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박근혜 사면-연동형비례대표제의 상관관계

▲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홍문종 의원 블로그)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보수우파의 가치’란 무엇일까. 급진적이기 보단 점진적, 개혁적이기 보단 보수적 성향을 선호하는 게 보수우파의 가치일까. 아니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 하는 등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 즉 모든 것을 시장 원리에 맡기고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 보수우파의 가치일까.

뭐가 됐든 분명한 것은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정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명하기 위함이 보수우파의 가치는 결코 아닐 것이다.

최근 제1야당에선 보수우파의 가치를 운운하며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이른바 ‘보수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지목되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그 주인공인데, 홍 의원은 태극기 세력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대한애국당으로의 입당을 기정사실화 하며 ‘친박 신당’으로 읽히는 ‘태극기 신당’ 창당을 주창하고 있다.

물론 한국당 탈당 뒤 애국당으로의 입당 나아가 보수우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세력을 규합한 태극기 신당 바람몰이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홍 의원의 구상에 동조하는 한국당 인사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히려 황교안 대표를 겁주기 위한 또는 역으로 자신을 공천에서 탈락시키지 말아 달라는, 그도 아니면 잘리기 전에 내가 먼저 박차고 나가겠다는 객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다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듯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다면 또 여기에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으로 내년 총선이 치러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보수우파 대분열이란 폭발력을 지닌 박 전 대통령 사면과 연동형비례대표제 그리고 태극기 신당의 상관관계에 대해 짚어봤다.

 

총선 올인 하는 집권당‥불안감에 대한 반증
태극기 중심의 빅텐트?…집권 세력은 ‘반색’

 

집권당 대표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18개 부처 장관들과 릴레이 오찬을 진행하고 있으며, 집권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은 정책협약이란 명목을 앞세워 각 시·도 지사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집권당 대표와 내년도 총선 총책을 자임하는 민주연구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야당에선 단순한 만남 또는 단순한 정책협약이 아닌 ‘불법 관권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즉, 내년도 총선에서 집권당이 유리하도록 정부의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게 야당의 의심이다.

이러한 야당에 의심에 집권당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외려 내년 7월부터 35만 명의 구직자에게 6개월 동안 50만 원의 현금을 지원키로 했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민원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투입키로 했으며, 2020년 시행 예정이었던 고교 무상교육도 올해 2학기부터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야당은 ‘국민 돈으로 총선에 올인하는 뻔뻔한 집권여당’,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가 될 고3 학생들을 무상교육으로 입도선매(立稻先賣-자라고 있는 벼를 미리 파는 것)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당이 10여 개월 남은 내년도 총선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대해, 야당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역으로 집권당이 총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자리 및 경제 관련 지표 중 무엇 하나 박수칠 만한 수치는 없는데다가 권력집단은 실패한 경제정책만 고집하는 바람에 일부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바닥이다.

이런 판국에 최상위 권력자는 국민통합은커녕 좌우 이념과 역사 갈등 등으로 ‘분열의 리더십’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고, 자신은 무조건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라는 선민의식에 함몰된 이분법적 사고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입만 열면 촛불혁명 운운하며 도덕적 우월감과 민주주의를 뽐내곤 있지만, 실상은 ‘좌파독재’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권당 입장에선 총선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당연해 보인다.

외연확장 불가한 극우세력 중심으로 보수대통합?

이런 가운데 집권세력이 반색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제1야당에 아군을 향해 총질하는 ‘내부의 적’이 출현한 것이다.

대표적 친박 인사인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한국당 탈당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추종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대한애국당으로의 입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앞서 한국당 공천 시스템 개혁 등을 다루는 신정치혁신특별위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이 지난 6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있었는데, 그 뿌리가 되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후유증이 많은 정당이기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시사했다..

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 친박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고, 홍문종 의원은 지난 8일 애국당이 주최하는 서울 광화문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면서 “조금 있으면 한국당 기천명 평당원들이 어려분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 했다.

홍 의원은 이어 여러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보수우파의 가치를 운운하면서 한국당 밖에 있는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보수 빅텐트’를 쳐야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보수우파의 구심점이 제1야당 대표가 아닌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총결집하는 이른바 ‘태극기 신당’ 바람몰이로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게 홍 의원의 구상이다.

홍 의원의 구상대로라면 자칫 보수우파진영의 대분열을 야기할 수 있고, 나아가 외연확장이 불가한 극우세력으로의 낙인 등 집권세력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집권세력이 반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지난해 12월 22일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열린 ‘제99차 태극기 집회’에서 대한애국당 당원 등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朴 사면 여부에 따라 ‘미풍 또는 태풍’
대통령 결정이 관건‥‘보수우파의 가치’


판을 흔들 수 있는 ‘박근혜의 저력’

그러나 홍문종 의원의 태극기 신당 구상은 희망사항에 그칠 것으로 여겨진다.

태극기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홍문종 의원이 애국당으로 간다고 하면 동조할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홍 의원의 구상에 동조해 한국당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친박 인사들은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일 뿐 아니라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면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태극기 신당 구상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13일 BBS불교방송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미 탈당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많은 분들과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데, 10월에서 12월이 되면 많으면 40~50명까지 동조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흔들기 또는 길들이기에 불과한 허풍인 것일까. 아니면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

허풍인지, 근거 있는 자신감인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여부에 따라 판명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의 특사가 불발된다면 태극기 신당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께 사면된다면 보수우파진영이 요동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다면 박 전 대통령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박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태극기 신당 창당에 무게가 실릴 것이고, 여기에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불만인 인사와 공천 탈락자들의 ‘연쇄탈당→태극기 신당 입당’이 이어진다면 보수우파진영은 한국당과 태극기 신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등으로 분열된 채 총선을 치러야 한다.

물론 태극기 신당 여파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연대 및 통합할 가능성을 간과할 순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우파진영의 표가 분산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키를 쥐고 있는 ‘최상위 권력자’

총선을 앞두고 보수우파진영의 대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이로 인해 총선 승리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전적으로 최상위 권력자에게 달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사면법 제9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 등 특별사면의 권한을 갖는다.

박 전 대통령 특사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취임 2주년 KBS 특집 대담에서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명박·박근혜)전 대통령의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특사가 ‘형이 확정된 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나 특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박 전 대통령의 특사를 단행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

 

▲ (좌파)문재인 대통령과 (우파)박근혜 전 대통령

朴 사면+선거법 개정안=금상첨화?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를 단행할까. 단행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를 단행할 것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청와대도 인정했듯 경기 하방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와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인 대북정책 교착국면 장기화, 좌우 이념과 역사 갈등 등 분열의 정치로 인한 역풍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집권세력의 지지율이 급락한다면 그래서 총선 위기감이 극대화된다면, 아마도 특사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까 싶다.

만약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특사 카드를 꺼내든다면 그 시기는 올 하반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데 이어 빠르면 연말 성탄절이나 내년 3·1절께로 예상된다.

특사 카드에 이어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를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내년 총선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집권세력 입장에선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보수우파가 분열될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총선을 치르면 보수우파정당의 정당득표율은 한국당과 태극기 신당으로 양분됨에 따라 분열로 인한 총선 패배는 당연하고, 이와 더불어 비례대표 당선을 통한 태극기 신당의 몸집이 커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자칫 보수우파의 패권을 태극기 신당에 내주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게 나경원 원내대표의 우려일 것이다.

범여권의 과반(151석) 확보 및 단독 개헌이 가능한 200석을 저지해야 하는 한국당 입장에선 선거법 개정안을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할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사면과 선거법 개정안이 한국당에겐 달갑지 않겠지만, 집권세력 입장에선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 금상첨화 카드이지 싶다.

자신의 정치생명 연명이 보수의 가치?…당 대표 흔드는 못된 습성

홍문종 의원은 보수우파의 가치를 앞세워 태극기 신당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우파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있다. 마치 정치적 수사만 있고, 명쾌한 개념이 부족했던 누군가의 ‘새정치’처럼 말이다.

홍 의원의 주창하는 보수우파의 가치가 명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정치는 아니길 바란다.

또 보수우파의 분열을 초래하는 내부총질이 보수우파의 가치가 아니길 바란다. 더욱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명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파는 작태 역시 보수우파의 가치가 아니길 바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시절부터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체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지금의 황교안 대표체제까지.

조금의 틈만 있으면 당 대표를 흔드는 친박의 못된 습성이 외려 보수우파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집권 2년 만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약속을 철석같이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정권은 내년 총선 승리로 연속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좌파독재 시대’에 외연확장이 어려운 극우세력으로 지탄받고 있는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보수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보수우파의 분열과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박근혜’ 이름 팔아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치졸함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내부를 향한 총구를 거두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는 세력을 겨냥하는 게 진정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