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된 ‘대선 진로 딱 좋은데이’…‘풍향이 바뀐다, 조국→ 한국당’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제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바람 앞 촛불 같은 신세’.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뜻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신세가 딱 그래 보인다. 잠시 짬이라도 나면 자신의 SNS에 ‘촛불혁명’을 운운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검풍(檢風)’ 앞에 놓인 촛불 신세가 아닐 수 없다.

조국 장관과 그 일가의 운명은 ‘윤석열 검찰’에 달려있다. 조 장관 및 일가를 겨냥한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흐름과 검찰발(發) 언론보도를 보면,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유지해도, 장관직에서 내려온 자연인 신분이어도 검찰의 칼날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조 장관을 대한민국 제66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도 조 장관 일가를 겨냥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손 쓸 방도가 없어 보일 정도다.

문재인 정권 실세 중 한명으로 꼽히던 조 장관이 현재 ‘암(暗)’에 비유된다면, 조 장관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명(明)’이라 하겠다.

집권세력과 지지층은 윤석열 검찰을 향해 비난과 야유를 퍼붓고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힘이 가장 셀 때라는 집권 3년차에 권력에 굴하지 않고 고강도 수사를 감행하는 윤석열 검찰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조국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50일, 장관으로 임명된 지는 보름이 훌쩍 넘었다. 검찰 수사는 이제 정점으로 치닫고 있고, 조 장관과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 및 기소 여부를 기점으로 ‘조국 블랙홀’ 정국은 어느 정도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윤석열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 장관 일가로 향해 있던 칼날을 돌려 다음 사냥 대상에게 겨눌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조국 정국 이후에도 계속될 ‘윤석열의 시간’에 대해 전망해봤다.

 

金·洪 “조국 펀드는 대선자금 만들기”
즐거운 유시민?‥曺 옹호, 친문 결집?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숱한 논란과 의혹 가운데 딸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딸·아들 허위 인턴 의혹 등 조 장관 자녀들의 ‘스펙 품앗이’를 제외하곤 대부분 돈과 연관이 돼있다.

특히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이 그렇다.

조 장관 부인과 구속된 조 장관 5촌 조카, 조 장관 처남 등이 펀드운용사(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및 펀드(레드·블루·그린·배터리)에 십 수억 원 단위의 자금을 투자했고, 이들은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과 액화석유(LP) 가스 판매회사인 ‘신성석유’ 대표 등과 결탁해 ‘비상장사+상장사’를 통한 우회상장을 노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 육성정책인 2차 전지와 맞물린 허위 공시를 띄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56억 4244만원이고, 이 중 예금만 34억 4347만원에 달한다.

속사정이야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재산만 놓고 보면 그리 궁핍하게 살 만한 형편은 아니어 보인다.

그럼에도 조 장관 일가가 편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며 사모펀드에 무리한 투자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지금껏 정의와 공정의 아이콘인양 자신을 과대 포장해왔던 조 장관이 머쓱해지게 말이다.

물론 돈에 대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물질적 욕구 탓에 문재인 정권 고위 공직자 198명 중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무성 “대선 자금 만들어야 하는 입장”…홍준표 “대권 경선 자금 의식”

하지만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선 다르게 풀이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 대표 시절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조 장관 부부가)1년에 한 두 번 본다는 5촌 조카에 10억원의 거금을 맡긴 것이 의문스럽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해서 밀어줬고, 조 후보자는 대선 준비를 위한 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며 조 장관 일가의 펀드투자는 ‘대선자금 만들기’ 일환이라 의심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자웅을 겨뤘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에 대한 각종 의혹은 대부분 그의 도덕성 타락과 공인 윤리 실종에 기인하지만, 펀드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린 것은 대규모 ‘정치자금’을 모아둘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며 “지금은 과거와 달라 대권도 대규모 정치자금이 필요 없는데, 아마 당내 경선용 자금을 너무 의식 했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또 “안희정·이재명을 보내고 이제 (진보좌파진영 대권주자로)남은 것은 이낙연·박원순 정도인데, 이낙연은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하다고 보여 지고, 박원순은 (친문)순혈이 아니니 (차기 대권을 물려)줄 수 없고, 그래서 조국이 (대권이라는)허욕을 품고 큰돈을 마련하려고 하다가 윤석열 검찰에 덜컥 걸린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결국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는 조 장관이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을 염두에 둔 ‘실탄 창고’였다는 게 과거 대권주자들의 해석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초대 공수처장 지낸 뒤 대권 직행 큰 그림?

다만,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펀드운용사 ‘코링크’가 설립된 시기는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 2월이다.

따라서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가 대선 자금줄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시기상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조 장관이 인생역정의 최종 목적지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일찌감치 실탄 준비에 나설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포스트 문재인’으로 지목되던 여권 대선주자들이 차례차례 치명상을 입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최종 목적지에 예상보다 빨리 다다를 수도 있겠다’는 야망을 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김무성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선거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인들로, 국회 상임위원장과 정당 원내대표, 당 대표를 거쳐 대권을 바라봤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촉’을 마냥 간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조 장관 본인도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3일 페이스북에 “참으로 오랜만에 고교 동문 선후배들과 소주 한 잔 합니다. 종류별로 돌아가며, 허리띠도 풀고 격식도 버리고, 고향은 언제나 원초적 힘을 불어넣어 준다”며 ▶부산·경남의 ‘대선’ 소주병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병 ▶무학의 ‘딱 좋은데이’ 소주병이 차례로 나열된 사진을 올렸는데, 해당 소주의 이름을 합치면 ‘대선 진로 딱 좋은데이’가 된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다 계산된 것’으로 여기는 여의도 정치권 관점에서 보면, 조 장관이 애용하는 SNS를 통해 향후 자신의 목적지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됐고, 실제 추석명절 기간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이어 대권주자 지지율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쩌면 조 장관은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지낸 뒤 대권으로 직행하는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유시민이 조국을 두둔하는 이유?

그러나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기도 전 윤석열 검찰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오히려 감옥에 갈 우려가 커지게 됐다.

조 장관 본인 또는 부인, 둘 중 한명은 감옥에 갈 우려가 커짐에 따라 대권에서 멀어지게 되자, 홍준표 전 대표는 앞서 언급했던 24일자 페이스북에 “대권투쟁은 하늘이 정하는 거라고 내가 말한바 있다”며 “유시민이 제일 즐거워하겠다”며 ‘조국 정국’의 수혜자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지목했다.

유 이사장은 조 장관 딸 동양대 표창장 의혹이 제기될 당시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해 ‘시나리오를 하나 보여드릴게’라며 조 장관을 살리자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경심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자신이 사용하던 동양대 컴퓨터를 반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컴퓨터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 ‘증거 인멸이 아닌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조 장관 두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유 이사장이 ‘조국 옹호’ 효과로 친문 지지층을 결집해 차기 대권을 노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균형 맞추는 檢‥한국당에 칼 겨누나?
박수 받는 尹…서초동 ‘대망론’ 태동?


‘조국 정국’ 이후에도 계속되는 윤석열 타임

홍 전 대표의 주장대로 진보좌파 내부의 경쟁자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가는 게 유 이사장에겐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최근 묘한 기류가 감지되면서 진보든 보수든 기존 대권주자들에겐 달갑지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대망론’이 태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26일자 스페셜경제TV <김앤장 내로남불> 방송에서 “조국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윤석열 검찰은 이제 한국당으로 화살을 돌릴 것”이라며 “지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때문에 (한국당 의원)59명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윤석열 검찰이 한국당을)봐주지 않을 거 아니냐. 지금까지 ‘와~ 윤석열 검찰 정말 잘한다’고 야당에서 박수치고 있는데, 자기들 조사한다고 또 정치검찰이라 욕할 수 없잖은가”라며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에프터 조국(조국 정국 이후)이 더 염려된다”며 “검찰은 항상 균형을 맞춰왔다.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 그렇게 했을 때 과연 한국당은 살아남을 건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조 장관을 이렇게까지 (수사)했으니, 검찰 입장에서도 야당은 살살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가 지시한 거니까, (검찰 조사에)나가지 마라’고 그러면 검찰은 기소할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한국당 의원들이)재판장에 안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장 소장과 박 의원의 주장은 결국 조국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이후에는 윤석열 검찰이 한국당에게 칼을 겨눌 것이란 분석이다.

즉, 조국 정국 이후에도 ‘윤석열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고발…한국당 총선 악재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2중대’로 비판받는 정의당은 지난 4월 선거법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를 위해 물리력을 행사한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 당직자들을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그동안 이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던 경찰은 지난 10일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국회법 제166조에 따르면 국회 회의를 방해하는 행위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면 최소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공직선거법 제19조 4항은 국회법 제166조에 따른 처벌을 받을 경우 징역형은 형 집행 종료 후 10년간,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형 확정 후 5년간 공직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내년 4·15 총선 전까지 국회선진화법 위반 여부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선고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무혐의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도 방송과 신문, 인터넷에 사진이 도배가 될 것이고, 이는 국민들이 보기엔 죄를 지은 것처럼 인식될 소지가 다분하다.

아울러 검찰 기소로 총선 정국과 맞물린 시점에 재판을 받는다면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상대당의 흑색선전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해야 하며, 설사 당선이 되더라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 입장에선 총선 악재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국민들 관점에서는 그동안 ‘권력의 충견’이란 비난을 받아왔던 검찰이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우파든 좌파든 정파를 떠나 원칙과 절차대로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을 응원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초동을 바라보는 여의도 일각에선 ‘윤석열 대망론’ 태동을 예측하고 있다.

 

▲ 지난 4월 29일 한창민(오른쪽) 정의당 부대표와 신장식 사무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의안과와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42명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

윤석열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칙과 절차대로 수사를 한다면 검찰 조직은 권력의 충견에서 ‘국민의 검찰’로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고, 국민들도 이를 지지할 것이다.

이런 지지는 향후 윤 총장의 대권출마를 희망하는 기류로 발전될 수 있다.

물론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다만, 윤 총장이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마도 윤석열의 시간은 내년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이었던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총장의 폭로는 대구고검 발령이라는 좌천의 빌미가 됐고, 한동안 한직을 맴돌았다.

이런 윤 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면서 와신상담의 기지개를 켰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적폐청산 수사 공적으로 사법연수원 선배들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고, 후보직을 고사할 법도 했지만 윤 총장은 고사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대한민국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직후 문재인 정권 실세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어쩌면 윤 총장은 검찰개혁을 운운하기에 앞서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조직이 되길 간절히 바라왔던 것은 아닐까.

그 간절함을 이루기 위해 선배들을 제치고 검찰조직의 수장이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살아있는 권력과 정치권에 굴하지 않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조직을 만드는 게 검찰총장이 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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