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 실효성 입증,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양형 결정에 중요 변수
재판부 ‘잡음無’ 특검 ‘공소 유지’ 이 부회장 ‘사법리스크 경감’
엇갈린 이해관계 속 중립-공격-방어에 방점 찍은 인물로 대리전

▲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요소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 3명을 선정했다. 왼쪽부터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홍순탁 변호사.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실효적 운영을 판단할 전문심리위원 구성이 완료됐다. 전문심리위원의 평가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이 결정되는 만큼, 이들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선정부터 부적절공방

 

세계 5위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인 삼성은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대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다.

 

·중 무역갈등, 강제 징용 배상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세계 주요국에서의 보호주역주의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교역질서 재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집권여당의 공정경제 3법과 보험업법 개정 등 입법 압박도 거세다.

 

이 부회장은 6년 넘게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지만, 회장 취임부터 뉴삼성을 위한 조직·인사 개편, 지배구조 개선, 핵심 사업 고도화 등 과제가 산적하다. 삼성의 구심점이었던 이건희 회장의 부재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과감하게 신사업을 개척하며대내외에 삼성의 건재함을 보여줄 오너 이재용의 경영 공백은 삼성에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법리스크를 줄이려는 이 부회장측과 수사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겠다는 특검의 공방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측은 준법위 전문심리위원 선정을 놓고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1(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재개된 5차 공판에서 양측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들어 상대측 추천후보의 부적절성을 문제삼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 측 추천후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변호인이라는 점을, 이 부회장 측은 특검 측이 추천한 인물이 삼성의 경영권 문제를 줄곤 문제삼아온 참여연대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재판부는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전문심리위원 선정은 형사소송법상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양측의 추천 후보를 모두 선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 몫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천거한 홍순탁 회계사와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3명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준법위 양형요소 놓고 엇갈린 시각 

 

준법위는 올해 2월 출범한 독립기구다.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불법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준법 경영 강화를 요구함에 따라 설립됐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삼성의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이들 회사의 준법 경영을 들여다보고 있다. 준법에 입각한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수립과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 시민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을 충실히 수립하고 지키는지가 이들의 관심 대상이다.

 

지난 6월에는 7개 계열사의 준법 준수 담당 임원으로부터 직접 이행방안을 보고받고 보완을 주문했다. 특히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정비하고 산업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요청하는 한편, 시민사회와 협력해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7월에는 준법경영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독일 지멘스의 사례를 공유하고 7개 계열사 실무책임자를 포함해 준법감시를 강화할 수 있는 교육·홍보·조사 등을 논의했다. 50억이 넘는 내부거래를 확인하고 준법 경영 관련 신고·제보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일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 이 부회장과 직접 만나 준법 경영 의지를 확인한 데 이어 내년 초엔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CEO)과 면담을 실시, 준법 경영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준법위의 주문에 따라 올해 삼성 내 준법 경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사회 산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 관계 자문그룹 구성,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노동·인권단체 인사 초청 강연, 시민사회 소통 전담자 지정 등이 이뤄졌다. 특히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의 복직이나 기자 출입증을 사용한 삼성전자 임원 사직 처리는 삼성의 전향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심리위원들은 이러한 준법위의 활동을 면밀히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재판부와 특검, 이 부회장 측의 입장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을 다소 결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2개의 재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의 연결고리는 경영권 승계.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물려주고자 정권의 실세에 청탁했고, 최소 비용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적 불법행위가 벌어졌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더군다나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이 인정한 뇌물죄에 대한 양형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검과 이 부회장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 만큼, 양측의 추천 위원들은 사실상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

 

재판부 역시 또다른 의미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을 설득해야 한다. 특검은 재판부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내왔던 터다. 당초 준법위를 양형요소에 포함하기로 한 재판부에 편향적이라며 기피신청을 냈다 기각되자, 재항고했을 정도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기각했지만 특검은 법원조직법상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징역 5~166) 내에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유감을 표했다이 부회장 측도 필사적이기는 마찬가지.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인해 본격화된 이재용 체제가 사법리스크를 줄이지 못할 경우, 본인이나 그룹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검의 불신을 잠재우고 이 부회장 측의 반발을 줄이면서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재확인시킬 기회인 것이다.  

 

동상이몽’ 전문심리위원들 대리전 펼칠 듯

 

상충되는 이해관계 속에 각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는 일종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각자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 줄 최적의 인물들이 발탁됐다

 

재판부의 추천인인 강일원 전 재판관은 중립에 방점을 찍었다. 사법연수원 14기로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장 등을 거친 강 전 재판관은 20129월 여야 합의로 헌재 재판관에 추천될 만큼 중도적이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해산 의견을, 2015년 교원노조 가입자를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에 합헌 의견을 개진했다.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헌법소원 땐 주심을 맡아 합헌에 찬성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주심 재판관을 맡으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부터 기피신청을 받는 와중에도 날카로운 질문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재판을 이끌며 원칙주의자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특검은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공소 유지를 위해선 준법위의 실질적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 부회장 측의 논리를 뚫을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에 특검은 홍순탁 회계사를 내세웠다.

 

홍순탁 회계사는 대표적인 반() 삼성 인사로 손꼽힌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한 이후 삼성의 조직문화와 경영 승계를 깊이 연구한 전문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을 맡고 있으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홍 회계사는 줄곤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에 천작해왔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관련 기자회견 등에 얼굴을 비췄다. 지난 9월엔 이 부회장 공소장과 관련, ‘합병 전후 삼바 분식회계에 대한 외감법 위반에 대해 발제를 맡은 바 있다.

 

이 부회장 측은 방어다. 수년 간 지속된 시민사회단체의 압박과 특검의 공격을 노련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그런 만큼 대형 사건을 수사한 이력과 검찰 내에서의 신망, 여야 정치권과의 연까지 두루 고려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특수통인 김경수 변호인이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법연수원 17기인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 검사 및 부부장검사, 특수2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하며 기업·건설·보험·조세·증권금융 등 경제범죄나 공직선거·뇌물·알선수재 등 부패범죄 수사를 주로 맡았다. 한보그룹 비리, 이용호 게이트, ()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아들 비리 등 대형 수사가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하마평에 올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드루킹 특검 물마에 올랐던 김 변호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변호를 맡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총장 후보, 21대 총선 경남지역 출마자로 거론될 정도로 여권과 가깝다. 얼마 전엔 국민의힘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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