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지 않는다"...오너십 실종에 아시아나·이스타 '불시착'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2 17: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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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재건 목메다 부실 부른 박삼구 '침묵'
이스타 창업주 이상직 "돈 없다" 회피

▲ 이스타항공 사무실 전경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위기일 때 오너리더십을 강조하지 않습니까. 딜이 무산된 지금이야말로 위기상황인데, 누구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

 

국내 항공업계에 정통한 전문가의 비판이다. 오너가 검찰 기소나 공정위 고발 등으로 일신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오너리더십의 필요성을 부각하더니 정작 기업의 명움을 좌우할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뒤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불시착했다. 과잉 상태였던 국내 항공업계 재편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M&A 불발로 항공업계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두 항공사 모두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절치부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잠식률을 보면, 이스타항공은 400%에 육박하고 아시아나항공도 50%에 육박한다. 항공사의 경우, 50% 이상의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이어지면 면허가 취소되거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한 뒤 50% 이상의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간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두 항공사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것이다.

 

돈줄이 마른 두 항공사 모두 한 푼이 아쉬운 상황. 이에 인수 대상자와 네 탓공방에 나선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소송전을 예고했다. 이행보증금 반환을 놓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금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회사의 오너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고려해도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신M&A 무산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더라도 경영 부실을 불러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부실 부른 박삼구 전 회장 침묵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아시아나항공 M&A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정몽규 현산 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대금 1조원 할인 등 KDB산업은행의 파격 제안에도 ‘12주 재실사를 고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를 신뢰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387%에서 3월 말에는 6280%까지 치솟았다. 관리비용을 줄이고 채권단으로부터 영구채 인수방식으로 30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았지만 부채비율은 2291%에 이른다. 자본짐식률도 지난해 말 18.62%에서 49.8%로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많다는 게 현산의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은 장기간 누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경영 전문가는 “M&A 추진 이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취약했다. 코로나19는 기름을 부은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영 부실이었다는 지적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이후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84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24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급기야 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은 한정의견을 내놓았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전해 영업이익이 8865300만원으로 전년대비 67.9%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05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9.0% 늘어난 67892억원이었는데 재무 상태는 나빠진 것이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과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 자산의 회수가능액, 당기중 취득한 관계기업의 주식의 공정가치평가,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여부와 연결재무정부 관련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추락과 박 전 회장의 경영 부실 사이 연관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 계약을 매개로 게이트그룹으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인수하는 방식으로 16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가 지연되자 9개의 계열사에게서 1306억원의 자금을 동원했다. 계열사 동반 부실의 우려가 있음에도 경영권 회복을 위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1%에 달하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 4월 채권단에 17000억원을 긴급 수혈받았고, 향후 24000억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채권단의 수혈이 계속되는 동안 오너인 박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은 없었다. 비록 지난해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더라도 M&A 무산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의 무반응은 오너리더십과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지분 헌납, 더 할 게 없다발빼기

▲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높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6대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를 감축해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임직원 605명에게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에는 약 590명의 직원만 잔류하게 된다. 1분기 기준으로 1680명의 직원이 근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시 3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직원들의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 의원은 오히려 이스타항공과의 선 긋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 2~3곳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빨리 경영할 사람을 찾고 회사가 연착륙해서 재고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대량해고 사태가) 창업자로서 굉장히 안타깝지만 경영자들과 주관사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재 출연 요구에 대해서도 지분을 다 헌납했기 때문에 더는 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이스타항공 M&A가 무산된 데에는 부실한 재무상황의 영향이 컸다. 이미 1분기 기준 부채는 2200억원, 보유 현금도 바닥난(-1042억원) ‘완전자본잠식상태였다. 250억원 이상의 임금이 체불된 것을 물론,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도 체납됐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 의원이 액션을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제주항공이 체불 임금 해결을 요구하자 지난 6월 두 자녀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39%를 매각해 임금 체불 등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분 헌납은 M&A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어그러지면 실효성이 없다. ‘립서비스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더욱이 이스타홀딩스 지분은 이 의원 일가가 100% 보유한 만큼, 제주항공과 인수가 성사되면 이 의원 일가는 막대한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될 예정이었다. 이 의원은 지분 헌납을 공언하면서도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법승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를 깎아 먹었다.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창업한 이스타홀딩스는 1년도 안 돼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최소 1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68%)를 사들이는데 쓰였다. 현재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데, 주식 매입의 시기를 생각하면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다. 홀딩스의 지분은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씨와 딸 이수지씨가 각각 66.7%, 33.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새만금관광개발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으며 두 사람이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가 됐던 시기는 16살과 26,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관련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했다지만,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이 의원 일가가 소유한 KIC그룹의 계열사인 새만금관광개발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와중에 이 의원 일가는 이스타항공에서 발을 뺐다.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최근 이스타항공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오너 일가가 이스타항공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2개월 이상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 운항증명(AOC) 효력마저 일시 중지돼 사실상 항공사로서의 기능마저 잃고 직원들은 생계 걱정에 직면했다.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에는 8개 업체가 의향을 밝혀 다음달 중순까지 재매각을 추진한 뒤 직원들 재고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재고용은 무기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때문에 이 의원 일가가 보다 진정성 있는 오너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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