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룹의 재건을 위해 박삼구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금호고속 지분 전량(47.5%)를 담보로 산업은행 측에 5000억원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채권단 등은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박 전 회장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퇴진했으며, ‘복귀는 없다’고 못을 박아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금호그룹과 박 회장에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비중을 60%나 차지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그런데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유도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금호그룹이 내놓은 ‘비장한 카드’

지난 10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산업은행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해당 자구안에는 앞으로 3년 동안 경영정상화 이행여부를 평가받아 목표미달 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를 진행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 자구안에는 ▲계열주 가족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 담보 제공 ▲박삼구 전 회장 경영복귀 없음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 통한 지원자금 상환 ▲수익성 개선위한 기재 축소, 비수익 노선 정리 및 인력 생산성 제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이 같은 자구안을 받아들이면 우선 박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8%(13만 3900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현재 산은의 담보로 잡혀 있는 금호고속 지분 42.7%에 대한 담보가 해제되면 다시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체결하고 경영정상화 기간 3년 동안 이행여부를 평가받고, 목표 달성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해도 좋다는 조건도 걸었다. 금호그룹의 오너일가는 물론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산업은행‧금융당국 ‘자구안 거절’…왜?   

 

▲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실상 금호그룹과 박 회장으로서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안에 대해서 채권단은 만 하루만인 지난 11일 거절했다. 채권단 등은 자구안에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금호그룹이 요청했던 5000억원에 대한 자금지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채권단은앞서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박 전 회장이 상표권을 문제 삼았고, 더 나아가서는 매각 자체를 백지화하려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박 전 회장 3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야 하지 않냐”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그동안 아시아나 경영진에 시간이 없지 않았다”며 “어떻게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30년 이란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이 상황에서 또 3년을 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너일가‧그룹'에 도 넘은 희생 요구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이렇게 산은이 자구안에 대해서 퇴짜를 놓으면서, 금호그룹과 박 전 회장은 새로운 자구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서 나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은 금호그룹이 수정 자구안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은 물론 박 전 회장에게 ‘가혹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현재 내놓은 자구안 역시 모든 것을 내놓은 것이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룹 정상화를 위해서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4.8%를 내놓았고, 산은으로 담보를 잡혀있는 지분 42.7%까지 ‘재담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룹 내 주요 자산을 매각해 지원 자금을 상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의 경영 복귀는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3년이라는 시간 내에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순순히 매각에 응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채권단은 3년이라는 기간에 대해 ‘시간 벌기’라고 지적했지만,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마지막 기회를 요청한 것이다. 사실상 경영정상화가 누구보다 절실한 건 산업은행도 금융당국도 아닌 금호그룹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는 것은 그룹의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아래 가장 많은 계열사를 두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는 12곳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을 빼고 나면 그룹에 남은 계열사는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고속관광(경기), 충주보라매 4곳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사실상 그룹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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