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부터 여당까지, 총선 앞둔 잠행보(潛行步)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군소 야당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 여의도의 시선은 온통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쏠려있지만 소수 야당들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는 긴장감마저 흐른다.

제3의 길, 제3정당. 이는 손학규 대표를 위시한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공유하는 가치다. 그동안 이어진 민주당계와 한국당계의 거대 양당 체제를 종식시킬 중간지대의 필요성에 이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바른미래·평화·대안신당이 성공적으로 3지대를 형성할 경우 현재 의석수로 따지면 교섭단체 구성 정수인 20석을 점하고도 남는다. 

원내에서 교섭단체가 가지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현재 패스트트랙 등 논의에 분당 직전의 위기에 놓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국회법 상 규정된 교섭단체 규정 덕분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바른미래당 당적을 계속 유지 중인 이유 한편에는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사정이 고려되었을 수도 있다. 당초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군소야당들의 움직임이 향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들이 원하던 3지대는 과연 가능성이 있을까. 이번 주 <스페셜경제>는 바른미래당·평화당·대안신당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향후 총선가도를 전망해본다.
3지대 공감대 속 동교동계 누구 노리나

◆ 군소야당의 공감대, 제3지대

가상 대결이긴 했지만 18대 대선 당시 불어닥친 ‘안철수 돌풍’ 앞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맥을 못추고 무너졌다. 정치경력이라곤 전무했던 신인이 문재인과 박근혜라는 거물을 상대로 압승한 것을 두고 당시 전문가들은 대결정치에 이골이 난 국민들이 안철수라는 대안을 선택한 것이라 분석했다.

돌풍은 20대 총선까지도 이어졌다. 안 전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은 무려 38석을 차지하며 자체 교섭단체를 구성, 당당하게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거대 양당의 패권정치를 경계하며 제3지대의 필요성을 설파해왔다. 정쟁에 정쟁만을 반복하는 양당체제에 피로감을 느낀 국민들이 다시 중간지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시큰둥하다. 4·3보선 패배 후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지도부 총사퇴’는 어느새 ‘손학규 사퇴’로 바뀌어 있었고, 반목을 거듭하는 정당에 국민들이 보낸 지지는 초라했다. 당 지지율은 6석에 불과한 정의당에게 역전 당한지 오래다.

단 하나 손 대표의 ‘제3지대론’과 맥락을 같이 하는 건 민주평화당이다. 차이가 있다면 정 대표는 민주당 한국당 등 거대 양당에 대항하는 3정당의 형성을 넘어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외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평화당 지도부·지역위원장 연수에서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내홍 속에서 탈당한 분들과 통합하는 것을 3지대로 보지 않는다”며 “내가 해석하는 3세력은 황무지에서 튀어나오는 개혁적 3세력이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제 3지대론의 실체”라 말했다.

지금은 평화당과 갈라선 대안신당도 3지대론에 있어서는 뜻을 같이한다. 저마다 미묘한 차이는 있으나 편향성을 극복하고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사로잡아 대립과 분열의 정치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세 정당이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 구원투수 등장?…10월 홍석현 회장과의 회동

지난달 23일 서울 한 식당에서 대안신당 소속의 유성엽·장병완 의원, 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홍 회장에게 제3지대 신당의 대표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지만 홍 회장은 고사하며 “다른 인사를 추천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김동철·박주선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오지 못했다.

대표 선출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3정당의 구현에 바른미래당·평화당·대안신당 의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날 만찬을 주선한 ‘동교동계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 2일 “홍석현·성낙인·박영수 3인 공동대표 체제를 구상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월드컬처오픈에서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로 한반도 패러다임 대전환 통일에서 평화로를 주제로 진행된 2018년 연례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8.07.13.

 

한국당-변혁發 보수통합 움직임에 촉각


◆ 한국당의 보수 대통합

한편 변혁 측과 보수 대통합을 추진 중인 한국당의 사정 역시 좋지만은 않다. 황교안 대표는 손을 내밀었지만 유승민 의원은 가능성을 두면서도 잡기를 주저한다.

한국당 내부에도 유승민은 데려와야 하지만 사자(使者)로 원유철은 안 된다는 목소리(권성동·심재철)가 있는가 하면, 아예 반유(反劉)를 외치는 목소리(김진태)까지 나온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유승민만 데려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정우택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우리(한국당) 입장에서는 보수 대통합이라는 게 내년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싸우기 위해 여러 당이 나오는 걸 반대하고 1대1 대결을 원하는데 유승민계를 영입해도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가 유지하게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 변혁의 동상이몽

사정은 변혁 또한 마찬가지다.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가운데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애초에 변혁은 손학규 대표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의원들 모임이고 바른정당계는 탄핵정국 당시의 새누리당(한국당), 안철수계는 민주당계 분파인 만큼 노선갈등은 한편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변혁에서 신당추진기획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권은희 의원은 12일 CBS라디오에서 한국당의 보수 대통합을 “진정성이 없다”고 폄하하며 “늦어도 12월에는 안철수 전 대표를 직접 보고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변혁 내에서도 안철수계에 속한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을 일각에서는 일종의 몸집 부풀리기로 보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를 옹립해 세력을 키운 뒤 신당 창당 등 다른 길을 걷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변혁 내부에도 이견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이 분들이 투트랙 전략을 한다고 본다”며 “권은희 의원은 보수 재건을 얘기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서로 이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략상 몸집을 키우기 위해 권 의원 따로, 유 의원 따로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유승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14.


◆ 바쁜 무소속, 난감한 한국당

이정현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는 8일 한국당 복당설을 일축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발하며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이언주(무소속) 의원도 12일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언제인지가 문제일 뿐 한국당으로 갈 것이라 예상했던 만큼 이들의 결정은 다소 놀라운 발표였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당이 변화나 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갈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의 한국당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라며 “끝판왕이라 할 정도로 기득권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진 의원들 용퇴 의사도 전혀 없고, 한국당 내 젊은 의원(에 속하는) 김성원 의원도 사실 마흔 아홉”이라 전했다.

 

3지대 구성 따른 총선가도 전망‥누가 울고 웃나


◆ 전망 : 3지대 구성되면?

21대 총선이 5개월여 남은 지금 여의도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각을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현직 장관들을 총선에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여러 전략을 구상 중이고, 자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세운 정의당은 소수자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재영입에 바짝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 정국에서 주목되는 것은 거대양당보다는 군소야당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총선 판도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

먼저 바른미래(당권파)·평화·대안신당이 성공적으로 제3지대를 구축할 경우, 가장 난감한 것은 변혁이다. 유승민계 의원들은 한국당과 조건부 통합을 제시한 반면 안철수계 의원들은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상태다.

최악은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이 불발되고 안철수계 의원들이 별도 세력을 구축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변혁은 현재 가진 8석으로만 총선 파고를 넘을 수밖에 없다.

사정은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무소속 출마선언에 이어 이언주 의원마저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상황에 변혁과의 통합마저 불발되면 황교안 대표가 추진 중인 보수 대통합은 물거품이 되고 한국당 역시 자체 세력으로만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반면 3지대(바른미래·평화·대안신당)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3지대 정당들은 호남계에 튼튼한 기반을 두고 있는데 당선여부만으로 따진다면 민주당조차 이 지역은 험지다.

현재 변혁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의석은 11석(박주현·장정숙 의원 포함), 평화당은 4석, 대안신당은 9석으로, 3지대가 구축되면 총 24석을 확보하게 된다.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호남지역에서의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하고 자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재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전망 : 3지대 실패하면?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현재 중간지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평화당이나 대안신당과의 통합·연대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3지대 구성이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개별적으로 들어오면 좋지만 세력 대 세력, 당 대 당 통합은 없다”며 “만에 하나 연대하거나 협력하더라도 그건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통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올 사람이 있다면 평화당이든 대안신당이든 개별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총선구도는 다시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자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호남계 지분을 나누고 있는 평화당과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 간 난전이 벌어지며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취할 공산마저 점쳐진다.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평화당 내 제3지대 구축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의원이 민주평화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박지원, 장병완, 장정숙, 유성엽, 천정배, 김종회, 최경환, 윤영일 의원. 2019.08.12.

 

‘도로 국민의당’ 우려…참신한 기수(旗手) 필요성


◆ 첫 분수령, 패스트트랙

8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총선에 어느 정당(비례대표)에 투표할 것이냐’는 물음에 민주당 41%, 자유한국당 25%, 정의당 9%, 바른미래당 7% 등으로 나타났다. 부동(浮動)층은 16%였다. 같은 조사에서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 한국당 23%, 무당층 23%, 정의당 7%, 바른미래당 5% 등으로 나타났다(조사기간 11월 5~7일, 조사대상 1,003명, 표본오차 ±3.1%p. 세부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안신당이 아직 선관위 등록 정당이 아니고, 변혁이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점도 변수로 고려돼야 하겠지만, 적어도 부동층과 무당층이 각각 16%, 23%로 집계된 것은 이들이 민주당과 한국당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제3지대 형성에 대한 여론 분위기가 안철수 돌풍 때처럼 어느 정도 무르익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12월 3일은 3지대를 노리는 정당들에게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언급한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개혁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거니와 조국 파동으로 곤혹을 치렀던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끊이지 않는 정쟁이 군소야당으로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게 된다.

◆ 두 번째 분수령, 변혁 탈당

두 번째 분수령은 변혁의 탈당이다. 바른미래당은 영입한 인재들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확정한 상태다. 여기에는 정치인과 비정치인들이 골고루 분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명단 공표 시기는 변혁이 탈당해 당이 안정화 된 이후라야 된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평화당의 경우 대안신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도 긍정적인 의견이 더러 있는데 이러한 논의 역시 바른미래당이 안정화 된 이후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단순한 통합만으로는 표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안철수 돌풍’은 파격적인 인재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참신한 신인 수혈 없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군소야당들의 밑그림이 사실주의가 될지 낭만주의에 머물지는 통합 여부보다는 어떤 인재를 영입하느냐에 달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나서기는 꺼려하는 눈치다. 여기에는 과거 바른미래당·평화당·대안신당 구성원 대부분이 국민의당 출신이라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당으로 돌아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변혁과 문제가 있기 전에 항상 우려하던 것이 도로 국민의당, 도로 호남당에 국한되는 것이었다”며 “평화당·대안신당과 거리를 두고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누가 ‘제3지대’ 깃발을 꽂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20대 총선을 거치며 분화된 인사들을 다시 규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지도력은 물론이거니와 대외적 명분 또한 분명한 파격적 인사가 필요하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66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11.

이러한 이유로 각 당은 신인수혈 물밑 작업에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도정당을 표방하고 최다 의석을 보유한 바른미래당이 3지대로의 통합에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변혁이 흔드는 상황에서 온다면 에너지가 많이 손상될 수 있다”며 “‘바른미래는 뭘 해도 안 돼’ 이런 이미지가 강한 상태에서 누가 와서 하려 하겠나. (당이)안정화 되면 물밑에서 만나고 하는 걸 오픈할 때가 올 것”이라 전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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