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한국은행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1.75%)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보다 0.1%포인트 내린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전년 4월엔 금년 한국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년 동안 네 번에 걸쳐 성장 전망치를 0.4%포인트나 떨어뜨렸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1분기 부진 탓”

한국은행 예상대로 만약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5% 성장하면 2.3% 성장률이었던 지난 2012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금리 인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이라는 인식에 근거한 발언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 금통위원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1분기 성장률 수치가 작년 말에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 반도체와 수출 경기가 회복되고,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이 풀리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상반기엔 2.3%, 하반기에 2.7%의 성장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실적에 대해서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성장의 외발 엔진인 수출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전월 말 발표된 2월 생산·투자·소비 지표들도 모두 상당한 폭의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전직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 민간 연구소 중에는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0% 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한은은 다음주 1분기 성장률 수치를 발표한다.

하반기 회복 여부…전문가들은 ‘글쎄’


이제는 경기가 하반기에 고개를 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은은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가운데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이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엔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에는 추경 효과가 들어가지 않았다. 6조원대로 예상되는 추경은 0.1%포인트 정도 성장률을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도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에 따라 설비투자는 상반기 -5.3%에서 하반기 6.4%로, 상품 수출 증가율도 상반기 1.4%에서 하반기 3.9%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반도체 부진은 일시적 조정 국면.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하반기 반도체 경기도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미ᅟᅡᆯ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은의 경기 인식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6조원대라는 추경은 야당이 반대해 얼마나 국회 문턱을 넘길지 모르는 것이고,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근거가 빈약하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와 한은이 경제 심리를 고려한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봐도 한은의 인식이 낙관적. 경기 지표를 보면 여전히 가파른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데 섣불리 회복을 점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차분하게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추진할 계획이 전혀 없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매우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우리 경제 활력과 생산성 제고 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