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6조9196억·영업익 9590억…전기 대비 31.84%·93.58% ‘껑충’
생활가전·TV ‘끌고’ 스마트폰·전장 ‘꿈틀’
코로나19 인한 집콕·펜트업으로 가전·TV 판매 증가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LG전자의 실적 흐름까지 바꿔놓았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간 1분기에 가장 좋은 실적을 달성한 후 점점 떨어지는 ‘상고하저’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3분기에는 달랐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전분기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내며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8일 연결기준으로 LG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16조9196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7.8%, 영업이익은 22.7% 증가했다. 특히 직전 분기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매출액은 31.84%, 영업이익은 무려 93.58%가 뛰었다. 앞서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15조7007억원, 영업이익은 7814억원이었다. 지난 2분기에는 12조833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954억원의 이익을 냈다. 

 

시장에서도 LG전자가 3분기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증권가는 8000억원에서 9000억원까지 전망치를 올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전망 평균치도 매출 16조2154억원, 영업이익 8499억원에 육박했다. LG전자는 이러한 전망치를 가뿐히 넘겼다.  

 

잠정실적이라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분기에도 생활가전(H&A)이 끌고 TV(HE)가 힘을 보태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와 홍보가 이뤄지며 마케팅 비용을 절감한 점도 이익 상승에 기여했다. 

깜짝 실적의 1등 공신은 생활가전이다. 올해는 긴 장마와 태풍으로 고부가상품인 에어컨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수요가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로 이어졌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해외여행과 같은 상당한 지출이 필요한 이벤트가 어려워지자 펜트업(반발심리)은 가전에서 폭발한 결과다. 집에서 여가와 가벼운 운동, 업무와 교육까지 다양한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생활의 편의와 효율성을 높여줄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홈프루는 지난 7~8월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더 팔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위생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트루스팀 기능이 탑재된 제품도 꾸준히 판매됐다. 

 

이에 따라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는 6000억원에서 7000억원 초반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3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 사업본부도 집콕 수요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3000~4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화와 드라마, 콘서트, 게임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초고화질로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TV 제품에 눈을 돌리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 TV와 대형 TV 판매가 늘어났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 본격 가동 효과도 더해졌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8월 OLED TV 판매량은 13만대, 1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56% 증가했다”며 “75인치 이상 대형 TV 패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비 7월엔 357%, 8월엔 146% 증가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 사업본부와 전장사업을 영위하는 VS 사업본부도 적자 폭을 대폭 줄인 것으로 예상된다. MC 사업본부의 경우, 22분기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점차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보급형 Q·K 시리즈가 북미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였고 신제품 벨벳이 선전했다. 중남미 등에서는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렸다. 주문자개발생산(ODM) 확대로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을 개선한 효과도 상당했다. VS 사업본부는 코로나19로 폐쇄됐던 고객사의 공장이 재개되며 적자가 줄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LG전자는 성장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거뒀다. 실적을 끌어내리던 MC 사업본부와 VS 사업본부가 개선의 신호탄을 쐈고, ‘상고하저’ 양상도 극복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높은 R&D 능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업부별로 수익성 개선에 부담 요인들이 있었는데 상당 부분 제거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R&D 능력, 브랜드 선호도를 높일 마케팅 능력, SCM(물류·공급망관리) 등의 잠재력을 통해 향후 깜짝 실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회사도 시장도 조심스럽게 ‘낙관론’에 무게를 실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과 2019년 4분기에 각각 757억원, 2019년 1018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었다. 에어컨과 같은 고부가 제품이 팔리지 않는 시기인데다 연말을 겨냥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 LG전자의 수익은 최근 2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소비가 회복되고 있으며, 소비 양극화 심화로 연말로 갈수록 프리미엄제품에 대한 수요는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전통적 전자제품 비수기인 하반기에 성수기를 넘어서는 실적이 기대된다”며 “가전, TV의 온라인 매출비중 확대로 판촉비가 예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운데 4분기부터 수익성이 양호한 전기차 부품 매출의 확대로 전장부품 사업이 큰 폭의 적자 축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생활가전과 대형 TV, 전장부품, 스마트폰 등 전제사업이 두루 선전했다”며 “전통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특수가 있는 4분기에도 펜트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근 2년보다는 나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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