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소주 시장의 평균 알콜도수 ‘17도’ 선이 깨지고 있다.

술 문화가 과거 마시고 취하던 것에서 술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면서 국내 주류업체들은 저마다 ‘저도수’ 소주를 내놓으면서 애주가들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

과거 25도 독주에서 알코올 도수는 2006년 20도, 2014년 19도, 2014년 18도 벽이 무너지며 현재 17도까지 내려왔다.

최근에는 무학의 ‘딱좋은데이’를 비롯해 롯데주류의 ‘순한 처음처럼’, 하이트진로의 영남 지역 전용 제품 ‘참이슬 16.9’ 등 16도대 소주까지 출시되고 있다. 대선의 ‘대선’(옛 C1), 금복주의 ‘맛있는 참’ 역시 앞서 16.9도로 도수를 조정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뉴트로 감성을 더한 ‘진로이즈백’을 16.9도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음주시장의 주 타깃인 20~30대를 공략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독한 소주에 거부감을 갖는 젊은 여성층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도수 소주의 인기가 커지면서 소주 시장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처음처럼’도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췄다. 전국구 소주의 메인 브랜드가 17도 벽을 깬 것은 처음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주력 제품인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7도에서 16.9도로 0.1도 낮춘다.

롯데주류는 이달 중순 제품 생산을 시작해 물량을 확보한 뒤 재고분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12월 초 시장에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주류는 지난해 4월 처음처럼의 도수를 기존 17.5도에서 17도로 0.5도 낮춘 바 있다.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소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17도’의 마지노선 벽을 깬 것이다.

다만 ‘진한 처음처럼’(20도)과 ‘순한 처음처럼’(16.5도)의 도수는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주류의 행보가 먼저 16.9도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진로이즈백’과의 경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국구 소주 가운데는 처음처럼이 처음으로 16도 시대를 연만큼 향후 저도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도수와 비교하면 단 0.1도수 낮아졌을 뿐이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 16.9도 이하의 주류는 심야시간(저녁 10시 이후) TV에서의 광고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롯데주류는 광고 등을 활용해 본격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처음처럼이 경쟁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보다 낮은 도수를 유지하면서 ‘부드럽고 순한 소주’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16도 소주와 17도 소주 차이를 부각하는 마케팅 활동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음주 문화는 과거 과하게 취하고 즐기던 형태에서 벗어나 퇴근 후 가볍게 한 잔 즐기는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국구 소주인 처음처럼이 도수를 낮춰 저도수 소주 경재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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