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시승한 차량은 지난 8월에 추가된 1.5L 가솔린 모델이다. 그간 1.6L 디젤 모델로만 운용되던 뷰티풀 코란도는 서울모터쇼를 한달 앞둔 지난 2월 출시 된 바 있다. 디젤의 시대가 가고, 또 소형 SUV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코란도는 생존법을 찾았을까
주행감성보단 ‘안전·편의·고급화’ 승부
락모드·클린실도어 오프로드 흔적기관
▲코란도 광고영상 캡처 |
“사실 코란도라 나 운전도 거의 안해”
한 때 장안의 화제였던 뷰티풀 코란도 광고의 멘트다. 광고는 전반적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뤄지는 생활의 편의와 관련 된 이미지로 영상을 시종일관 끌고 간다. 우리 오빠가 하는 게 무엇인지 의문점을 고발하기 위해 나열 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오빠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해”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
“옷 관리는 스타일러가 해”
결과적으로 이러한 멘트들의 종착역은 운전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광고에 등장하는 코란도의 핵심 시스템은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인식하는 ‘자율주행시스템 IACC다’. 안전사양과 편의성을 한껏 광고하는 것이 주 목적인 광고인 셈이다.
사실상 엔진의 스펙만으로 소형 SUV와 준중형 SUV를 구분할 수 있었던 시절이 저문 것인데, 비슷한 엔진을 사용한다면, 소형 SUV는 작은 차체크기 덕에 운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준중형 SUV보다 나을 수 있다. 가격도 소형SUV가 더 저렴하고, 최근에는 공간성이 확보된 기아 셀토스 같은 변종까지 생겨나면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준중형 SUV가 굳이 왜 필요한가? 라는 반문을 던질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차별화 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한다. 코란도는 그 차별화를 위해 퍼포먼스의 강화 보다는 고급화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고급화전략이 지향하는 바는 소규모 가족용 차량의 이미지다. 우리 오빠가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며 편안한 주행환경을 강조하던 광고의 종착지는 산뜻한 캠핑장에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코란도는 공식자료에서도 트렁크용량(551ℓ)을 ‘디럭스급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사이즈’라고 표현할 만큼 이같은 이미지를 강조한다.
편의장비도 상당하다. 경쟁모델에서 사용되는 5~10W 규격보다 성능이 강화된 15W 무선충전패드 라든가, 허리에서도 바람이 나오는 1열 통풍시트 등이 적용됐다.
실제로 코란도의 어뎁티브 크루즈컨트롤의 앞차 인지능력과 차선 인지능력은 상당히 우수한 편에 속했다. 시승 내내 앞차 또는 차선경보를 놓치는 일이 없었다. 반응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을 많이 강조하고 싶었는지 개입되는 강도가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핸들조향까지 적용되는 차선인지 시스템은 대체적으로 핸들에 누가 손을 살짝 얹듯이 밀어주는 타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란도는 앞서 언급한 광고의 한 장면처럼 마치 내가 운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핸들이 훅 하고 치고 들어온다. 섬세함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코란도의 외관은 티볼리를 상당히 많이 닮았다. 패밀리룩의 느낌 이상으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볼륨감 보다는 평평하면서 각을 살린 측면부의 느낌이 많이 닮아 있다. 한 때 코란도는 쌍용차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차였다. 다만, 소형 SUV가 득세하는 시대가 된 이후 쌍용차의 아이코닉한 모델은 티볼리가 됐다. 판매량도 압도적이다. 이제는 코란도가 티볼리를 닮아갈 법도 한 시대가 됐다.
코란도는 현재 도심형 SUV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 때 소위 말하는 짚차의 느낌을 많이 살린 디자인을 채용했었는데 현재에도 그 시절의 흔적기관이 다소 남아있는 듯하다. 도어의 형태가 스텝 하단부까지 감싸는 클린실도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오프로드를 주행하던 차가 더럽혀졌을 경우에도 승객이 승하차 시에 바지에 진흙이나 흙먼지 같은 이물질이 묻는 것을 방지하는 디자인이다.
주행감성이나 승차감 부분에서는 소형 SUV와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우리팀은 이번에 추가된 1.5L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모델을 탔는데 이는 앞서 티볼리에서 적용됐던 엔진이다. 출력적인 부분에서 다소 상향됐지만 코란도의 차체크기와 무게가 티볼리에 비해 더 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뚜렷한 장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티볼리와 비교한다면, 주행감성보다는 공간성, 안전성과 편의장비, 좀 더 고급화된 실내 인테리어 등에서 셀링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코란도의 주행감성은 섬세하지 않다. 다소 털털하고 투박한 느낌이다. 스티어링휠의 유격이 다소 느껴지는 편이며 브레이크나 엑셀레이터의 반응도 민감한 편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좀더 높은 RPM의 운용을 가능케 하지만 본질적으로 서스펜션의 변화폭은 크지 않다. 차체의 롤링도 체감 폭이 크다. 시트는 단단한 편이지만 몸을 완전히 감싸주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롤링을 효율적으로 잡아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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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속성능은 같은 가격대의 차들과 비교해봤을 때 모자라는 수준은 아니며, 애당초 고속주행이나 주행의 재미 같은 부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량이 아닌 만큼,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아울러 코란도의 엔진룸은 가솔린 엔진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부분 진동과 소음을 잡아내는 좋은 모습을 나타낸다. 가족과 함께 일상을 즐기고 가끔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라면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차량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점이 소형 SUV가 득세하는 현 시점에서 준중형 SUV인 코란도의 생존법이 아닐까.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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