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불거지는 '쪽지예산' 논란…한국당 의원들에게만 ‘공문’ 발송
민주당 “총선 앞두고 지역사업 챙기는 ‘사전선거운동’”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내 지역구 주요 예산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YTN에 따르면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지난달 9일 한국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2020년도 정부예산안 편성 관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당 소속 의원들이 관심을 가진 핵심 사업을 취합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 하겠다’, ‘12일까지 알려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쪽지예산’을 공문을 통해 당당하게 주고받은 것이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 정의당 의원들에게는 이 공문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정부 측 의견 반영 없이 일방적인 쪽지예산이 들어와 비판받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예산 심사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한국당 의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낸 데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예산 생색내기로 ‘친박독식’ 논란을 잠재우려 한 것”이라며 “권력에 줄 세우는 오만방자한 행동”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당에서 주요 당직을 친박 의원들이 꿰차는 데 대해 내부 불만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 6월 여야가 국회 정상화 협상을 벌인 결과 한국당이 얻어낸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유기준)과 공석으로 남아있던 한국당 몫의 예결위원장(김재원)은 모두 친박계로 통하는 의원이다. 

 

▲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김재원 예결위원장(오른쪽)과 이종배 에결위 간사(왼쪽)와 추경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8.01.


민주당은 앞에서는 추경안을 거부하더니 뒤로는 총선을 대비해 제 식구를 챙기는 ‘사전선거운동’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두 달 넘게 추경안을 미뤄놓은 상태에서 총선을 앞두고 내년 정부 예산 편성에 개입해 지역 민원사업을 챙기겠다는 노골적 선거대책”이라며 “추경안도 거부하면서 예결위원장 권한을 정파적으로 이용해 선거대비용 쪽지예산을 미리 챙기고자 했다면 사전선거운동이요 국민우롱행위”라 비판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도 “추경 발목을 잡던 한국당이 정작 추경 심사에서는 자당 지역구 쌈짓돈을 챙기며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며 “민생예산은 잘라내며 선심성 예산은 알뜰살뜰 챙겨가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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