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사 클라이맥스였는데…돌아온 건 ‘수사 불신’

▲ 구속영장이 기각된 승리(이승현)가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법원이 14일 이른바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승리(본명 이승현)와 동업자 유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이날 오후 “횡령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구속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는 승리와 유 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며 구속영장 집행을 통해 버닝썬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영장이 기각되며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그동안 승리 구속을 “이번 수사의 클라이맥스”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고, 민갑룡 경찰청장도 “경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경찰은 152명의 인력을 투입해 장장 105일 간 수사를 이어왔다.

경찰이 승리 구속에 매달린 것은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수사 성과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현직 경찰 8명을 입건하고 이중 1명을 구속했지만, 구속된 염 모 경위는 과거 다른 클럽에서 일어난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 사건의 발단이 된 작년 11월 김상교 씨 폭행 사건 당시에도 “경찰과 클럽 유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대 직원을 모두 조사했지만 김 씨의 주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승리, 정준영, 유 씨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 모 총경도 과거 승리 등이 운영했던 다른 클럽의 경찰 수사정보를 알아봐 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경이 유 씨 등으로부터 식사·골프·콘서트 티켓 등을 제공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뇌물로 볼 수 없고, 액수가 적어 부정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청와대와 여론 눈치를 보다 보니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론에 떠밀려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했는데 ‘수사 불신’이라는 딱지만 붙었다는 것.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유흥업소와 조직적 유착이 없다는 걸 밝혀낸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이 꼬리자르기, 수사무능으로 보고 있어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김상교 씨는 승리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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