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펀딩·넥펀 사기의혹...수수료 챙긴 핀테크는 모르쇠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3 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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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이라던 P2P 대출…제2 라임 부상
카카오페이·토스 등 책임론
광고냐 중개냐…“플랫폼 책임 규정 필요”
▲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오는 8월 제도권 진입을 목전에 둔 P2P 대출업계가 잇단 부실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모범사례’로 평가 받았던 ‘팝펀딩’에 이어 P2P금융플랫폼 ‘넥스리치펀딩(넥펀)’이 대규모 투자사기를 벌인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P2P 대출이 사모펀드에 이어 금융업계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P2P 대출은 카카오페이, 토스, SSG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 업체와 긴밀히 협업하며 다수의 소액투자자를 확보해온 만큼 피해 범위가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금융 P2P 대출의 정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해 대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대출이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예금자 돈이 간접적으로 차입자에게 지급되는 형태였다면, P2P 대출은 투자자와 차입자를 직접 연결해준다.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돈이 필요한 차입자에게 다수의 투자자가 자금을 조달해준다는 측면에서 크라우드 펀딩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P2P 대출은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기존 대출시장에서 적절한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가능하게 하고, 대출시장의 은행 독점을 개방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P2P업체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고금리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4~7등급 고객에게도 10%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P2P 대출은 투자자에게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수요자에게는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한국P2P금융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4개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은 7조1716억원에 달하고, 대출잔액은 1조5358억원이 넘는다.

P2P 대출은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 상품을 취급하면서 ‘포용적 금융’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P2P 대출 업체인 팝펀딩의 파주 물류창고를 직접 방문해 “팝펀딩을 시작으로 또다른 동산금융 혁신사례가 은행권에서 탄생해 보다 많은 혁신·중소기업이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극찬한 바 있다.

팝펀딩은 온라인쇼핑판매업자의 재고를 보관하고, 그 가치를 평가해 운전자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P2P 대출 업체다. 하지만 이후 금감원은 팝펀딩의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자금 돌려막기 등 불법 혐의를 포착해 이를 검찰에 넘겼다. 이후 팝펀딩에 투자한 사모펀드 일부도 운용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 환매가 중단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금융위기의 또 다른 뇌관되나
팝펀딩 사태를 계기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P2P 금융업계의 부실이 새삼 주목받았다. 그동안 P2P업체들이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만 적용받는 등 금융당국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까닭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누적대출액 기준 P2P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지난달 기준 연체율이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12.97%였던 연체율은 7.21%포인트 급증했다. 이 회사의 대출잔액은 2767억원으로 투자원금 상환이 한 달 넘게 지연된 금액이 558억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업계 2, 3위인 피플펀드와 어니스트펀드의 연체율도 각각 4.38%, 8.52%을 기록했다. 대출잔액이 100억원 규모인 위펀딩의 연체율은 54.64%에 이른다. 한국P2P금융협회 44개 회원사의 지난달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9.03%로 전년 동월(7.50%)에 비해 1.53%p 올랐다.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5월말 기준 평균 0.42%에 불과하다.

그나마 투자자들에게 성실하게 필요 정보를 공시해온 업체들이 있는 반면, 연체율 등을 허위 공시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돌연 영업 중단을 선언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넥펀은 자체 공시 기준 연체율 0%를 기록하고 있었다.

넥펀 측은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넥펀의 주주는 더 이상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돼 당일(9일) 오후 영업 중단을 결정하고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면서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 어떻게 종료될지 알 수 없어 금일부터 투자자분들의 투자금 반환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넥펀은 중고자동차 매입자금 대출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P2P업체다. 넥펀은 경찰의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 8일까지도 새로운 투자상품을 출시하는 등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사실상 가짜 상품으로 대출상환을 돌려막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넥펀의 영업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P2P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들어간 돈이 2천이 넘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니 너무 어이가 없다”, “그동안 신뢰도 괜찮고 믿을만한 업체라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작은 폭탄 다 피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큰 폭탄 맞았다”, “넥펀이라는 회사 전체가 이렇게 급작스레 사라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 회사가 상환해야 할 대출잔액은 251억원이 넘는다.

P2P 대출과 간편결제 플랫폼
팝펀딩 사태가 연계 사모펀드 부실로 이어지면서 증권사에 불똥이 튀었다면, 넥펀 사태는 간편결제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핀테크 업체가 투자자 원성을 사고 있다. 넥펀의 투자상품들이 네이버페이, SSG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 많이 판매됐기 때문이다.

넥펀은 지난 2월 SSG페이에 입점해 전용상품을 판매했다. 넥펀은 SSG페이 입점을 기념해 신세계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네이버페이도 지난달 넥펀의 광고 페이지를 열어 신규가입해 투자를 완료한 고객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와 투자금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해당 페이지는 넥펀이 영업을 중단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활성화된 채 네이버페이 사용자에게 노출되고 있다.  

 

▲ 네이버페이와 SSG페이는 넥펀과 제휴를 맺고 P2P 대출 투자 상품을 광고했다. (사진제공=각사)

한 넥펀 투자자는 “SSG 광고 보고 넥펀에 투자했다가 2달 만에 전액 손실보고 진짜 날벼락 맞은 기분이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토스를 통해 넥펀을 알게 됐다는 또 다른 투자자는 “상환도 잘 받고 있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이벤트 등으로 많은 금액을 유치하더니 지금 보니 작전이었다”며 크게 분노했다.

현행 P2P대출 가이드라인에서는 ‘P2P업체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P2P상품을 광고·판매하는 경우에도 투자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해당 상품이 P2P대출상품인 점, 투자계약은 P2P업체와 진행된다는 점, P2P대출 상품은 위험성이 있다는 점, P2P업체의 사업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지해야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졌을지 의문이다. 투자자들은 플랫폼에서 자체 기획해서 판매하는 상품이거나, 플랫폼에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간편결제 업체들은 넥펀의 상품을 광고만 했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적법한 광고계약을 맺고 광고를 한 건데 결과적으로 투자자분들이 투자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면서 “광고 자체도 금융당국의 규정에 맞게 진행된 것인데 사기 업체를 걸러낸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 P2P업계 관계자는 “플랫폼과 P2P대출 업계가 그동안 상생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손실보상 부분에 대해서는 P2P 업체 책임이 크겠지만 만약 사기 업체를 플랫폼에 소개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플랫폼에서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토스, P2P 성장주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P2P대출이 소액투자로 주목받게 된 것은 P2P업체와 간편결제 플랫폼이 판매제휴를 맺으면서 부터다. 토스는 지난 2017년부터 일찌감치 부동산 소액투자 서비스를 통해 P2P 대출 상품을 이용자에게 소개해 왔다. 토스는 피플펀드, 테라펀딩, 어니스트펀드, 8퍼센트 등과 제휴해 관련 상품을 광고했고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2018년 말부터 투자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피플펀드, 테라펀딩, 투게더펀딩 등의 신규 부동산 담보 투자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최소 1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어서 투자 장벽도 낮다.

두 플랫폼에 대한 P2P업계의 의존도는 무척 높다. 카카오페이·토스와 제휴를 맺고 있는 테라펀딩, 피플펀드, 어니스트펀드, 투게더펀딩은 대출잔액 기준으로 나란히 업계 1~4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간편결제 플랫폼 업체들이 P2P 대출 상품을 광고하면서 1%가량의 판매수수료를 얻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통상 P2P대출 업체가 대출을 중개해주고 3~4%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 것과 비교하면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P2P업체와 간편결제 플랫폼 업체가 사업적·금전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규제할 길 없나…고민 깊은 금융당국
간편결제 플랫폼과 P2P대출 업체의 밀월 관계를 보는 금융당국 입장도 복잡하다. 일단 오는 8월 27일 시행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P2P투자 및 대출 계약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플랫폼 업체가 P2P대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광고라고 주장한다면 규제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행위자도 불법행위책임을 판매자 등과 연대해 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이금노·서종희·정영훈 연구원은 “온라인플랫폼 제공자 또한 불법행위책임을 판매자 등과 연대해 질 수 있으며 이를 명문화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 제44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보호법 제44조는 “플랫폼 운영자는 판매자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판매자와 연대해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도 우리 전자상거래법에 비해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적극적인 방지조치의무를 부과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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