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최근 금융공공기관들이 인사적체 문제로 진을 빼고 있는 가운데 관리자 직급에 해당하는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별도의 노조 설립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자칫 3040으로 대변되는 일선 실무자급과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시니어급 직원 사이의 세대갈등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용보증기금 임금피크제 노조, 근로조건 개선 협상 나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작년 말 시니어 직급인 50대 임금피크제 직원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사측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피크제 폐지 및 실무 투입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현재 노사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기존 노조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요구 부분 또한 (임금피크제 과정에서의) 근로조건 개선 등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제일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용보증기금은 금융공공기관 중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비율이 가장 많다. 지난 3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공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임금피크제 운영 현황’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은 전 직원의 10.7%(254명)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신 명예퇴직을 선택한 신용보증기금 직원은 지난 2017년 기준 14명에 불과하다.

기업은행도 50대 직원 중심으로 조합 설립

IBK기업은행 또한 이달 초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복수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작년 기준 전체 직원(1만2871명)의 7.8%, 정규직 직원(8807명)의 10% 정도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다. 또 오는 2020년까지는 총 900여명이 넘는 직원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말 188명을 내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제도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가입자 수는 많지 않아 자체적인 교섭권한은 없다고 알고 있다.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이같은 움직임 자체가 최근 정체된 금융공공기관 내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제도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일반 사기업과 달리 인건비 총액을 임의로 늘릴 수 없는 금융공공기관은 임금피크 대상자가 늘어도 신규 채용을 증가시킬 수 없다.


최근 1990년대에 대규모로 입사한 50대 초·중반 직원들이 임금피크 대상이 되면서 기관 일선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사실상 현업에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장투입인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금융공공기관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명예퇴직 제도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명예퇴직 시 지급액이 정년 근속 시 수령할 수 있는 보수총액의 절반에 그쳐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을 관할하는 금융위원회는 명예퇴직금 현실화로 인력을 조정할 경우 더 많은 청년층을 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명퇴금 상한선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작년 6월 “옛 기획예산처 시절 남아있던 지침 때문에 (명퇴금 추가 지급이) 막혔었는데 기재부 반대를 설득해 지침 적용을 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로 기재부가 난색을 표해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선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선배들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을 이유로 관리자 승진 등에서 어느 정도 혜택을 봤는데 이제 자신들 차례가 되니 임금피크제 축소 및 여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근무여건이 좋아진다는 건 옳은 방향이지만 결국 그에 따른 업무 등의 부담이 모두 후배들에게 전가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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