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가장 먼저 옷값·여행비 등에 대한 지출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힘든 경기 상황으로 인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곳부터 지출을 줄이는 ‘소비둔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계의 의류 및 신발 지출(명목·원계열)은 11조1886억원으로, 전년대비 1.9% 줄어들었다.

감소율은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소비심리가 나빠진 2015년 3분기(-2.4%) 이후 가장 컸다.

옷을 사는 데 쓰는 돈을 줄이겠다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앞으로 소득이 많이 늘기는 힘들다는 전망에 소비자들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곳에서부터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8월 의류비 지출 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3으로,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4월(91)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향후 지출을 더 늘릴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지출을 늘린다고 답한 소비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든 경기 상황으로 인해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 소비둔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필수 재화가 아닌 분야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등 소비둔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오락·문화의 경우 패키지여행이 줄면서 증가율이 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 오락·문화 지출은 20조4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율은 2004년 3분기(-0.9%)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소비둔화에 더해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겹치면서 증가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의류와 오락·문화뿐 아니라 교육비와 음식·숙박 분야의 지출 증가세도 둔화했다.

3분기 교육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해 2018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음식·숙박 지출 증가율도 3.3%로, 2018년 3분기(3.3%) 이후 최저였다.

반면 지출을 쉽게 줄이기 힘든 의료·보건은 11.3%, 교통은 1.6% 늘며 모두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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