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의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식 이틀차인 26일, 서울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끊임없이 정‧재계 인사들이 방문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 경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자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의 유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입관식을 치렀다고 밝혔다.

입관식이 엄수되는 약 1시간 동안 잠시 멈췄던 조문의 시작을 알린 것은 고인과 동고동락했던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이었다. 오전 9시 20분쯤 이 회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시작으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 삼성전자 CEO 출신인 황창규 전 KT 회장이 잔뜩 굳은 얼굴로 취재진을 지나쳐 조문을 하러 갔다.

점심 무렵부터 정‧재계 인사들의 방문이 본격화됐다. 당초 이 회장의 유족들은 “장례는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조문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한 인사는 “줄이 길어 (유족들에게) 인사를 못 드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먼저, 정부와 여야지도부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태년 민주당 최고위원,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의 인사가 다녀갔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낙연 대표는 “고인께서 보통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탁월한 혁신을 이루셨다. 삼성이 이제까지 고인이 해오신 것처럼 한국 경제를 더 높게 부양하고, 앞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2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후에 빈소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인은 글로벌 초일류 삼성의 제2의 창업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며 “반도체를 비롯해 여러 제품에 있어 대한민국 경제계의 위상을 높였고, 실질적인 국가의 부와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 분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오늘날의 글로벌 초일류 삼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발언했다.

 

▲ 26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야당 인사들과 함께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에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당 의원들과 함께 오후께 빈소를 찾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90년대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산업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며 “창의적인 머리로 우리나라의 산업이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오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정대선 현대비에에스앤씨 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범 현대가 인사들을 비롯해 고인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조카인 정용진 부회장이 차정호 사장, 강희석 이마트 사장 등과 함께 방문했다. 이 밖에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웅렬 코오롱 그룹 전 회장, 조용병 신한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정의선 회장은 “(고인이)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항상 고인이 따뜻하게 잘 대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앞으로) 삼성은 여러 가지 좋은 쪽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까 영정을 보며 생각했다”고 전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6일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문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위대한 분을 잃어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생전 고인을 친형님같이 모셨다.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다”라며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겼다.

오후 5시 40분께 나란히 빈소를 찾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과 한종희 삼전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도 약 30분간 조문을 마치고 나섰다. 현역에서 삼성전자를 이끄는 두 사장은 취재진에게 별 다른 말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고인과 함께 ‘갤럭시 신화’를 이끌어낸 주역인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고인이) 참 큰 어른이신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다들 조문을 해주셔서 회장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에르신 에르친 주한 터키대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등 외교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의 행렬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오후 7시께 최태원 SK 회장이, 저녁께 구광모 LG 회장이 조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계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조문이 예정돼 있다.

장례 첫 날인 어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다녀갔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5일 새벽 3시59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28일 발인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내에 삼성 선영으로 알려졌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