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 어찌 보면, 아니 틀림없다.

정무감각이 없는 사람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니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나 원내대표가 조 전 장관을 몰아내는데 공헌을 세운 당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봉투를 준 행위 말이다. 무슨 생각과 판단으로 그러한 행위를 했을까? 왜 그 유능하고, 정치실무 경험이 많은 보좌직원들은 말리지 않았을까?

필자는 당 사무처 당직자 시절 원내대표 세 분을 모셨다. 적어도 내가 모셨던 원내대표들은 의원들에게 자기명의의 상장을 주지 않았다. 원내대표 명의의 상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보통은 당대표 명의의 상장을 준다. 이러한 행위는 나 원내대표 마음속에 다른 욕심이 있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필자가 나 원내대표의 표창장 수여 사실을 안 것은 한 종편 방송 중이었다. 필자는 정말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를 음해하는 일부 세력의 짜깁기 편집 영상인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국인사청문회 TF 팀의 공로를 인정해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9.10.22.

황당하고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생방송 와중에도 이런 의문이 들었고 개선장군처럼 좋아하는 의원들 모습에 좌절감을 느꼈다.

상장은 국민들께 드렸어야 옳았다.

만약 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민들께 드리는 감사의 편지를 쓰고 고개를 숙이며, 갈등으로 둘로 나뉜 대한민국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국민들께 상장을 드리고, 의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어려운 국민을 위해 기부를 하면 어땠을까?

나 원내대표의 ‘상장 정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말에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장관 등을 낙마 시켰을 때도 표창장을 수여했다. 보도가 안돼서 몰랐을 뿐이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사례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 원내대표를 향한 글을 쓰는데 무척 주저했다. 그럼에도 참다 참다 이 밤에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한국당과 보수우파가 걱정돼서다.

조국 사태로 인해 국민들께서는 이 집권세력의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에 많은 비판과 분노를 보내셨고, 어렵게 한국당에 ‘눈길’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행위로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역시 한국당은 안 돼’라는 조롱을 받게 됐다.

40대 중반의 한 후배가 열흘 전에 말해준 얘기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난 지난 시절 새누리당과 친박들의 오만에 분노를 느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조국을 수호하려고 한 민주당에 분노한다. 그래서 내년엔 민주당 보다 덜 싫어진, 그래도 제 1야당인 한국당에 투표하겠다. 그러나 걱정이 있다. 한국당이 어떤 뻘짓을 할지 걱정이다. 자신 없으면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중간은 갈 테니까 말이다”

나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

무기력하게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 했으며, 장외 투쟁하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무기력하게 국회에 복귀했고, 조국 인사청문회 협상 잘못으로 핵심증인들을 채택하지도 못했다.

앞으로는 패스트트랙 상정 법안과 513조 빚덩이 예산을 막아야 한다. 눈앞에서 벌어질 일들이다. 나경원의 정치력으로 막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지난 시절에 범했던 실수들로 진즉에 그만두었어야 할 나경원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당과 보수우파에겐 커다란 재앙이다.

물러날 때를 모르고, 과도한 욕심을 갖고 자리에 대한 고집을 부린다면 나경원은 또 다른 조국인 셈이다.

 

 

스페셜경제 /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 speconomy@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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