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의혹에 비친 文 정권의 민낯

▲ 2012년 4월 9일 통합민주당 부산 사상구 문재인 후보가 통합민주당 송철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울산 중구 병영 사거리에서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한 노회한 현직 국회의원은 작금의 문재인 정권에 대해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등 분명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윤 총장’이라며 임명을 강행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인 살아있는 권력에 정면으로 칼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온갖 정의로운 척 다 하더니, 알고 보니 ‘위선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생생한 민낯을 드러나게 한 윤석열 검찰.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 이제는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 나아가 문재인 정권의 존립 기반까지 흔드는, 좀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현 정권을 날려버릴 기세다.

청와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이 ‘형’이라 부르는 여당 후보 당선을 목적으로 경찰을 동원해 야당 후보의 비위 의혹을 수사케 한 ‘하명수사’ 또는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과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의혹과 검찰 수사상황이 사실이라면 이건 매 정권마다 불거지는 정권비리 차원을 뛰어넘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그야말로 반헌법적이자, 반국가적인 '국기문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하명수사 의혹의 큰 줄기만 보자면,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2017년 10월경 당시 청와대 문모 행정관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관련 비위 의혹 첩보를 제보했고→문 행정관은 이를 일부 편집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으며→백원우 비서관은 소관 비서관실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전달하고→반부패비서관실은 경찰청에 이첩→경찰청은 같은 해 12월 ‘김기현 첩보’를 관할지역인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김기현 첩보를 제보 받은 문모 전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친구이며, 제보자인 송병기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조례까지 바꾸면서 그 자리에 올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황.

그리고 과거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한 대통령.

청와대는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의 친소·이해관계 등을 따져 봤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과 검찰 수사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청와대 선거개입 하명수사란 야당의 지적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국정원 댓글사건’이 어른거리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고 나아가 정권을 끌어내릴 수도 있는 폭발력을 지닌 청와대 선거개입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막기 위한 검찰의 몸부림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앞서 언급했던 노회한 현직 국회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어쩐지 ‘제2의 국정원 댓글사건’이 되는 것 같다”고.

노회한 국회의원이 떠올린 국정원 댓글사건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소속 요원들이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에 댓글을 남기는 등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 조사를 받던 검사와 변호사 등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이번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전직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일명 ‘백원우 별동대’ 소속이었던 백모 검찰 수사관이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 댓글사건처럼 권력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고, 이에 따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제2의 국정원 댓글사건이 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백원우 별동대였던 백 수사관이 숨지기에 앞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 울산까지 내려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하명을 위해 내려 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 때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지난달 29일)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 부처 간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없을까 해서 내려갔다”고 했다.

백 수사관이 고래고기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는 노 실장의 주장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영민 비서실장은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고 했는데 노 실장 말대로라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고인이 목숨을 끊은 것이 된다”며 “이 말을 어느 국민이 믿겠나. 노 실장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수수 의혹 감찰 무마는 둘 다 심각한 범죄이고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특히 “유재수 감찰무마는 정권 차원의 비리게이트이지만, 선거개입 하명수사는 ‘민주주의 근간과 국가의 존망 뒤흔드는 반국가적 범죄’”라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심리적 타살…“文 정권 들어 자살한 죽음이 벌써 몇 번째인가”

백 수사관이 죽음에 이른 데에는 ‘심리적 타살’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검찰이 별건 수사로 압박해 백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야당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백 수사관을 상대로 유재수 전 부시장의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한 탓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이든, 청와대의 집요한 요구든 이유야 어찌됐든 백 비서관은 심리적 압박에 의한 자살이라는데 청와대와 야당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백 수사관이 ‘자살을 당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권이 들어 정권과 관련된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언주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를 향한 전진4.0 창당준비위원회(이하 전진 4.0 창준위)’는 지난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던 청와대 민정비서실 전 감찰반원이 엊그제(1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이번 정권 들어 자살한 죽음이 벌써 몇 번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정원 댓글사건 관계자 변창훈 검사와 정치호 변호사, 세월호 기무사령부 감찰관련 이재수 기무사령관, 드루킹 사건 연루자 노회찬 의원, 며칠 전 조국 펀드관련 불법자금 조성 혐의를 받던 상상인 저축은행 직원 그리고 이번 전 청와대 감찰반원. 이밖에도 여럿 있다”며 “문재인 정권과 관련된 사건의 중요한 증인들은 왜 자살을 해야 하는가? 과연 자살이 맞는가”라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 전진4.0 창준위 국기문란 선거개입 문재인 하야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文 정권에서 발생한 극단적 선택

2013년 국정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된 서울고등검찰청 변창훈 검사는 국정원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현안TF’ 일원이었는데, 당시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으며, 2017년 11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서초동의 한 건물 4층 화장실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변창훈 검사가 자살하기 일주일 전인 2017년 10월 30일에는 변 검사와 같은 혐의를 받았던 정치호 변호사가 본인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정 변호사의 유족들은 정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동기가 없다면서 댓글 사건 방해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정 변호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조작의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2018년 7월 2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생 부부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노회찬 의원은 유서를 통해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드루킹 이끈 조직)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인터넷과 SNS에서는 ‘노회찬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됐고, 노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및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은 법정에서 노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면서 “유서 내용을 접한 순간 이 죽음이 조작됐다는 강한 확신을 받았다. 노 의원이 자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거기 있던 시체는 노 의원이 아니라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내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7일에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오피스텔에서 투신했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지난 2014년 5~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기무사 내에 ‘세월호 TF’를 설치해 유가족들의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수사경과에 비춰 도망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나 불과 나흘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전 사령관은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 (기무부대원)모두에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당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촛불혁명 대통령 문재인이 기무사를 쿠데타 음모로 몰아 ‘해편(해체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하더니, 기어이 이 전 사령관까지 죽였다”며 “너무하다”고 했고,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이 광란의 마녀사냥 언제 끝나려나? 당신들도 천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운용에 연루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상상인 저축은행 관계자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모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상상인 저축은행은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총괄대표로 근무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관련 주가 조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이 수사하거나 정권이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핵심 인사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연 자살이 맞는가’, ‘자살 당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캠핑장'이 송철호 선거캠프였나?…靑과 송병기의 불협화음

청와대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하명수사 의혹을 해명하면서 거짓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민정 대변인은 민정비서관 문모 전 행정관이 정당 소속 경험이 없는 공직자로부터 SNS를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을 제보 받았다고 했으나,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청와대에 제보할 즈음 송철호 울산시장 출마를 돕는 모임에 합류한 상태였고, 이후 송 시장 선거캠프에서 정책팀장까지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SNS가 아닌 안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첩보를 제공했다고 했다.

또한 청와대는 송 부시장과 문 전 행정관이 ‘캠핑장에서 우련히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했으나, 송 부시장은 2014년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안신당(가칭)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말한 ‘캠핑장’ 제보가 사실은 (송철호 울산시장)선거캠프 제보였던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송 시장이 먼저 제보를 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인 반면, 송 시장은 청와대 행정관이 먼저 첩보를 요구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제보자인 송 부시장의 해명 및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더니…거짓말 불감증?

청와대 주장처럼 문재인 정권 청와대는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 국민들에게 진실만을 말하고 있을까.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은 자신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광일의 입]’ 11월 26일자에서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거짓말 불감증’에 걸린 집단 같다”고 지적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 사람들은 ‘확인해줄 수 없다’ 또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NCND)’ 같은 최소한의 중간 단계도 없다. 그냥 천연덕스럽게 ‘아니다’하고 거짓말 부인(否認)을 한다”며 문재인 정권의 최근 거짓말 사례를 소개했다.

김 논설위원이 소개한 문재인 정권 거짓말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6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에 대해 “남북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으나, 이튿날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다양한 (남북)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는 것처럼 광고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현재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보면, 남북 대화는커녕 북한 김정은의 방남을 기다리는 문 대통령은 무시당하기 일쑤고, 서로 친구라며 친서를 주고받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은 ‘로켓맨’, ‘늙다리 망령’ 등 친서대신 말폭탄을 주고받고 있어 위기감이 드리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청와대는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했으나, 러시아 대사관은 “한국 측에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후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KADIZ-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 및 영공 무단 침범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청와대 주장대로 러시아가 유감을 표했다면 카디즈 및 영공 무단 침범이 수시로 일어나지 않아야 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력) 종료 결정을 발표한 지난 8월 22일에는 청와대가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으나, 미국 정부 소식통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고,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미국이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주장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권에 지소미아 연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했고, 결국 청와대는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결정했다.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과 관련해선, 지난 11월 8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 선원 2명이)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했는데, 11월 12일 통일부 당국자는 “죽더라도 조국(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은 (남한에 오기전인)그 이전 행적(김책항 귀환 과정) 조사에서 나온 발언으로, 합동신문조사 때 새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 선원 2명 강제 북송은 문재인 정권이 쉬쉬하고 있다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읽고 있던 문자메시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발각됐다.

이날 언론사 카메라에 청와대 관계자의 문자메시지가 포착되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들은 북한 선원 2명이 강제 북송된 지 까맣게 몰랐을 것이고, 야당에서는 아세안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북한 선원 2명을 제물로 바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11월 19일에는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현 정부 들어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했으나, 지난 2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세계 1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도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6년 대비 38%로 비교 대상 20개 도시 중 가장 높았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통계에서도 2017년~2018년 서울 집값은 14% 올라 조사 대상 8개 도시 중 베를린(26%)에 이어 파리와 함께 2위를 차지했다.

서울 집값은 문재인 정권 들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청와대 주장을 뒤집는 상황들이 연출됐던 사례가 적지 않은데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는지.

국민들을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인식 속에 국민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개·돼지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과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공통점

이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하명수사 의혹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선거개입 의혹이다.

드루킹은 8800만건의 불법 인터넷 댓글을 달아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당시 검찰은 “드루킹 등이 2017년 1월경 ‘킹크랩’을 구축한 후 이때부터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이 왜곡된 사태가 이 사건의 실체”라고 했고, 드루킹의 공범 ‘서유기’도 대선 전부터 불법 댓글 작업을 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드루킹 일당은 2017년 대선 전·후로 총체적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특정 후보에 유리한 댓글을 다는 등 선동과 왜곡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해왔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봤고, 누군가는 이득을 봤다. 드루킹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고, 또 법정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가리켜 ‘차기 정권을 약속받은 왕세자’라 지목했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그 수혜자이지 싶다.

현 여권이 야당이던 시절, 그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대선 개입이라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국가기관이냐 민간조직이냐의 차이지 댓글을 통해 여론을 선동하고 조작했다는 점에서 드루킹 사건도 대선 개입으로 볼 여지가 크다.

하물며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야당 소속 지자체장의 비위를 캐고 이를 사정기관에 하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선거개입은 당연하거니와 댓글 사건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악질이며, 탄핵받아 마땅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청와대의 하명수사는 없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발표가 사실인지,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가 사실인지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판단도 아니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친 만큼, 청와대와 여당은 누가 봐도 검찰에 압박이 될 만한 언급은 자제하고 차분하게 검찰 수사를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와대가 자신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고, 하명수사도 없었다면 검찰 수사 결과도 그렇게 나오지 않겠나.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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