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피 생활 중 해외에서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정 씨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 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국외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한보그룹 등이 부도가 나자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자금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도피 21년 만에 체포돼 22일 한국에 송환됐다.

이날 오후1시 20께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들린 채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정 씨는 파란색 잠바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심경과 부친의 행방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씨는 바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로 호송돼 도피 경로 등 관련 수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정씨는 신분을 세탁해 캐나다, 미국, 에콰도르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해왔다. 검찰은 파나마에서부터 국제공조를 통해 정씨의 신병을 확보했고, 검찰은 두바이에서 국적기에 오르자마자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정씨는 지난 1997년 11월 한보그룹 등이 부도가 나면서 국세청 등이 한보그룹 일가의 재산을 압류하려 하자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동아시아가스 회사 자금 327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380억원)를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하던 러시아 회사 주식을 다른 러시아 회사에 5790만 달러에 팔았으나 이를 숨기고 페이퍼 컴퍼니에 2520만 달러에 판 것처럼 꾸며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정씨는 1998년 한보철강 비리 의혹이 불거진 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감안해 2008년 9월25일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에콰도르에 머물던 정씨가 이달 18일 파나마행 비행기로 출국 예정이라는 사실을 에콰도르 당국에게 통보받고 파나마 이민청과 해외 공조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내 송환 절차를 진행했다.

대검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씨 소재 추적에 착수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장, 캐나다 국경관리국(CBSA) 일본주재관 등 해외 법집행기관과 긴밀한 정보공유, 회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사공조를 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정씨는 국세 294억원도 체납한 상태다. 정씨의 아버지 정태수(96) 전 회장 역시 2127억원의 국세를 체납했으며 이사장으로 있던 강릉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항소심을 받던 중 2007년 출국해 행적을 감췄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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