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되어 재석176 찬성159 반대14 기권3 으로 가결되고 있다. 2019.12.30.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공포안(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그 출범이 성큼 다가온 형국이다.

이날 공수처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정식으로 출범하기까지는 관보 게재(공포) 절차만이 남은 상황. 법제처에 따르면 공포까지는 통상 3~4일이 소요된다.

공수처법이 마무리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통과가 가까워지며 수사권과 기소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 검찰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檢 ‘주도면밀한 처세술’에 與野 한 목소리


검찰은 2일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폭력사태에 연루됐던 여야 의원들 29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3일만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기소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측 모두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은 “공수처가 통과되자마자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 위원이던 민주당 의원들을 기소 및 약식기소 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검찰개혁을 이끈 의원들에 대한 화풀이라는 것이다.

한국당 또한 이를 ‘야당 말살’로 규정하고 “공수처법이 통과되자마자 검찰의 노골적 태세전환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며 검찰을 향한 날을 세웠다.

검찰은 공수처법이 통과되자마자 그동안 늑장대응 지적이 잇따르던 패스트트랙 폭력사건을 기소한 ‘주도면밀한 처세술’에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 “공수처법 통과와 기소는 전혀 관련 없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 점은 송구하다”고 변명했다.


▲ 나병훈 전문공보관이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룸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처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0.01.02. (사진=뉴시스)

​71년 간 독점해온 檢 기소권, 공수처와 양분

검찰로서는 공수처가 등장하며 창설 이래 71년 간 독점적으로 유지해 온 기소권을 뺏긴 데 이어 기소재량권 마저 위협 받는 상황이다.

공소 제기 여부를 검사의 재량에 맡긴다는 기소편의주의는 그 보완책으로 고소·고발인이 직접 재정을 신청토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었지만 실제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등 고위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에 대해 우선적인 수사권을 가지면서도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에 한정된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없는 나머지 대상은 수사 결과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고, 사건을 맡은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공수처가 직접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넣을 수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담당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할 의무를 진다.

만일 공수처가 기소의견으로 넘긴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처분 할 경우 공수처가 담당 검사의 ‘유착 정황’을 포착하며 수사는 물론 직접 기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검찰에게 큰 위협인 셈이다.

처장 임명 과정서 진통 불가피

민주당에게도 사정이 좋아 보이진 않다.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이기도 했던 공수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에도 가장 중요한 공수처장 임명 과정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지만 공수처 설치에 필요한 행위 및 시행을 위해 필요한 행위는 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론상으로는 늦어도 7월 초·중순경에는 공수처가 설치돼 고위공직자 직무관련 범죄 등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식 출범 전 필요한 절차는 공수처장과 차장, 공수처 검사 및 수사관 임명 등이다.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여야의 기약 없는 진통이 있을 수 있는 점이 정부여당의 불안요소다. 이미 법안이 통과된 현재 초유의 관심사는 ‘누가 고위직 수사를 총괄할 초대 사령관이 될 것인가’다.

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법조계에 15년 이상 있던 사람 중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한다.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지명하고 최종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국회에 설치될 공수처장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추천 2명, 야당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되는데, 사실상 야권 측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변협회장을 포함한 3표뿐이다. 그러나 의결정족수가 ‘6인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만큼, 여야 어느 쪽도 후보 추천 과정에서 강행처리는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야의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장관 등 국무위원 내부 추천을 거쳐 후보자 지명하는 것과 달리, 후보자 지명 과정 자체에서 야권과의 조율이 필수적이라 야당은 ‘의도적 회피’ 등의 전략으로 처리과정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또 의결정족수가 6명인만큼,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2명만 반대해도 후보자 한 명조차 확정지을 수 없다는 점 역시 정부여당에게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공수처장 추천위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당이 추천위 구성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03. (사진=뉴시스)

한편 공수처장 후보와 관련해서는 아직 시일이 남은 관계로 구체적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는 단계는 아니지만 참여정부 때 시도된 검찰개혁을 강경하게 이끌 수 있는 강골성향의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시범타’가 중요하지 않겠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벼르던 검찰개혁이 이제 시작되는데 (문재인)대통령 소회도 남다를 것”이라며 “처음이 실패하면 나중도 없다. 시작부터 강골검사 출신이 물망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독립적이고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 때문에 시행령 정비 등 전체적인 준비에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시간도 걸릴 텐데 속도감 있게 빈틈없이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일단 나머지 검찰개혁 법안 통과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수처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남아있다.

당초 민주당은 전날(6일) 본회의를 열고 이를 상정시키려 했지만,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한국당과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이룬 점 등을 감안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인 유치원3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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