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1조3000억원 유상증자 결정
솔루스·모트롤사업부도 매각 계약
박정원 회장 등 대주주, 퓨얼셀 지분 무상 증여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이 1조원대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이어 (주)두산도 계열사 매각을 통해 두산중공업 증자에 참여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두산 대주주들도 5700여억원의 유산퓨어셀 지분을 무상으로 두산중공업에 증여키로 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로 인해 두산그룹은 국책은행에서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3조원의 자구안 마련을 약속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3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올해 안으로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일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권이 발생하면 주관증권사가 총액 인수한다. 이번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에 쓸 예정이다. 이미 지난 7월 비핵심 자산인 골프장 클럽모우CC 매각 대금도 채권단 지원자금 상환에 사용했다.

 

이와 함께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주)두산은 두산솔루스와 모트롤사업부 매각을 위한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진대제 펀드’로 알려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2382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34.88%도 4604억원에 매각된다. ㈜두산 모트롤사업부는 물적분할을 한 뒤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530억원에 팔기로 했다.

 

(주)두산이 두산솔루스, 모트롤사업부를 매각키로 한 것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주)두산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등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재원 확보를 추진해왔다. 지난달에는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타워 매각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현재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주)두산 대주주도 두산퓨얼셀 지분 23%(약 5740억원)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증여키로 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 출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된다. 유상증자 외에 추가로 두산퓨얼셀 지분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는 한층 더 탄탄해진다는 게 두산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중소형원자로, 수소, 연료전지 사업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혁신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준비 중이다. 국내 최초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소터빈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수소경제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두산퓨얼셀의 경우 투자 확대 등 여러 측면에서 지금보다 여건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의 대주주로서 연료전지 발전기술까지 확보하게 됨으로써 연료전지(440kW), 풍력(3~8MW급), 중소형원자로(SMR, 단위 60MW), 가스터빈(270MW, 380MW)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중공업의 EPC 역량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날 두산퓨얼셀은 시장 확대에 따른 라인 증설 등을 위해 3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권이 발생할 경우 주관증권사가 총액 인수한다. 

 

두산 관계자는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위한 기반을 계획한 대로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남은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해 최대한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 자구안 달성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이 최대주주로 약 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 가량으로, 두산중공업 지분을 빼도 지분 가치가 6000억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는 1조원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내에서 알짜 회사로 손꼽히는데다, (주)두산 자산 중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자산 규모도 상당해 눈독을 들이는 회사가 적지 않다. 다만 두산은 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밥캣과 분리 매각을 원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