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미래당 손학규 (왼쪽)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또한 최고위원회의 회의실 옆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비상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2019.09.30.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을 거듭하던 바른미래당이 끝내 두 집 살림을 차렸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던 비당권파 의원들은 30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하고 별도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비상행동은 유승민 의원을 대표로 추대하고 바른미래당 의원 중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전원참여했다. 손 대표를 축으로 하는 당권파를 사실상 불신임하고 같은 당내에서 독자노선을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와 같은 시간, 바로 옆 회의실에서 의원 비상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권 유지를 위해 통합과 개혁, 혁신을 방해하는 지도부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만이라도 당을 살리기 위한 비상행동에 돌입하는 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면서 “당을 화합하고 혁신해 자강한다는 의원총회의 대국민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변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당권파 의원들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18일 당 윤리위원회가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해 직무정지 6개월을 결정하며 본격화 됐다. 유승민·안철수 계로 구성된 비당권파 의원들은 윤리위 결정 다음날 긴급 의총을 소집하고 하 최고위원의 징계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등 ‘새로운 지도체제 구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원내대표는 “변혁을 통해 당의 변화와 혁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 그리고 현재 국정운영,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러 원내 상황을 포함해 여러 의원들의 지혜를 모아 대처해나가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비상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대표로 한 변화와 혁신의 비상행동회의를 갖는 동안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손학규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실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19.09.30.

다만 이번 분열사태가 당장 탈당이나 분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혁 대표로 추대된 유승민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지금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 모임을 같이 하는 모든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탈당에 대해서는 전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당 입당이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저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면서도 “지금 한국당의 모습이 그런 새로운 보수,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보수의 모습으로 재건하고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늘 회의적이란 입장을 가져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 일부에서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정말 앞뒤가 안 맞고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정당 지원금, 교섭단체로서의 지위, 탈당 시 상실할 비례대표 의석 문제 등이 맞물려 탈당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변혁의 또 한 축을 담당하는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해 유럽으로 떠난 뒤로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변혁은 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동섭·이태규·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비상회의에는 일정상 권은희·하태경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변혁 출범에 대해 “당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비상행동이다 뭐다, 정치적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 비판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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