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동행, 반도체 키운다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5 17: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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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선언 50일…“국격에 어울리는 삼성” 향한 잰걸음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반도체 분야 상생·협력 강화
“함께 성장”…전방위 지원으로 반도체 생태계 확장 노려

▲삼성전자 직원(우)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좌)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50일이 지났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뉴삼성을 실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중국 시안을 포함해 국내외 현장경영을 5차례 나섰고 18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투자를 단행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만나 배터리 동맹의 물꼬도 텄다.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 선점을 위해 세계적 인재도 영입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동행경영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스타트업·중소기업·자역사회 등 사회 다양한 구성원과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퀀텀점프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동행경영은 반도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낌없는 지원으로 업계를 성장시켜 대한민국 경제의 두 축 중 하나인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잘하는 반도체에서 상생·협력 강화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사과에사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반도체를 통해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등 국내 주요 설비업체 및 23차 부품 협력업체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다음 달부터 설비부품 공동개발에 들어간다. 설비업체가 필요한 부품을 선정하면 삼성전자·설비업체·부품업체가 공동개발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설비부품의 개발과 양산 평가를 지원한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지원정책도 본격 가동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와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가 1000억 원 규모로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를 조성했으며, 국내 유망한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 후공정) 업체를 발굴해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국내 팹리스 업체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에 나섰던 터다.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프로그램을 공정당 연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8인치(200)뿐 아니라 12인치(300) 웨이퍼까지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레이아웃, 설계 방법론·검증 등을 포함한 기술 교육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달 들어서는 중소 팹리스 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SAFE-CDP)’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비·부품업체 지원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이후 추진되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하자 직접 현지로 날아가 소재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산화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주요 설비·부품업체와 함께 자체 기술개발을 진행,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레이저 설비업체 이오테크닉스는 수입에 의존하던 고성능 설비를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해 D램 미세화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싸이노스는 반도체 식각공정 효율화에 필요한 세라믹 파우더를 개발하고, 리코팅 기술을 내재화했다. 솔브레인은 3D 낸드플래시 식각공정의 핵심소재인 고선택비 인산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들 업체의 기술 역량이 강화되면서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의 생산성과 품질도 향상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1=10억 분의 1m)D램 양산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K칩 시대문 열었지만 사법리스크는 발목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중 무역분쟁, ·일 갈등 재점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 결국 업계와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나선 것은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최근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업계는 물론 대학, 지역사회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칩 시대의 선봉장을 자청한 이 부회장의 잰걸음은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이끌어내면 사법리스크를 털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기소 권고가 내려지면 재판 준비 등으로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어 뉴삼성 행보도 늦춰질 수 밖에 없다.

 

법조계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불기소 권고가 나오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은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다. 검찰이 지난 2018년 초 제도 시행 이후 진행된 총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그러나 검찰은 수차례 기소 의지를 밝혀와 이번에 예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법조계 인사는 “1년 넘게 먼지털이식으로 수사를 했는데 기소하지 않는다면 목적을 갖고 이뤄진 무리한 수사라는 걸 자인하는 셈이라며 수사심의위 결론과 관계없이 기소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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