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사과”…김용희씨 고공농성 355일만에 중단
“다양한 가치 귀 기울이겠다”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에 난제 속속 해결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29일 삼성이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복직 등을 합의했다. 이로써 김씨는 1년 만에 고공농성을 끝내고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내려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대국민사과를 통해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성과다.

 

삼성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양측의 합의에 의해 지난 28일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김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그동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후 6시 강남역 철탑 고공농성을 마친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남은 인생은 어려운 동지들과 늘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김씨는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5월 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다.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던 김씨는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지난해 710일을 한 달 앞두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인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갔다. 그는 고공농성을 하는 동안 세 차례 단식 농성을 병행하기도 했다.

 

양측의 합의문에는 삼성 측의 공식사과와 김씨의 명예복직, 해고기간 피해배상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에서도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에 복귀한 이후 오래된 난제를 털어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했고, 870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무려 11년간 이어진 반도체 라인 백혈병 분쟁도 매듭지었다. 최근에는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무노조 경영 종식과 노사 상생을 약속하기도 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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