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12일 권익위에 서울시의 일방적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대한항공)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대한항공이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송현동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공원화 강행 계획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화의 문제점 등에 대한 권익위에서 조사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일방적으로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게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하자, 지난 4월 산업은행과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는 대신 2조원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덩치가 큰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비수익 사업을 추진,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매수의향자를 모집하자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가 갑작스럽게 공원화와 강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송현동 부지를 팔아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이 틀어졌다. 실제 서울시의 발표 이후 입찰 참가를 희망했던 15곳 모두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6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하는 한편 문화공원 지정의 위법성과 연내매각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현재 권익위에서 관련 조사와 검토가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이 권익위에 또다시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이달 말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일원을 공원화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단위계획변경안에는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결정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문화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경안이 통과된다면 송현동 부지는 공원 외에는 사업성과 활용도가 제한된다. 서울시 밖에는 다른 메입자, 특히 민간기업이 나설 수 없게 된다. 대한항공의 연내 매각 계획은 물론 자구적 노력도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번 의견서 제출은 서울시의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하도록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는 지난 20101월 송현동 부지를 미대사관직원숙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나 높이 등을 완화하는 등 송현동 부지의 개발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특별계획구역은 특별한 건축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합적 개발이 필요하거나, 우수설계안을 반영해 현상설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정된다. 부지 규모가 큰 곳에서 대규모로 복합적인 개발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되는데, 일반적으로 대규모 쇼핑단지나 전시장, 터미널 등을 비롯해 초고층 주상복합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코엑스, 롯데월드 등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된 사례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기존 결정을 바꿔 급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했다고 문제삼았다.

 

특히 대한항공은 청사진 없이 부지 용도를 변경해 개발 소요 시간도 길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 경우 관계법령상 송현동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인정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의 내용을 보면 서울시는 문화공원 조성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려면 수년은 걸린다.

 

더군다나 강제 수용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송현동 부지처럼 규모가 큰 필지의 가치를 비교하기 위한 거래사레나 적정단가를 상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사실상 서울시가 장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한항공으로서는 그만큼 유동성 확보가 힘들어진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보상비로 4671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소 5000억원이라는 시장의 평가보다 낮은 금액이다. 적정 가격에 대한 입장이 다른 만큼 부지 거래 가격을 둔 수용재결, 이의재결, 소송 등의 지난한 절차가 예상되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보상금을 손에 쥐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정부 긴급 지원에 대한 약정을 준수하기 어려워질뿐더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받은 데 대한 책임까지 떠안게 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권익위가 문화공원 지정 절차의 위법성과 관련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강행하는 것은 권익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절차를 강행하지 않도록 잠정적인 조치라도 취해줄 것을 권익위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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