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재우 뉴미디어포털 대표] 130년 이상 여전히 공사 중이며 언제 완공될지 기약도 없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이 있다. 자연의 숨결을 건축물에 불어넣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1852~1926)가 1882년 짓기 시작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ilia)이다.

가우디는 자연을 건축물로 그대로 끌어오는 영감을 주는 inspirational한 창의력으로 새로운 건축 양식을 창조했다. 그는 건축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이전의 건축 방식이나 재료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건축발전에 매우 창조적으로 기여한 개성 넘치는 건축가로 전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모든 사물은 점(點, dot)과 선(線, line)으로부터 시작되기에, 예술가들에게 점과 선은 예술적 감각을 지니고 있는 본질적 요소이다. 프랑스의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는 점을 이용한 점묘화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네덜란드의 신조형주의 화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은 직선 즉 수직선과 수평선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반면, 안토니 가우디는 자연을 본받아 건축물을 유려한 곡선으로 자유자재로 표현하여 ‘곡선의 마술사’로 불려진다. 그는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건축물에는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고무적이고 감화를 주는, 감동적인 가치를 찾자.

한계에 부딪쳤을 때 그 해결책을 자연에서 찾고자 하는 과학기술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어둠 속에서 청각을 이용해 길을 찾는 박쥐 등과 같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생물학적 영감(bioinspiration), 신경회로망과 생체 정보처리의 모델화 등과 같이 자연을 모방하는 생체모방(biomimetics), 인간이 하던 기능을 대신하는 산업로봇 등과 같이 생체의 기능을 연구하여 그것을 모방 응용하는 바이오닉스(bionics)등이 그것이다.

안토니 가우디는 동물과 식물은 물론 하늘, 구름, 바람 등 자연 속의 모습을 반영한 유기적인 곡선과 형상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미학으로 동화 속 건물처럼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건축물을 탄생시켰다. 자연에 존재하는 곡선의 모습을 건축물에 반영한 아르누보(art nouveau) 스타일의 새로운 공간 미학을 선보였다.

성당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엘공원(Park Güell), 구엘저택(Palacio Güell), 카사 밀라(Casa Mila), 카사 비센스(Casa Vicens),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카사 칼베트(Casa Calvet) 등을 비롯해 그의 다른 건축물에도 자연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구조를 공학이나 제조 및 과학 등에 적용하기 훨씬 더 이전에, 그는 이미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에 적용한 것이다.

또한 그는 모형을 이용한 구조실험을 통해,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거꾸로 매달린 듯한 아치 형태의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건축물을 지었다. 쇠사슬을 묶는 고정점, 길이, 구조물의 무게라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해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이 늘어지고 서로 연결돼 하중을 버티도록 했다.

성당은 크게 3개의 파사드(Façade,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로 이뤄져 있으며, 각 파사드에는 각각 4개의 첨탑으로 총 12개의 탑이 세워져 예수 그리스도의 12명 사도를 상징한다.

1926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직접 감독하여 완성한 파사드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경축하는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çade)’뿐이다.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çade)’는 1954년에 착공해 1976년에 완성됐고, ‘영광의 파사드(Glory Facade)’는 2002년이 돼서야 착공했다.

안토니 가우디의 기술과 디자인을 계승하려는 수많은 건축가와 조각가들이, 그의 사후 90년이 지난 지금도, 기술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숭고한 아름다움을 성당의 외부에 장식하며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공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공존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자연으로부터 해결책을 구한, 안토니 가우디의 고무적이고 감동적이고 감화를 주는 inspirational한 예술정신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통해 아직까지 우리에게 살아 있다.

 

스페셜경제 / 윤재우 뉴미디어포털 대표 speconomy@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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