 등은 앞서 언급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두 차량이 공유한다. 특히 스마트폰 연동과 관련한 시스템이라든가, 빌트인 캠 등은 쏘나타가 그 시작점이었다.

주행감성, LF와는 뭐가 달라졌나

시승기를 작성하는 현 시점은 K5의 사전계약 기간으로 기자들도 아직 직접 K5를 시승해보지는 못한 상태다. 주행감성과 관련한 부분은 이전세대인 LF쏘나타와의 차이점 위주로 살펴봤다. 여담이지만 기자는 현재 3년가량 LF쏘나타를 타고 있다.

LF를 오랜 기간 운전해 본 입장에서 가장 먼처 체감됐던 부분은 스티어링휠의 감각 부분이다. 시승차량인 2.0가솔린 모델은 여전히 R-MDPS가 적용되지 않는다(1.6터보에만 적용). 그럼에도 전 세대에 비해 상당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유격이 상당부분 줄어들었고 초반부의 핸들링이 매우 부드럽고 섬세해졌다. 반면, 유턴이나 코너링직후 핸들을 풀 때는 다소 묵직해지는 느낌이라 빠르게 핸들을 말아 쥐었다가 부드럽게 풀어내는 작업이 수월했다.

또, 3세대 플랫폼의 안정성 부분이 체감이 큰 데 코너링 시에 몸을 잡아주는 정도가 상당히 향상됐다. 아울러 요철을 밟거나 방지턱 등을 넘는 등 불안정한 도로주행상황에서 충격을 분산시켜주는 정도 또한 체감할 수 있는 정도로 성능이 올라왔다. 시트는 불쾌하게 딱딱하지는 않은 선에서 적당히 단단함을 갖춘 전 세대의 세팅과 닮아있다. 다만 좀더 탄탄해진 느낌이 강하고 단단함만으로 놓고 보면 최근 시승한 그랜저보다도 강성있는 세팅을 지향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NVH적인 측면에서는 전세대가 오히려 약간 더 조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부분이 있었다. 윈드글라스와 측면도어 사이에서 느껴지는 소음은 전세대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고, 엔진소음 측면에서는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적은 것은 전작과 비슷했던 반면, 엔진 자체의 음색이 좀 더 카랑카랑해진 느낌이 있었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 전 세대 차량이 크게 소리를 부풀렸던 것에 비해 이번 신형 쏘나타는 상대적으로 음색차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일반모드와 스포츠모드의 변화 수준도 전 세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적당히 핸들이 묵직해지고, 엑셀러레이터의 반응이 살짝 올라오는 정도의 느낌이다. 이 세팅값의 변경은 사실상 토크가 부족한 가솔린 엔진 특성상 토크를 더 높게 끌어올릴 수 있게 변경하는 정도의 세팅이 주된 의미로 생각된다.

이 차량의 가장 큰 약점은 엔진이다. 사실상 재원상 스펙만 보면 이 엔진은 LF쏘나타에서 뉴 라이즈(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현재의 완전변경까지 오는 동안 마력이 168hp→163hp→160hp로 디튠 됐다. 토크도 0.5kgf.m정도 떨어졌다. 제로백은 이전세대에 비해서 향상됐는데 엔진 자체의 효율성이 좀 더 개선되고 플랫폼 변경에 따른 무게배분 향상 등이 이뤄진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엔진의 반응성 부분에서는 전세대 CVVL엔진보다도 둔감해졌다. 소리가 먼저 크게 울린 뒤에 한참이 지나야 실제 속도로 변환되는데, 체감폭이 상당하다. 물론 이 엔진은 마력이 디튠되는 동안 연비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료분사를 최적화 하는 과정에서 초반 응답성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물론 2.0가솔린을 타는 주된 소비자들은 가족용 세단으로서 사용하기 때문에 이같은 부분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주행감성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라면 1.6터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엔진만 떼어놓고 보면 쏘나타는 플랫폼 변경에 따라 여러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향상이 있었던 만큼 향후 고성능 버전인 쏘나타N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쏘나타와 K5의 차이점에 주목해서 내외관 리뷰를 해본 결과, 몇가지 소소한 AI관련 옵션을 제외하면 대부분 디자인과 관련된 요소들인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가족중심의 부드러움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쏘나타의 디자인이냐, 운전자 중심의 거칠고 역동적인 K5의 디자인이냐가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는 시승차인 2.0가솔린 중심의 비교다. 쏘나타 역시 센슈어스 버전은 상당히 역동적인 감성이 포함된다.

 

승차감과 주행감각의 차이는 추후 K5 시승 이후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니만큼 이번 시승기에서는 판단을 보류한다. 다만, 3세대 플랫폼의 적용이나, 엔진 구성이 동일한 만큼 전반적인 느낌은 유사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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