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1.08.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공정에 관한 검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일 오후 청와대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개혁에 대한 특별한 당부 중에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에 앞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며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상당 수준 이뤘다고 판단한다.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이후, 그 다음 단계의 개혁에 대해서도 부응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줄곧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고, 이날 발언은 한편으로는 검찰과 법무부가 문 대통령이 강조하던 ‘입법이 필요치 않은 개혁’을 자체적으로 잘 진행해왔다는 점을 치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발언은 말의 무게가 다르다. 성급하게 판단한다면 ‘경질’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음직한 발언이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과 윤 총장과의 대면이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란 점을 고려하면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직후 윤 총장이 충심(忠心)에서 문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고도 전해진다. 조 전 장관 의혹 등이 정권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자진해서 옷을 벗기 전까지는 임기가 보장된다.

다만 대통령에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특유의 수직적 조직문화 상 사법연수원 후배기수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선배기수들이 관례적으로 옷을 벗듯이, 법무부 장관이 총장보다 후배기수로 임명되면 마찬가지로 원활한 지휘를 위해 총장이 사퇴한다.

하지만 윤 총장(23기)은 이러한 검찰의 기수 문화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문 대통령이 신임 법무장관에 23기 이하 급 인사를 기용하더라도 윤 총장이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통령이 현직 검찰총장을 직접 거명하며 이런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이날 발언은 일단 윤 총장의 자체개혁을 믿어보겠다는 느낌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특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진영 행정안전부·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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