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천재’라더니…‘한미동맹 균열이 가져 온 부메랑’

▲ 2017년 12월 15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을 가리켜 ‘외교천재 문재인’이라 지칭한다. 발군의 외교술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게 그들이 주장이다. 실제 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에 대한 이유로 ‘외교 잘함’이 첫 손에 꼽히기도 했다.

잠깐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사회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데 말이다, 문 대통령이 외교를 잘한다고 하는데, 나아가 외교의 천재라고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입한데 이어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영공을 무단 침범했으며 ▶오지랖 넓은 문재인 정권은 미·북 관계에서 빠지라 했던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동북아시아의 ‘동네북’으로 전락한 신세가 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품격이 말이 아닌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문 대통령이 외교를 잘한다는 것인지, 또 외교의 천재라고 주장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일각의 반응이다.

아울러 중국엔 한껏 몸을 낮추고 ‘김정은 바라기’에 치중한 문 대통령의 외교술이 결국 한·미·일 공조체재의 균열을 불러오면서 동네북 신세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미동맹 균열은 물론 일본에 치이고 중국과 러시아에겐 농락당했으며, 북한 김정은 마저 대한민국을 깔보이게 만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분쇄술’에 대해 꼬집어 봤다.

 

韓 외교·안보·경제 위협하는 중·러·일
野 “외교무능·친북정책, 위기 불러와”

 

7월 넷째 주(23~2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8%, 부정 평가는 42%였다. 어느 쪽도 아님 5%, 모름/응답거절 5%.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를 잘함’이 36%로 가장 높았다.

‘우리 이니(문 대통령 별칭) 하고 싶은 거 다하라’는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도 문 대통령을 ‘외교천재 문재인’으로 지칭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주변 열강들의 노골적인 위협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문 대통령이 외교를 잘하고 있는 것인지 나아가 외교천재인지 고개가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데 이어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을 ‘화이트리스(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공 침범…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北

한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일본의 경제보복 만으로도 골머리를 앓을 지경인데, 전략폭격기와 조기경보통제기 등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지난 23일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침입한데 이어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영공을 무단으로 침범했다.

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실제로 1953년 정전협정 이래 외국 군용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무단 침범과 관련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4일 오전 “러시아 차석 국방 무관이 우리 국방부 정책기획관에게 ‘유감을 표시한다. 기기오작동으로 계획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날 오후 ‘한국 정부에 사과한 적 없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브리핑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리 국방부가 항의하러 부른 일개 러시아 대령의 언급을 청와대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25일자 논평에서 “러시아가 독도 영공을 침략하고 그런 적 없다며 발뺌하는 데도 ‘유감을 표명했다. 기기 오작동이었다’면서 감싸는 청와대는 도대체 누굴 대변하는 것이며, 무엇을 감추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은 되도 않는 ‘망발’을 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23일 “한국 군용기가 (독도를 무단 침입한 러시아 군용기에)경고사격을 실시한 것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스럽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알기로는 러시아 군용기가 남쪽 지역으로 비행한 건 새로운 게 아닌데, 새로운 건 그들이 ‘한국 영공’을 지나갔다는 사실”이라고 말해, 사실상 독도를 한국 영유권으로 인정했다.

북한은 또 어떤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비난을 받을 정도로 ‘김정은 바라기’ 대북정책을 고수해 왔지만, 일본·중국·러시아로부터 경제·외교·안보 위협을 받고 있는 판국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을 자행했다.

지난 25일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께 원산 일대 호도반도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비행거리 600여k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이다.

7월에만 일본의 경제보복 위협에 이어 북·중·러의 안보위협까지 더해지다 보니 대한민국은 혼란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 지난 23일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한미동맹 균열→日 경제보복…한미일 공조 붕괴→중·러 도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한·미동맹 균열과 한·미·일 공조를 무너뜨린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자초한 결과라는 게 야당의 비판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국 이 정권의 외교적 무능과 고집스러운 친북 정책이 결합해서 지금의 엄중한 안보위기를 불러 온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균열이 생기자 일본이 경제보복을 시작했고, 한미일 공조가 무너지자 중국과 러시아가 도발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외교안보 정책의 틀 자체를 바꾸는 수밖에 없는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는 것은 물론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굴욕적인 ‘사드 3불 약속(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불참·사드 추가배치 불가·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연합 군사도발까지 감행한 중국 ▶정전협정 체결 후 최초로 우리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경제보복에 이어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숟가락을 얹으며 독도 야욕까지 내비치는 일본 ▶이에 뒤질세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건조에 미사일을 연이어 기습 발사한 북한까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장기적인 전략과 치밀한 계획보다는 일방적인 북한 바라기와 즉흥적인 감정으로 안보와 외교를 다룬 결과”라고 꼬집었다.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정치·외교 수사에 불과한 ‘한미동맹 굳건’
한·미·일 공조 대체하는 인도·태평양 공조

 

굳건 VS 균열 그리고 ‘주지의 사실’

그동안 야당과 언론에서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문재인 정권은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정말 굳건한지 여부는 따져 볼 문제다.

문재인 정권의 주장대로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면 미국은 왜 일본의 경제보복을 중재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주변국들은 왜 미국의 동맹국에 겁도 없이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인지.

‘한미동맹 굳건’은 결국 정치적·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지난해 10월 26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평화를 향한 분투’를 주제로 열린 중앙일보-CSIS(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포럼 참석차 서울에 온 빅터 차 CSIS 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은 (9·19 남북군사합의)남북 협상 내용을 미국에 70만 전해준 다음, 북한과 최종 협상에서 100을 합의한 뒤 미국에다 ‘이미 다 얘기해주지 않았느냐’고 해선 안 된다”며 “이건 좋은 동맹 모델이 아니다. 미국 관료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 나서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워싱턴은 문 대통령이 그렇게 나올 줄 다 예상하였기에 분노하지 않았다. 10년 전 노무현 정부 때 다 겪어본 일들이라 흥분할 일이 없었다”면서 “미국은 노무현 정부 때 학습 효과가 있어 요즘 한·미 간 엇박자에 놀라거나 분노하진 않는다”고도 했다.

이 때부터였을 것이다. 한미동맹 균열이 ‘주지의 사실’로 인식된 것이.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줄곧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말해오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달 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최악이어서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는 질문에 “어떤 근거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고 보느냐.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주장과 달리 결과적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은 불발됐고,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보면 문재인 정권의 ‘한미동맹 굳건’이란 말은 정치적·외교적 수사에 불과해 보인다.

이쯤 되면 미국이 왜 일본의 경제보복을 중재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주변국들이 왜 미국의 동맹국에 겁도 없이 안보 위협을 가하는지 짐작이 간다.

 

▲ 빅터 차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에서 빠진 대한민국…어리석은 선조→무능한 고종

문재인 정권은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한민동맹 균열이 주지의 사실로 인식되면서, 한미일 삼각공조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삼각공조는 북·중·러 연대에 맞선 미국의 동북아 전략 핵심축인데, 지난달 28일 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삼각공조를 대체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미국·일본·인도 정상들이 ‘인도·태평양 전략’ 삼각공조를 다진 것인데,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팽창을 봉쇄하려는 대(對)중국 포위를 바탕으로 한다.

한미일 삼각공조를 대체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일본은 즉각 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에 나섰고, 북중러 연대는 마치 ‘우리 편에 서라’는 듯 안보 위협을 가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문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어리석은 선조’라 비판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대한 맹목적 바라기, 극단적 민족주의에 빠져 자유민주주의체제 공조인 한미일 동맹을 균열시키고 전체주의 북중러에 밀착하는 이 상황은 구한말 줄을 잘못 섰던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내정 간섭을 겪은)고종과 흡사하다”고 쏘아 붙였다.

이어 “지금 문 대통령의 대응을 보면 구한말 무능하기 짝이 없는 고종의 환생을 보는 듯하다”며 “냉혹한 국제정세도 파악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가 엉뚱한데 줄서고 뒤늦게 민족주의적 감정에만 호소했고, 나라가 망해 가는데도 자기안위만 챙기기기 급급했던 고종의 모습이 자기의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는 데만 치우친 이 정권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직격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중국몽’과 ‘김정은 바라기’ 외교술…대한민국 경제·외교·안보 파국 위기

중국에 한껏 몸을 낮춘 ‘중국몽’과 맹목적인 ‘김정은 바라기’ 외교로 한미동맹 균열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한미일 삼각공조 붕괴를 초래한 결과, 주변 열강으로부터 경제·외교·안보 위협을 받는 문재인 정권과 대한민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 1순위로 ‘외교 잘함’이 꼽힌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8개월 동안 손 놓고 있었던 정권의 무능함을 감추고, 또 반일 프레임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한 목적으로 반일을 선동한 결과 ‘외교를 잘한다’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면 문재인 정권 입장에선 꽤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정권의 술수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경제·외교·안보는 파국을 맞이할 위기에 직면해있다.

앞서 언급했던 빅터 차 교수는 지난 2011년 9월 중앙글로벌포럼에 참석해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미국과 전략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중국의 존중을 받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만약 일각의 비판처럼 고종과 같이 엉뚱한데 줄을 선다면, 문재인 정권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대한민국 경제·외교·안보를 위협하는 주변국들의 도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이번 몸살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무게감을 다시금 깨닫길 바랄 뿐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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