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2019.10.28.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던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공조를 형성했던 야3당과의 수(手) 싸움이 가시화되고 있다.

27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로 의원정수 확대를 언급하며, 의원정수는 동결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안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바라건대 지난 12월 여야5당,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함께 합의했던 (의원정수)10%범위 내 확대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선거법 먼저 vs 검찰개혁 먼저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심상정 발의안)은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지역구(225석·▼28석)·비례대표(75석·▲28석) 의석수를 조정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이는 민주당이 새로 제시한 안을 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신속처리안건이 본회의에 회부되기까지 걸리는 최장 시간인 330일을 고려해 지난 3월 일단 민주당 안으로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한 뒤 특위와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조율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당초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국회예산 동결을 전제로 의원정수 확대(330석·▲30석),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의원정수가 그대로 유지됨에도 지역구 28석이 감소하는 만큼, 사라질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과 함께 본회의에서의 부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비해 지난 4월 당시 여야4당 원내대표들은 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은 ‘본회의 표결시’ 선거법-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안 순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초 야3당 내부에서는 검찰개혁안(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과 선거법이 함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선거법과 아무 연관도 없는 법안을 왜 함께 요구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볼모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검찰개혁안을 함께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조국 폭풍의 직격을 맞고 다급해진 민주당이 조 전 장관 사퇴 후 공수처 설치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야3당 측은 ‘4월 합의’대로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26일 “일의 순서를 지켜줄 것을 촉구한다. 선거법 처리가 공수처법 처리보다 먼저여야 한다”라며 “본회의 부의부터 해놓은 후 본회의 상정에 이르는 동안 여야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의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상태에 놓임을 뜻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경제적 성과가 부진한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일무이하게 내세울 수 있는 성과가 검찰개혁안인 관계로 오히려 급한 것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의석수 확보에 여념이 없는 야3당 보다는 민주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월 합의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수처는 물론이고 수사권 조정까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법의 우선 처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야3당에 불가역적인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민주당이 검찰개혁안 본회의 부의 날짜가 29일인 점을 강조하는 것도 야3당으로서는 불안요소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안 소관 상임위에서의 180일은 오늘(28일) 부로 종료된다. 원칙적으로는 29일부터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최장 90일 간 체계·자구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검찰개혁안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법사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인 관계로, 별도의 체계·자구심사 기간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당장 29일부터 본회의 부의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민주당 주장에 따라 29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된다 해도 검찰개혁안과 달리 선거법은 지난 8월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됨에 따라 현재 법사위 절차를 밟고 있어 내달 27일이나 돼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즉 민주당은 4월 합의에 따라 11월 이후 선거제를 합의 처리할지, 본회의에 먼저 부의되는 검찰개혁안부터 처리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성사 및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결의 시민사회와 정치권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0.23.

 


◆ 본회의 표결서 부결 가능성

또한 문제시 되는 것은 본회의 표결이다.

민주당 의석수만으로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한 것도 버겁지만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지역구 감소로 인해 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야3당과의 합의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28석으로, 본회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297석) 과반수 149석에 21석이 부족하다. 야당 의원 중 친(親)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6표와 민중당 1표, 무소속 4표를 포함해도 10표가 모자라고 사라질 지역구로 인한 반대를 고려하면 여유분까지 확보해둬야 한다.

반면 현재 110석을 차지한 자유한국당은 친한국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우리공화당 2표, 무소속 3표 등 115표를 확보하고 있다.

297석 중 명확히 편이 갈릴 254명을 제외한 43명은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대안신당(가칭) 소속 의원들로 이들은 일단 검찰개혁안에는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선거법이 우선 처리돼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 29일 검찰개혁안 본회의 부의?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대안신당(가칭) 의원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 단계를 밟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 내달 27일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만큼, 검찰개혁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더라도 이때 이후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 실무협상에 이어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본회의 부의 시기와 관련해 여전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법사위 숙려기간이 오늘로 종료된 것으로 보고 내일부터 부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문희상 국회의장께) 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일 부의는 불법임을 명확히 말씀드렸다. 공수처법은 법사위 법안이 아니다. (별도의)체계·자구심사 기간을 반드시 줘야 한다”고 맞섰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내일 본회의 부의는)기본적으로 패스트트랙이 갖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며 “최초로 헌정 역사에 남기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주십사 (문 의장께)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구체적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내일 오전 여상규 법사위원장에게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문 의장이 내일 검찰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일 오전 중 법사위에 문서로 고지할 것”이라 밝혔다.

앞서 문 의장은 29일부터 검찰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돼도 법적 하자가 없다는 외부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언제 의장 권한을 행사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법안 등의 본회의 상정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문 의장은 법안 자동부의와는 별개로 상정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본회의가 열리면 바로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준비만 해두고 여야 합의를 최대한 촉구한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라 내일 검찰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뒤 12월 27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그 뒤로 열리는 첫 번째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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