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막말 빈번하고 강도 세지나? 노력 없이 대중들에 각인시킬 수 있어
언론이 확대재생산에 한 몫 해…자유 높아졌지만 신뢰·위상 하락
정치인들, 중요한 것 도외시하고 작은 것에 몰두…언론이 먼저 움직여야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김정은 수석대변인’부터 ‘한센병’까지. 정치권에서 불과 몇 개월 사이 대상을 불문하고 경쟁이라도 붙은 듯 막말이 오가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가운데 사단법인 국회기자단(가칭)은 28일 ‘막말 및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약 3개월 동안 구설수에 오른 정치인들의 막말 행태를 되짚으며 이를 △정치인 개인 인지도 상승 △지지세력 결집 △상대 당 이간질 등을 위한 것이라 질타했다.

그 결과 언론과 정치인의 신뢰도가 점점 떨어진다는 지적 또한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언론학자·심리학자·언어학자들의 연구결과를 거론하며 “도 넘은 막말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키고 최종적으로 유권자들이 막말정치인을 외면하게 된다”며 “그럼에도 막말이 빈번하고 강도가 세지는 건 큰 노력 없이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나중에 사과하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미디어에 등장해 자신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센 말 몇 마디로 대중들에게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지층 결집효과는 있겠지만 이미 자기편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언론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언론이 막말 정치인들의 ‘홍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저런 뉴스에 계속 자막 넣어가며 중요한 뉴스인 것 마냥 보도한다. 온 국민이 막말 정치인에 대해 외우고 싶지 않아도 각인된다”며 “막말 정치인이 호황을 누린다는 인식에 언론이 동업자 역할을 했다. 언론 자유는 높아졌지만 신뢰, 위상은 하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바른 언론문화의 정착을 위해 정치권 차원, 사회적 차원, 언론 차원에서 다각도의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먼저 정치권에 대해 “(막말정치가)결국은 신뢰도 하락 및 표심 이탈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미세먼지가 환경을 파괴하듯 막말이 언어환경을 파괴한다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치권 자체적인 징계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리위원회 제소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막말로 정치생명을 끝내는 정도는 아니라도 리스크가 커야 자제할 것”이라 덧붙였다.

또 사회적 차원의 역할로 시민단체 등과 공조해 막말 정치인 퇴출 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권자 권리행사 등의 의지를 보이면서 막말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면 정치인들이 그러한 기류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언론 역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정치인들 막말을 언론이 집중적으로 반복 보도하면서 확대재생산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막말보도를 반복해서 들으면 비판의식 없이 정치를 혐오하는 생각만 갖게 되고, 이런 생각이 깊숙이 박혀 참인지 거짓인지 모른 채 편견을 야기한다”면서 “자신과 입장이 다르면 거세게 비판하고 진영논리에 맞물려 해석한다. 사태를 제대로 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과 관련해 ‘메라비언 법칙(The Law of Mehrabian)’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중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에는 시각적 언어가 55%, 음성 언어가 38%, 내용언어가 7%를 차지한다.

즉 정치인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몸짓, 상황, 분위기, 목소리, 억양, 발음 등을 모두 무시하고 7%에 불과한 막말, 즉 ‘내용’에만 너무 몰두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자정노력을 해야한다. 내년 총선에서 막말 수위가 얼마나 높아질지 상상할 수 없다”며 “그러면서 보이지 않게 이 사회가 얼마나 피폐해질까 생각한다. 언론이 움직이면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 마무리발언하는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

이날 세미나에는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도 참석했다.

임 의원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오고가는 말 한마디로 생길 감정도 사라지게 된다. 말이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며 “언론인 여러분이 언어 순화에 많이 기여해주시길 바란다. 한 단계 품격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여야 대립도, 당내 갈등도 상당부분 치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 국회기자단>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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