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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국내 5대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올 들어서만 무려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작년에는 대기업 여신을 3조원 이상 줄였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제한하자 은행들이 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이 실행한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73조819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4% 늘어난 모습이다.

이 같은 대기업 대출은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은행에서 확대하는 모습이다. 먼저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대기업에게 18조5163억원의 대출을 실행해 지난해 말에 비해 한 달 만에 4.1%(7298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우리은행은 14조9918억원에서 15조5564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4조4828억원에서 14조7804억원으로 각각 3.8%(5646억원)와 2.1%(2976억원)씩 증가했다. 이어 신한은행도 13조8645억원에서 14조468억원으로 0.6%(823억원) 늘었으며, 농협은행은 10조8536억원에서 10조919억원으로 0.6%(655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대형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추세는 작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의 대기업 대출 보유량은 전년 말에 비해 4.1%(3조526억원)나 적은 액수였다. 해당 기간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대 시중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일제히 감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대출을 줄이던 은행들이 노선을 변경한 것에는 정책적 요인이 큰 몫을 한 것이라고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가계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이에 대한 규제를 이어갔고, 은행들은 기업 대출로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경영환경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 달 국내 전체 대기업들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업황 BSI는 100이 기준치인데, 이보다 낮으면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보다 비관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80이었던 전달에 비해 다소 오르긴 했으나 아직 앞날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대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경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메르스와 사스 사태 때와 같이 우리 경제에 어느정도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사태에 경기가 더욱 침체돼 대기업 업황도 좋지만은 않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에 비하면 상환 여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은행 건전성 부분에서 봐도 대기업 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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