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단말기 시대‥새 가입자 확보 어려워
코로나19로 AI·빅데이터·클라우드 시장 성장
사명 개명·B2B 거래·XR 등으로 ICT 수요 확보



“T는 ‘텔레콤(Telecom)’이 아니라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투모로우(Tomorrow)의 T를 의미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KT의 ‘T’는 텔레콤이 아니라 테크놀로지(Technology) 등 좋은 단어로 해석해달라” (구현모 KT 대표)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최근 통신사들의 탈 통신기업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본업인 이동통신 분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AI, 모빌리티,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같은 통신사들의 외도는 기존 이동통신시장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3사의 가입자 수는 약 6400만명(중복가입자 포함)에 달한다. 사실상 1인 1단말기가 실현된 상황에 새로운 통신 서비스 가입 수요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비통신 분야의 시장과 수요가 크게 성장하면서 통신사들의 탈통신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사명 개명까지 추진하는 SK텔레콤


▲ SKT 박정호 사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열린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공간이 될 T팩토리를 새롭게 연다고 밝혔다. (사진=SKT)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새로운 사명을 고심 중이다. 현재 물망에 오른 후보는 ‘SK하이퍼커넥터’ ‘SK투모로우’ ‘T스퀘어’ 등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에서 구체적인 사명 변경 시점을 “통신 매출이 50%미만(현재 60% 정도)으로 내려가는 것을 계기로 하겠다”며 “올해가 사명을 바꿔도 되는 시작점”이라 발언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지난달 27일에도 “브랜드 관련 통일된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 통합)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7년 박 사장의 취임과 함께 ICT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실제로 박 사장 취임 이후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미디어(SK브로드밴드, 웨이브, 드림어스 컴퍼니) ▲보안(ADT캡스, SK인포섹) ▲커머스(11번가, SK스토아) 등으로 사업을 개편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에는 자사의 모빌리티 사업을 담당하는 부분을 따로 분할해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이와 같이 전통적인 통신 사업이 아닌 다른 부분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체 매출에서 이러한 플랫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 이후 SK텔레콤의 통신 매출은 연평균 -1%씩 감소했지만, 비통신 매출은 연평균 8.6%로 성장했다”며 “2010년 SK텔레콤의 연결매출 15조5000억원 중 비통신 매출은 3조원으로 19.4%를 차지했으나, 2019년 연결매출 17조7000억원 중 비통신 매출은 6조3000억원, 비중은 35.7%의 2배 규모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 선언한 KT

 

▲ KT 구현모 대표가 28일 '경영진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KT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KT)


KT 역시 탈 통신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8일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7개월 만에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는 이제 통신 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와는 다른 통신 기반 플랫폼 기업이며, 주력 사업도 통신에서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KT가 향후 성장 동력으로 꼽은 것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의 ABC다. KT는 플랫폼이다. 특히 이 플랫폼을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KT는 B2B 거래 플랫폼인 ‘KT 엔터프라이즈’를 출범시킨 데 이어 이달 중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혁신 서비스를 연계한 'KT DX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KT는 ABC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분야 매출을 2배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오는 2025년 B2B(기업 간 거래) 등 비통신 분야에서 10조원의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이다. 더 나아가 KT는 통신 대 비통신 사업의 수익 비중을 5대 5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실제로 KT의 B2B 사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유무선 통신 매출 비율이 66%에 달했던 것이 올해는 50%로 줄었다. 반면, 34%에 불과하던 IT‧미래사업 등의 매출 비중은 올해 절반까지 올라왔다.

실감형 미디어 시장 집중하는 LG유플러스


▲ XR 얼라이언스 출범을 기념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VR콘텐츠팀 신중경 팀장, 5G서비스그룹장 김준형 상무, FC부문장 이상민 부사장, AR/VR서비스담당 최윤호 상무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0년, 통신3사 중 가장 먼저 사명에서 ‘T(텔레콤)’을 떼고 LG유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유플러스라는 의미는 어디서나·언제나를 뜻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에 +를 붙인 것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고객을 좋게 만든다는 의미다.

지난해 5G 런칭 이후, LG유플러스는 5G를 기반으로 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출범한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인 ‘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사 역할을 맡았다. XR얼라이언스에는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테크놀로지 Inc.’, ‘벨 캐나다’, ‘KDDI’, ‘차이나텔레콤’ 등의 각국의 통신사, 실감 콘텐츠 제작사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 ‘아틀라스 파이브’ 등이 참여했다.

이렇듯 쟁쟁한 기업들이 모인 XR얼라이언스에서 LG유플러스의 입지는 견고하다. LG유플러스는 전 세계에서 5G를 가장 먼저 구축한 통신사 중 하나인데다 이후 1년 6개월 동안 ‘U+VR’, ‘U+AR’ 등의 자사 5G 특화 콘텐츠와 플랫폼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부사장)은 “해외 5G 산업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다수의 글로벌 통신사들이 콘텐츠·기술 등이 앞서 있는 한국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에 AR, VR 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당사자 초대 의장사 역할을 맡게 됐다”며 초대 의장사 선정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LG유플러스의 이러한 콘텐츠 플랫폼 전환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3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감으로써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