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전주곡’, ‘친문(親文)패권주의’의 불편한 진실

김수영 / 기사승인 : 2020-02-23 12: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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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아니면 적…그들의 위험한 민주주의
▲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비가 내리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교수와 면회를 마치고 승용차로 돌아가고 있다. 2019.11.15.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해 8월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시작된 ‘조국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모펀드, 웅동학원, 입시비리 등으로 시작된 조 전 장관 의혹은 그가 사퇴한 이후에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이어지며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급기야 해를 넘기며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개혁 방침에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조국사태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과 관련해 쓴소리를 뱉은 금태섭 의원에 권리당원들이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술 더 떠 언론사 칼럼을 통해 당을 비판한 임미리 교수를 고발조치 했고,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이를 취하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원주의를 전제로 성립된다. 특정인물을 필두로 한 의사개진만이 허용된다면 이는 다시 군주제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도 소수에 의한 지배가 성립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의제(代議制)’라는 틀 안에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조국사태로 불거진 일련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오히려 친문패권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는 물론 내부 비판마저 전혀 수용하지 않으며, 소신발언을 하면 이단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소위 말하는 ‘문파(文派)’들의 현주소다.

이에 이번 주 스페셜경제는 친문패권주의가 잉태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진단해보고 문제점을 짚어본다.

의혹 반박은 없었다…‘왜 우리만 수사하나’

조 전 장관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던 지난해 9월부터 광화문에서는 검찰수사와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외친 반면, 서초동은 관련 의혹들에 대한 반박이 아닌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장시간 가족수사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한 수사를 해줄 것을 당부했음에도 서초동은 윤석열 검찰이 여권 측만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왜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 비리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사건은 수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수호', '검찰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 (사진=뉴시스)


하지만 검찰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은 공표한대로 문제가 되고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 나름대로 문제제기가 될 뿐, 조 전 장관 측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은 될 수 없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서초동 측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해도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야권에서는 이러한 점을 짚어 역공했는데, 과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수사 당시 검찰이 흘린 정보를 이용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면 늘 등장하는 내로남불 문제는 이 때도 나타났다.


▲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일대에서 보수성향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 촉구 및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2019.10.09. (사진=뉴시스)

진보진영 곳곳서 터져 나오는 자성 목소리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논란을 다시 일깨운 것은 지난해 11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정의당 탈당이다. 진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비공개적으로 정의당에 조 전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정의당이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하며 진 전 교수와 지도부 간 갈등의 씨앗이 생겼다.

다만 정의당 내부적으로는 반대 의사가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국사태가 불거졌을 당시는 선거법과 공수처 등 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일종의 딜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진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사범대 강연 중 “정의당에서 얘기했던 것과 달리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하겠다고 밝혀서 황당해 탈당했다”며 “임명에 반대하고, 비판을 받으면 제가 등판해 사람들을 설득하기로 했었는데 당이 의견을 바꿨다”고 말했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에 소위 문파들은 야권 뿐 아니라 진 전 교수에게도 공세를 가했는데 아이러니한 점은 당초 진보논객으로 이름을 알린 진 전 교수가 보수화된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총선에서 녹색당을 찍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생태주의와 풀뿌리민주주의, 소수자 존중 등을 내세우는 신좌파 계열의 원외정당이다.

비단 진 전 교수 뿐 아니라 진보진영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세운 이들은 더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권경애 변호사다.

특히 권 변호사는 조 전 장관으로만 문제를 국한하지 않고 그의 후임인 추미애 법무장관을 겨냥하기도 한다. 추 장관이 정권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직제를 개편한 데 이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등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8일 단행한 추 장관의 좌천성 인사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조를 형성했던 여야 협의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던 검찰개혁이었냐는 것이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까지 목소리를 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19일 김남국 변호사를 향해 “청년정치는 기득권이나 사회 통념에 비판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정치”라며 “스스로 정치의 영역에서 청년 정신을 실현해왔는지 되물어 보시길 권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하며 조 전 장관과 공수처에 쓴소리를 뱉은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사과정 중 조 전 장관의 지도 아래 있던 금 의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조 전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실제 공수처법 본회의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진 인물이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며 유치원3법 통과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박용진 의원도 “잘 작동했던 당의 균형감각이 최근 왜 갑자기 흔들리는지 모르겠다”며 “민심을 대하는 균형감각을 잃지는 않았는지 2016년 새누리당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심화되는 계파주의…선거 앞두고 불이익 있을까 전전긍긍

하지만 친문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 최고위원과 박 의원 역시 친문진영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여론조사 결과 금 의원이 다른 경선 후보자들보다 강서갑에서 우세한 지지를 얻었음에도 해당 지역에 대한 추가 신청을 받자 ‘금태섭 배제설’이 돌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 내부에서도 소신파들은 제 입장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경우 공천은 물론 총선에서 기존 지지자들의 이탈까지 걱정해야 하는 만큼 섣부른 입장표명에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실제 당 내부에 비판적 의견을 가진 이는 제법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8~19일 스페셜경제가 복수의 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들과의 통화한 내용을 종합하면 보수진영처럼 잘 드러나지만 않을 뿐 민주당 계파도 뚜렷해졌고 이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섣불리 발언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그 분들(김해영·박용진) 말고 (비판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 없을 리가 있겠나. 제가 아는 것만으로도 4명이 넘는다”면서도 “지금 시기가 시기 아니겠나. 섣불리 소신 밝혔다가 당에서 찍히고 지역에서도 찍힐까 말을 못하고들 계신다”고 전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도 “금태섭 의원 보셔서 알지 않나. 지지자들이 후보자를 믿고 뽑아준 게 아니라, ‘대통령 정당’이라 뽑은 것 같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 해도 아닌 건 아닌거다. 당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 한국당(현 미래통합당)처럼 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 지난해 9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금태섭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9.09.06. (사진=뉴시스)

민주화 세대의 보수화…“文정권, 견해 다르면 자한당 몰이”
현 민주당 주류를 구성하는 소위 ‘86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통해 군사독재정권에 항거, 한국 현대사의 암흑기를 청산한 세대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 지도부의 광폭행보가 이들의 콘크리트 층에 있다고 해석한다.

그는 “민주당은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해 총선이든 대선이든 굳이 중도층에 호소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40% 콘크리트 지지율에서 철근 역할을 하는 게 ‘문빠’다. 이들만으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 계속 이들을 활용할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좌파진영은 평등, 우파진영은 자유를 강조한다. 서열화와 계급화를 강조하는 사고방식인 권위주의는 엄밀히 말하면 평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좌파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미 사회주의 분파로서 레닌주의나 모택동주의 등이 가져온 구소련과 중국의 권위주의는 이러한 논리적 구조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정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권력이 보수화됐다’고 설명한다. 일단 자신들이 옳다는 대전제를 두고 명백한 적을 설정해 ‘우리’에게는 평등하지만 ‘적’에게는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한다. 우리가 옳지만 너희는 틀리다는 식이다. 문제는 ‘우리’에 대해 표출되는 어떤 내부 지적마저 적으로 간주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흔히 좌파=진보, 우파=보수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좌파·우파는 절대적인 개념인 반면,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진 전 교수는 “독재 정권 시절에는 견해가 다른 사람을 빨갱이로 몰았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견해가 다른 사람을 자한당(자유한국당)으로 몬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같은 거대한 조직이 비판을 불허하며 제동 없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전체주의로 빠질 우려가 크다. 물론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닌 그 지지자들이고, 방관하는 것은 여당이다.

미래한국당은 18일 “친문 지지자들이 정권 홍위병을 자처하며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이어가는 것은 이를 막거나 자제시키기는커녕 이들의 눈치나 보며 방관해온 무책임한 민주당 탓”이라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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