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며 한국 반도체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이에 한국 반도체 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국제 정세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생산 종류를 다양화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며 위기 속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삼성전자가 중국의 화웨이와 손을 잡을까”이다.

기존에 화웨이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기업인 TSMC에 자사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맡겨 왔다. 그러나 미국이 오는 9월부턴 미국산 장비를 이용해 만든 반도체는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TSMC의 주요 장비는 미국산이므로 화웨이는 하루아침에 고객사를 잃었다.

또한 미국은 최근 TSMC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며 화웨이에 확실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삼을 것이란 추측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주로 유럽이나 일본산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체품으로 적절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16일 대만의 IT 관련지인 ‘디지타임즈’는 결국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사업 파트너가 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 등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대신해 수주를 받으면 당장의 경제적 이익은 발생하나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를 고사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웨이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업체 TSMC를 대신해서 우리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요청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칫 무리한 거래 확대로 메모리까지 제재대상이 되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집중해 장기적인 수익원을 창출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주력 생산 모델도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다양화 할 전망이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반도체비전2030’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화성 캠퍼스 등에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시설 확충에 나섰다. 특히 파운드리 시설을 확충해 세계적 기업인 퀄컴 등의 제품 위탁 생산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국내 중소 반도체 업계도 교육 지원과 기반 시스템 마련 등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특히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SAFE-CDP)’도 출시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가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격적인 M&A도 삼성전자가 쓸 수 있는 카드다. 반도체 업계와 제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약 113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등에선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기업 등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M&A결정권을 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먼저 해소돼야 M&A도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일본과 무역 갈등이 심화된 이후 일본에 의존하던 원‧부자재 수입원 다양화를 시도했다. 또한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인 불화수소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128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고객을 다양화 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게임기에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올해 연말부턴 낸드플래시 흑자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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