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식 배달시장 20조...10년만에 20배 ‘쑥’
배달업 종사자 13만명..배달앱 직원도 2배↑
코로나+1인 가구 증가 등…배달앱 성장 촉매
배민·요기요에 위메프·쿠팡 도전장..백화점도 가세

[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2020년 대한민국은 ‘배달의 세계’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본격화하면서 모든 일상생활을 배달로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산업규모도 커져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20조원 대로 추산되고 있다. 인구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중국, 미국 등과 함께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대한민국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배달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음식 배달 시장 ‘20조’ 만든 주역은? ‘배달앱’
“배달로 시작해 배달로 끝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20대 방모씨(24)는 최근 자신의 하루 일상생활을 이렇게 표현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는 “최근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보다 배달로 시켜먹는 손님이 많아 하루 종일 배달 음식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가게손님이 배달 손님보다 5-6배 정도 많았는데 요즘은 거꾸로 바뀌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직장이 아닌 집에서도 배달음식과의 인연은 계속된다. 방씨는 “늦은 시간 퇴근하면 밥을 해먹기 귀찮아서 족발 등 야식집에서 항상 배달을 시켜 끼니를 해결했다”며 “직장과 집 등 모든 곳에서 음식 배달이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커졌다”고 전했다.
 

 


우리 일상에서 배달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시장규모도 무섭게 커지고 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음식 배달 시장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7% 증가할 전망이다.

2005년 1조원 규모이던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급속히 성장해 10여년 만에 20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외식업에서 배달을 빼놓고 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라며 “배달앱이 보편화되고 또 시장 내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음식 배달시장의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음식 배달시장 성장의 주역은 ‘배달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시장의 거래액 규모는 약 7.1조원으로, 전체 음식 배달시장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지난해 연간 거래액보다 많은 7.6조원을 나타내고 있다.

배달앱 원조는 ‘배달통’이다. 2010년 선보인 배달통은 세계 최초의 배달앱으로 직장인이었던 배달통 개발자 김상훈 전 대표가 집에 쌓인 종이 전단지를 처리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이후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이 등장하면서 음식 배달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음식 배달시장에서 배달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3%에서 2015년 10%대로 올라선 데 이어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30~40% 수준으로 추산된다.

배달앱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요기요 출시 직후 87만명에 불과했던 배달앱 이용자는 지난해 2500만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고 있는 셈이다. 과거 20대와 30대가 주였던 이용자는 40대 이상이 전체의 30%를 넘을 정도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매출도 일자리도 ‘쑥’…배달앱의 파급효과
배달앱의 성장은 외식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배민의 개발사인 우아한 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에 입점한 외식업 소상공인들이 지난해 배민을 통해 올린 매출은 총 8조6000억원이다. 전국 5개 광역시의 배달앱 활용 1,045개 외식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1%가 배달앱 활용 이전 대비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배달앱이 외식업의 매출 증대를 이끈 것이다.

일자리도 늘고 있다. 2019년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배달앱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배달업 종사자는 약 13만명으로 추산된다. 배민, 요기요 등 배달앱이 도입되면서 약 3만3000명이 늘었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배달업 종사자 중 8만3000여명은 생각대로,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 소속이다.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는 현재 5만6000여명의 배달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자리 효과는 배달원에 그치지 않았다. 요기요, 배달통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DH) 강신봉 대표는 지난 7일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지난해 650여명이었던 임직원 수가 올해 120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DH의 직원 수 증가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앞서 강 대표는 작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배달앱 시장의 성장을 위해 우수인재 채용 등에 대한 투자를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라며 “기존 임직원의 40%에 달하는 추가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초 추가 채용목표는 40%였지만, 실제는 85%의 추가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배달의민족 개발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의 업무협약 체결 모습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의 경우 시니어 고용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배민은 지난 24일 ‘서울시어르신취업센터’와 함께 ‘지역형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당 협약을 통해 만 55세 이상 어르신 200여 명이 B마트 물류센터에 채용될 예정이다. 배민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와 사회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달업 종사자의 증가와 함께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배달원은 고용보험 등 근로자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다. 하지만 최근 배달원의 규모가 늘어나고 라이더유니온 등 노동조합도 나타나자 배달원의 처우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 국회와 함께 배달원과 같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정기국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내년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로 맞은 퀀텀점프…1인가구, 온라인 시장 성장도 영향
코로나 발생 이후 사람들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배달은 비대면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거리두기 정책 속에서 사람들은 외식보다 배달을 선호했고, 가게들은 모두 배달앱에 신규 가입을 진행했다.

소비자의 배달앱 이용률은 코로나 발생 직후부터 크게 증가했다. 마케팅·빅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NICE디앤알에 따르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직후인 1월 넷째 주 주당 이용자 수가 532만 7000명이었던 배민이 신규 확진자수 100명대를 지속하던 3월 셋째 주 623만3000명으로 약 17%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이 활성화된 앱 서비스로 41%의 응답자가 음식 배달앱을 꼽은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배민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신규 입점 문의는 1만 5240건에 달한다. 거리두기 단계 강화 전인 7월보다 46.6% 늘어난 수치다. 신청이 몰리면서 기존 7일 이내였던 입점 절차 소요 기간이 14일 가량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배달앱 시장이 ‘퀀텀점프(비약적 발전)’를 맞았다고 말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지난 3월 배민, 요기요, 배달통 등 주요 배달앱의 월 결제액이 1조8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8월에는 주요 배달앱 내 월 결제액이 1.2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배달앱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사회변화는 있었다. 1인가구의 증가와 모바일 쇼핑 편의성 증대로 인한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간단하게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앱 이용의 수요를 높였다.

1인 가구는 지난해 약 615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를 돌파했다. 이는 2010년 414만 가구 대비 50%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4조 원을 넘겼다. 2001년부터 ‘연간 온라인쇼핑동향’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배달앱이 불러온 유통업계 지각변동
이커머스, 백화점 등 유통업계 강자들이 배달앱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쿠팡과 위메프 두 이커머스 거물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이 출시한 쿠팡이츠는 쿠팡만의 자체적인 배달 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한 집만’을 모토로 차별화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배민·요기요·배달통의 3강 구도를 깨고 74만 8천 명의 사용자 수로 업계 3위에 올랐다.

위메프 또한 자영업자 친화 정책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이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위메프오는 처음부터 음식배달서비스 이외에도 픽업서비스, 예매서비스 등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빠른 이용자 유입으로 지난 5월 전년 대비 1263%의 거래액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전통강자인 백화점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식품관 등 고급 식료품에 대한 배달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백화점 전문 식당가와 F&B 매장에서 바로 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배달해 주는 현대백화점 투홈, 바로투홈 서비스를 출시했다.

바로투홈 서비스는 현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우선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고객 입장에서 백화점에 입점한 델리와 레스토랑 메뉴를 집에서 쉽고 편하게 받아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라고 전했다.

국내 식음료 전문 프랜차이즈들도 자체 배달앱을 구축했다. 교촌F&B는 지난해 4월 온라인 주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자체 주문앱 '교촌 1991‘을 출시했다.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트 등 굵직한 외식 브랜드들을 운영하는 SPC 그룹도 지난해 ’해피오더앱‘을 별도로 출시했다.

십여 년간 배민 등 배달앱 강자들이 쌓아온 진입장벽은 이들과 같은 후발주자들에 의해 점점 흔들리는 듯 보인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자체앱들은 매출액 상승, 가입자 수 급증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교촌F&B의 경우 자체앱을 통한 매출이 지난 8월 기준 올해 1월 대비 1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음식을 꺼내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배달앱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소비자 편익 증대’
후발주자들의 유의미한 성과에 배민 등은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의 저변을 넓혀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배민은 외식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배달중개서비스 이외에도 B마트라는 자체 물류 창고를 활용한 다크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다크스토어는 도심 내 소규모 물류거점으로 일반 마트와 다를 바 없지만 온라인 주문만 가능한 형태의 점포다. 배민은 지난해 11월 B마트 서비스 출시 후 ‘소규모 배달’을 강점으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DH 또한 지난달 서울 강남 지역에서 ‘요마트’ 1호점을 시범 운영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배민은 채식 카테고리 제공 등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시도도 하고 있다. 배민 측은 “배달앱 1위 사업자로서 소수 고객의 선택을 존중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라며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건강식을 챙기고 싶은 소비자 등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고 새로운 업주를 발굴해 점주들의 매출 증대 효과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시장의 질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소비자의 편익과 협력 관계인 외식업체 점주들의 매출 증대를 위해 더 고민하며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