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 후 갑작스런 사퇴 발표…여론조사 지지율 하락 부담 됐나
이해찬 등 조국 사퇴 종용설로 민주당 지지층 이탈 조짐?
패스트트랙 절차 두고 여야 입장차 여전…초점은 ‘공수처’로

▲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19.10.14.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임명된 지 36일 만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덧붙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하며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이날 오전에는 전국 검찰 특수부를 서울중앙·광주·대구지검 세 곳만 남기고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조 장관의 사퇴 결정은 이날 오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오전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40%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문 정부 출범 초기 40%p 이상 벌어져 있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도 0.9%p까지 좁혀져 있었다.

※ 조사기간 10월 7~11일(한글날 제외), 조사대상 2,5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조 장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양분된 여론이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나타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일로를 걸으며 여당 지지율마저 데드크로스가 임박하자 내린 특단의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오늘 발표한 특수부 축소 방안은 내일 있을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 후 바로 시행할 방침이었음을 고려하면 무너지는 여권의 지지율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 검찰개혁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에게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 장관의 사퇴결정은 너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날 오전 11시 특수부 축소를 발표한 뒤 회의실에서 법무부 간부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할 때만해도 조 장관은 거취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식사 후 일부 간부들이 퇴장한 오후 1시 경 조 장관은 처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조 장관이 이날 사퇴함에 따라 차기 법무장관 임명 전까지 김오수 현 법무부 차관이 직무를 대행한다. 김 차관은 사법연수원 30기 출신으로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지키지 못한 민주당 vs 명분 잃은 한국당…향후 정국은 ‘검찰개혁’으로

조 장관의 사의 표명이 곧바로 지지율 회복이나 국론 회복이란 결과로 돌아올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심해지고 중도층만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 다수 참모진들이 문 대통령에게 조 장관의 사퇴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마지못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회의실 앞에서 이해찬 대표가 대표실로 들어서는 가운데 기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한 물음에 묵묵부답하고 있다. 2019.10.14.


민주당 최고위원들조차 이 대표가 조 장관 사퇴를 건의한 사실을 사퇴 발표 몇 시간 전에야 통보 받았다고 전해진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반면 결과적으로는 여권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조 장관의 발언대로 ‘불쏘시개’ 역할은 충분히 한 셈이라는 것이다.

먼저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수사권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법무장관이 개입할 여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전적으로 국회의 역할인 셈이다.

사실 그동안 당정협의회나 법무·검찰개혁추진지원단 등에서 발표한 내용들은 법 개정이 아닌 훈령이나 법무부령 개정 등을 통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내용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왜 굳이 조국이라야 하는가’란 물음에 답을 주지 못했다.

최전방에서 조 장관 임명 철회를 외쳤던 한국당은 이제 명분을 잃은 셈이 됐다. 그동안 외쳐온 구호가 ‘조국 사퇴’였지 ‘검찰 개혁 저지’는 아니었던 까닭이다. 이는 과거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던 바른미래당 일부 비당권파 의원들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그러나 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에도 흔들림 없는 검찰 수사를 강조하며 공수처 설치 저지로 방향을 전환할 태세다.

황교안 대표는 “조국은 물러났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야말로 불의와 공정을 바로잡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라며 “검찰개혁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라 말했다.


▲ 조국 사퇴 발표후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대표실에서 소집된 광화문 서명운동본부 및 장외집회 관련 향후계획 논의를 마친 황교안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9.10.14.

반면 민주당은 흔들림 없는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사법개혁·검찰개혁은 이제 국회에서 입법과제로 해결해야 할 때”라며 황교안 대표의 ‘공수처법 발언’을 겨냥해 “공수처법이 문재인 정권 집권 연장 시나리오라는 거짓선동을 일으키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결국 정쟁의 불씨는 ‘조국’에서 ‘검찰개혁’으로 옮겨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종료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와 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해당 법안들이 지정됨에 따라 이달 29일이면 패스트트랙의 첫 번째 180일 관문을 넘어선다. 그러나 두 번째 관문인 법사위에서의 체계·자구심사 90일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 또한 첨예하게 갈린다.

민주당은 사개특위가 당초 법사위 소관인데다 지난 8월 사개특위 활동기한 종료 이후 법사위에서도 이를 심사할 기간이 주어졌으니 법사위에서의 최장 90일은 건너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체계·자구심사는 별개라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달 29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 장관 사임과 관련해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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