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품귀현상을 빚고있는 현대자동차의 인기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일부 노동조합원의 이기주의로 ‘대기고객 엑소더스’를 연출하고 있다. 기약없는 물량 대기줄에 구매 대기 고객 중 2만명 이상이 이탈하고 있는 것. 문제는 현대차는 생산라인을 확대해 물량을 더 공급할 수 있었지만 추가수당에서 손해가 생긴다며 물량 배정을 독점하려는 일부 노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는 형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고용안정위원회 통해 팰리세이드 증산 문제를 협의했다. 사측은 기존 울산 4공장 외에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 생산 물량을 주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 설득을 위해 회사 내부의 ‘팰리세이드 국내외 판매 동향 및 중장기 수요’ 자료까지 공개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물량공급의 다급함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신차 생산 또는 공장별 물량 조정 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대차가 작년 말 공개한 팰리세이드 국내 누적 계약 물량(7월 11일 기준)은 9만6600여 대로, 이 중 3만4600여 대가 출고 돼 소비자에게 인도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팰리세이드 구매 대기자 중 계약 해지 소비자만 2만17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계약의 22.5%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국내의 밀린 주문 물량만 3만5000대 이상이며, 현 시점에서 차를 주문해 수령하는 데 까지는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세이드는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현대차가 전월 미국에 팰리세이드를 수출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계약 물량이 3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올 미국 시장 판매 목표(1만9000대)의 150%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실적 호조에도 현대차가 웃지 못하는 것은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로 추가 공급물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사 측은 올해 초 노조에 증산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3개월간 시간을 끌다 4월에야 합의해 월 생산량을 종전 6200여 대에서 8600여 대로 38%가량 늘렸다.

팰리세이드의 인기는 이정도 증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현대차는 1차 증산 이후 4공장에서 월 8000대가량의 팰리세이드를 생산 중인데 이 가운데 약 5000대는 미국 수출용이다. 국내 시장 공급량은 월 3000~3500대 수준이다.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국내 대기 물량이 3만5000대 넘게 쌓이는 상황이 됐다.

사측은 지난 6월 추가 증산을 추진했다. 팰리세이드 생산을 기존 울산 4공장 외에 2공장에도 분배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한 것. 다만, 이후 노조 집행부를 설득하는 시간만 한 달 가까이 소요됐으며, 최근들어 간신히 집행부가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번에는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4공장 노조 대의원들이 특근 수당이 줄어든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생산 물량을 2공장과 나누면 4공장 근로자의 특근 일수가 감소해 임금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현대차 노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주 재차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 시장의 좋은 반향을 이끌어냈지만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다수의 고객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노조의 특근 수당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단체협약에 발이 묶여있는 이상 이같은 상황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신차 생산 또는 공장별 생산 물량 조정 시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는 단협 규정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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