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댁에 ‘알티마 시트’ 놔드려야겠어요”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닛산의 이번 6세대 완전변경 알티마는 해외에서 지난 2018년 공개 돼 국내에는 작년 3월 서울모터쇼에서 얼굴을 한 번 비춘 뒤 동년 7월 공식출시 됐다. 국내 출시까지 적잖은 시간이 흐른 셈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식출시일이 한일무역갈등 국면이 촉발되던 시기와 겹치면서 일본브랜드 닛산의 알티마는 공식출시행사조차 갖지 못한 채 출시되는 비운을 겪었다.

알티마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차량이 아니다. 특히 닛산 차종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차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닛산이 작년 1월과 3월 각각 신형 엑스트레일과 리프를 출시하기 전까지 만해도 알티마는 닛산의 국내시장 판매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판매량을 유지했던 차종이다.

한국닛산의 기대주이자 국내 인지도도 상당했던 차량이 오랜 기다림과, 정치적 이슈에 연거푸 발목을 잡히면서 어느새 ‘돌연 은퇴한 연예인’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한일무역갈등 국면을 촉발시킨 일본의 일부 정치가들에 대해서는 기자 역시도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 다만, 알티마의 비운은 오랜 시간 이 차량에 대해 궁금해 했던 국내 카매니아들이나 한국닛산에 종사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정치적 이슈에선 한발짝 떨어져서 차량 자체만 놓고 보는 공정한 리뷰기회를 알티마에게 주고자 했다. 특히 현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리뷰가 적은 2.0L 터보 모델을 시승차량으로 선택했다.

 

‘용서받지 못한 차’ 국산차였다면 사랑받았을까?
부족한 안전편의장비…주행감성 몰빵한 가족세단


대중들에게 어필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알티마와는 달리, 작년 말 국내세단시장에서는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K5와 그랜저가 유례없이 독특한 디자인과 작정하고 준비한 듯한 상품성으로 연거푸 출시된 것인데, 이미 시장에 자리하고 있던 쏘나타, K7과 라이벌구도를 형성하며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

기존 알티마의 경쟁차종으로는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이 거론됐으나 사실상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관문은 국내차종들에 대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다. 알티마의 국내출시가격은 2,990~4,190만원 수준(개소세 종료반영)으로 국산 중형차와 준대형차 중간값 정도에 위치한다. (쏘나타 2,390~3,430만원/ 그랜저 3,172~4,430만원)

작년 출시된 국내 세단들이 워낙 커진 탓에 사이즈만 놓고 보면 중형차와 비교된다. 알티마의 전장과 전고는 쏘나타와 동일한 사이즈이며, 전폭은 5mm정도 근소하게 작다. K5는 쏘나타보다도 전장과 휠베이스가 미세하게 길다.

다만, 엔진구성은 쏘나타·K5가 이전 세대에서 운용되던 2.0터보를 현재까지는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알티마가 국내중형세단 대비 엔진사양은 좀 더 높은 편이다. 쏘나타·K5의 현시점 최상위 버전인 1.6터보 엔진이 제원상 출력만 보면 2.5가솔린에 대응하는 수준이다.

엔진은 2.5가솔린과 2.0터보 두가지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기자가 시승한 2.0터보 모델은 닛산 라인에선 알티마가 최초로 적용된 가변압축비 엔진이다. 두 엔진은 CVT변속기와 맞물린다. 


여전히 거칠지만 전세대 보다 잘 다듬어진 외관

현재 닛산의 패밀리룩은 ‘닛산 V-모션 2.0 컨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자가 시승기사와 영상으로 다룬 적이 있었던 엑스트레일의 모습을 참조한다면 어떤 식으로 닮았는지 감이 금방 올 것이다.

우선 시그니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V-모션 그릴이 상당히 넓은 범위에 펼쳐져있다. 검은색 블랙 유광 재질과 유광의 크롬재질이 대비 되서 음영이 두드러진다. 안쪽에는 벌집형태의 디테일을 넣었는데 모양이 일률적이다.

시그니처 요소를 또 하나 꼽자면 부메랑 형태의 데이라이트가 있다. 엑스트레일 등에 비하면 확실히 세단인 만큼 좀더 날렵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헤드램프의 파팅라인은 평면적인 느낌이 아니라 상당히 다각형적인 느낌으로 디자인 돼 있는데 범퍼와 보닛, 펜더 등 판형간의 접합부위에 좀 더 신경써야 하는 디자인인 만큼 날렵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표현하게 위해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측면의 디자인 역시 상당히 입체적이다. 캐릭터라인의 선이 이어지면서 위쪽으로 새로운 단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휠은 2.0터보 전용 19인치 휠이 적용됐다.

측면은 상당히 길어 보이는 디자인이다. 캐릭터라인이 대각선으로 그어져있어 평행선으로 연결했을 때 보다 길이가 긴 선이 만들어졌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들려올라가는 형태라 앞쪽으로 쏠리는 듯한 속도감의 이미지도 만들어낸다.

루프라인과 벨트라인 역시 상당히 길이감이 강조 돼 있다. C필러까지 이어진 크롬라인이 끊기는 시점부터 블랙 유광 소재가 뒤로 넘어가면서 리어 글라스를 휘감는 형태다.

후면에는 2.0터보 특별사양인 리어스포일러도 달려있는데, 약간의 스포티한 느낌은 더해질 수 있겠지만, 크기가 어중간해 장식으로써의 역할로도 실질적인 리어스포일러 역할로도 다소 어중간한 느낌이 있다. 트렁크 공간은 휠베이스가 상대적으로 국내 중형차들 보다 짧은 만큼 제법 넓은 공간을 만든다. 트렁크에 특별한 전자식 기능은 적용되지 않아 수동으로 열어줘야 한다. 

 


기능은 부족한 듯 보여도 공간성은 충분
내관 디자인은 수평으로 이어지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특징이다. 각도도 운전석 방향으로 내려앉아 있어서 개방감이 좋은 편이다. 다만, HUD가 들어가 있지 않은 클러스터이면서도 윗부분 덮개의 높이가 제법 있다는 점,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플로팅 타입이라 다소 위로 치솟아 있다는 점은 이같은 장점을 일부 상쇄한다.

클러스터 자체의 크기는 작지 않은 편이나, 아날로그 다이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운데 데스플레이 액정의 크기는 크지 않다. 7인치 사이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나, 팰리세이드 같은 대중브랜드 플래그십 차량에서도 이런 구성은 사용되기 때문에 싼티가 난다고는 보기 어렵다. 특히 아날로그 클러스터를 선호하시는 사람이라면 크게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8인치라는 것은 현 추세에 맞지 않는 사이즈로 보인다. 물론 터치식 디스플레이 화면이 횡으로 길 때 조작성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상급 트림에서도 선택사양으로 넓은 디스플레이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이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놀란 것은 자체 내장된 네비게이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안드로이드오토와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핸드폰 네비게이션,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카카오네비를 활용할 수 있는데, 어차피 수입차들의 네비게이션이야 국내 브랜드의 수준을 따라올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아예 빼버리는 지금과 같은 선택이 묘수일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항시 핸드폰을 USB로 차량과 연결해둬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핸드폰 무선충전 기능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USB로 차량과 핸드폰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전력공급이 된다는게 그나마 위안이다. 포트의 경우에는 다행이도 USB C포트를 지원한다. 해외에서 잘 팔리는 차종이라 그런지 AUX 포트도 남겨 놨다.

사실, 알티마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승차감과 가속력 덕에 주행감성은 높은 편이지만 내장재와 AI기능, 각종 안전·편의장치 등은 대다수의 일본차종들이 그렇듯, 약점으로 지적 돼 온지 오래다.

재질의 마감상태는 준수한 편이나, 고급감을 줄만한 요소가 사실상 앞쪽의 우드가니시 밖에 없다. 이마저도 진짜 나무의 느낌과는 거리가 다소 있는 편. 다만 이부분은 크게 싼티가 나는 느낌은 없다.

편의장비의 경우 음성인식 기능은 블루투스 페어링이나 오디오 관련 기능 외에, 공조장치를 컨트롤한다든가 창문이나 열선을 작동시킨다든가 하는 기능은 없다. 국산 중형차들에는 탑재 되는 기능들이다.

안전장비도 기본기는 갖췄다고 할만한 수준이지만 약간씩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핸들조향이 없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라든가, 대부분의 충돌경보 시스템이 제동 없이 경고음만 울리는 것 등이 그렇다. 핸들이 아닌 브레이크 계통에서는 위기상황에서 제동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으나 완전히 제동시켜주는 기능이 아니다. 이 역시도 운전자에게 주는 경고적인 성격이 강하다. 후방충돌방지 기능 역시 제동은 되지 않고, 사각지대 경보시스템에 포함돼 경고음이 제공된다. 어라운드 뷰 기능의 좁은 화각과 화질 부분도 아쉽다.


기어박스 쪽도 여전히 아날로그식의 기어봉이 위치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모드다이얼이 별도로 마련 돼 있지 않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어노프 뒷면에 작은 버튼이 모드 변환기능을 담당하는데, 주행모드가 일반 드라이브 모드와 스포츠모드(Ds) 두 종류만 운용이 된다고는 하지만 버튼을 눌러주려면 기어노브에서 손을 완전히 때고 눌러줘야 할 만큼 각도가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편하다고 느꼈다.

스티어링 휠의 사이즈는 일반적인 중형차량의 사이즈이며, 림이 위쪽은 얇은데 반해 일반적으로 10시 2시 포지션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9시 3시 파지 부위는 다소 두껍다. D컷 휠이 기본이고, 2.5 가솔린 버전에는 없는 패들시프트가 있다. 아울러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도 2.0터보에만 들어가는 기능이다. 노이즈 캔슬링의 기능이 어느정도나 작용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알티마 자체의 NVH는 상당히 정숙한 편이다. 국산중형차의 NVH 수준에 비해서도 비슷하거나 좀더 나은 수준으로 느껴졌다. 이 차는 오토홀드 기능이 있는 데 반해 스톱앤고 기능은 없기 때문에 엔진이 정차상황에서도 계속 켜져 있는 타입인데, 상시 켜져 있는 엔진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조용했다.

승차감은 부드럽기로 유명한 알티마의 저중력시트가 적용이 됐다. 실제 주행에서 상당히 쇼파 같이 폭신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허리부분은 제법 신뢰할 수 있게 잘 지탱해주고, 안정적인 접지력을 가진 서스펜션과 맞물려 좋은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다소 푹신한 느낌이 강한 시트인 만큼 고속 주행시 노면의 성향을 읽어내는데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코너에서 롤링을 잡아주는 역할은 다소 부족했지만 편안한 승차감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될 것 같다. 외관이 스포티하지만 실제 주행감성은 가족용 세단에 가깝다.

운전석은 8가지 방향 조수석은 4가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동시트고, 운전석에는 2방향 럼버서포트 기능도 있다.

다만, 시트포지션 자체는 높이감이 있는 편인데, 앞쪽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있는 것과 맞물려 시트도 엉덩이쪽으로 좀더 기울어져있는 편이라, 허벅지쪽의 시트가 다소 위로 올라와있는 형태가 되다보니 다른 곳은 다 편한데 허벅지 쪽은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열선기능은 지원되는데 통풍시트가 없는 것도 아쉬운 포인트.

뒷좌석의 경우, 쏘나타와 K5에 비해 휠베이스는 짧지만 후열 공간에선 해당차량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후열공간에 많은 신경을 쓴 듯하다.

해외 인기 차종이라그런지 물리적인 실용성은 상당히 챙기는 편이다. 2열이 6대4 폴딩이 가능한 점은 쏘나타와 K5 등에 비해선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선루프의 크기는 국내 중형세단에 비해 상당히 작다. 소위 말하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지 않는다.

거칠지만 내 가족에게만은 안락한 자동차

일본차 브랜드 특유의 부족한 안전·편의장비 이야기를 하다보니 단점을 상당히 많이 늘어놓은 모양새가 됐다. 다만, 주행성능 및 감성 측면에서는 감탄할만한 부분이 많았다.

듀얼피니언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는 가볍게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핸들의 세팅을 바꿔준다. 일상에서 가볍게 운전을 할 때 완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불편함 없이 쾌적한 핸들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코너에서까지 다소 가벼운 느낌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다.

변속기는 엑스트레일에서도 좋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자트코의 CVT가 적용됐다. 과거 CVT의 불편한 초반가속 부분이 많이 개선된 모델이다. D-스탭튜닝이 적용됐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운전 중 변속시점과 감각을 알기 어려운 CVT의 주행감성을 일정수준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다. 시각적으로 RPM게이지가 변속타이밍에 맞춰 딸깍거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운전감각적인 부분에서도 변속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는 게 한국닛산 측의 설명이다.

닛산 브랜드에서 알티마에 최초 적용된 엔진압축비 엔진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특히 편했다. 연비 중심의 운전을 할 것인지, 퍼포먼스 주행위주의 운전을 할 것인지를 실시간으로 컴퓨터가 계산해준다. 클러스터 가운데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각적으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엔진자체의 터보렉도 준수하지만 정체구간에서는 다소 터보렉이 느껴진다. 물론 이는 모드변환으로 가볍게 해결 될 부분이니 단점으로 꼽기는 어렵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알티마 특유의 안정성과 고속주행에서도 푹신함을 잃지 않는 시트의 감각에 매우 감탄했다. 브레이크도 부드럽게 작동하는 편.

그동안 가성비 하면 알티마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으나 최근 트렌드에 비춰볼 때 안전편의장비 면에서는 이같은 칭호를 더는 붙일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스트레스 없는 주행성능과 가족과의 안락한 장거리 운전 등을 생각하면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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